상단여백
HOME 칼럼 변호사가 알아야 할 개업상식
개업 그 쓸쓸함에 대하여

 어쏘변호사 시절 대표변호사님은 ‘송무변호사에게 개업이란 하나의 성을 세워 영주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개업한 사무실은 나만의 왕국이라는 뜻이었다. 당시에는 뭐 저런 거창한 말이 다 있을까 했지만, 개업 n년차에 이른 요즈음 돌이켜보면 이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성을 쌓는다는 것은 유형적일 수도 있고 무형적일 수도 있다. 사무실을 얻어 집기를 갖추고 어쏘변호사나 보조직원을 구하는 유형적인 일 뿐만 아니라,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 의뢰인과의 소통 방법, 기일을 관리하는 방식, 사건을 수임하는 루트 등등의 무형적인 모든 것들도 영주로서 세우는 왕국일 것이다. 요즘의 디지털 노마드족 변호사님들의 경우는 사건자료로 채워져 있는 업무용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자체가 자신만의 성일 수 있다.

 아이를 낳아 양육해야 하고, 일도 그만둘 수도 없는데 직장 환경이 육아에 부담이 가고, 워킹맘 친화적 직장을 찾아 이직하기도 여의치 않다면, 내가 새로 짓는 성은 내 아이를 키우는 데에 적합한 방향으로 지어 나가면 된다. 이러한 유연함은 개업변호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개업변호사가 갖는 장점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어쏘변호사에 비해 노동 대비 수입이 좋고 조직 내의 대인관계 스트레스나 비효율성은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성의 주인인 개업변호사는 필연적으로 외롭고, 고립되어 있다. 개업변호사가 가진 독립성과 자유의 이면에는 사건에 대한 책임과 수임 압박이나 송무 진행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다. 또한 작은 규모로 개업할수록 의뢰인과의 거리가 가까운데 이는 개업변호사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는 의뢰인이 진상으로 변할 경우 방어막이 없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외풍에 성이 무너지더라도 성을 버리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변호사가 사건과 의뢰인을 놓아두고 도망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간 개업변호사는 자신의 성을 감옥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점, 특히 정신적인 외로움과 두려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취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종교적인 존재에 대한 의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업무 외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충전을 도우며 시선을 돌려 쉬게 하는 역할을 할 뿐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업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가장 큰 존재는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일 것이다. 사건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와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해결점이 보이는 마법이 시작되기도 하고, 의뢰인에게 서운했던 일을 참을 수 없을 때 공감 어린 위로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에 한발 다가서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특히 개업 초기에는) 수임에 대한 불안감과 업무처리에 대한 어려움 등을 타개하기 위하여 공산을 고려하는 변호사님들도 많다. 마음에 맞는 동료가 있다면 누구나 함께 개업해서 함께 사무실을 키우는 꿈을 한 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 사무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적인 본능이나 자본주의의 원칙에 거스르는 결정이기도 하다. 동업으로 공산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결혼할 결심으로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변호사님도 있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법과 제도와 애정으로 꼼꼼하게 묶인 배우자보다 동업자는 의식적으로 더 배려해야 한다는 변호사님들도 있다. 공산제 사무실은 잘 운영된다면 가장 좋은 형태의 개업이겠지만, 이러한 끈끈한 연대를 유지하는 것이 녹록지 않기에 공산으로 운영되는 사무실이 끝까지 성공하는 것이 매우 드물다.

 1인 개업변호사로서 내 짐을 함께 나누는 동료가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굳이 함께 책임을 나누지 않더라도 좋은 동료를 골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개업변호사가 가진 자유의 하나일 것이다. 개업변호사들은 독립되어 있으며 스스로 책임을 진다. 많은 변호사님들이 정신적인 압박감이나 스트레스, 개업변이 갖는 외로움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가깝고 끈끈한 관계가 부담스럽다면 변호사들과의 네트워크도 놓치지 말고 적당하게 느슨한 연대를 가진 변호사들의 점조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읽는 변호사님들이 늘 평안하시기를 빈다.

임선후 변호사

임선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