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높은 신분에 따른 정신적 의무를 가리키는 말로 사회 고위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법조인들은 국가와 국민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고귀한 신분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하여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국가와 국민 생활에 기여하려는 자세로 근무하였고, 인천공항 부사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후 지금은 송도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학교와 항공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즈음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의 취업이 어려워져 내가 가르치는 대학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위하여 애쓰는 모습을 본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약 3년 반 동안 인천공항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항은 많은 외국인이 왕래하는 국가의 관문이다. 나는 공항근무를 계기로 많은 다문화가정을 접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피부색의 차이에서부터 언어적, 문화적, 경제적인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자녀를 보살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사회는 그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점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자녀들이 방황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있었던 백인경관 윌슨의 총격으로 흑인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배심 불기소사건이 인종차별 문제로 많은 시위에 휩싸인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도 이 같은 인종차별 문제를 겪을 수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인구는 2013년 기준 75만 명 내외이고 2020년에는 10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라는 학생도 급증하여 지금은 초·중·고 학생이 약 68,000여 명으로 전체 학생의 1.07%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화에 따라 점점 외국인 자녀들도 증가해서 어디를 가도 외국인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한국뉴욕주립대학교를 보아도 외국인 학생이 전체 학생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주위에 점차 증가하는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우선은 개인의 목표달성을 위해 더 애써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을 누려왔고 또 누리고 있다. 기독교의 예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셨지만 죄인들을 위해 친히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써 우리들을 향한 사랑을 보여 주셨다.
이 시대 안에서 고귀한 지위와 책임을 가지는 법조인들에게는 생활 속에서 다문화가정 등 주위의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향한 나눔과 섬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 특별히 다문화가정과 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정신,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법조인들에게 요구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닌가 싶다.
이영근 연구교수
한국뉴욕주립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