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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희 변호사 인터뷰

『인간의 법정』은 SF 법정드라마라는 참신한 소재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드라마틱한 공감대를 자아낸다. 100년 후 미래세계 법정에서, 주인(한시로)을 살해한 안드로이드 ‘아오’도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 첨예한 논쟁이 펼쳐진다. 뮤지컬계와 콘텐츠 산업계에서 먼저 호응했고, 세계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원작 소설가이자 뮤지컬 각본가는 바로 조광희 변호사이다.

 

Q. 필모그래피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영화 <멋진 하루>는 제가 10번 넘게 본 국내 영화였습니다. 조 변호사님은 한국 영화계 영화인들이 꼭 기억하는 법조인이기도 합니다.

 199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한국 영화계가 새롭게 도약할 때였습니다. 좋은 감독님들의 작품이 나오며 관심이 높아졌지만, 산업화 전 단계였죠. 저작권, 계약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던 딱 그 무렵입니다. 뭔가 좀 잘 맞은 거죠.

 영화인들과 기틀을 잡는 작업을 했던 것이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입니다. 2000년대 말에는 불법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려서 영화시장에 큰 위기도 있었습니다. 제가 영화사 ‘봄’ 대표로 있을 때인데, 불법다운로드 때문에 영화를 제작해도 손익분기점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투자도 위축되고 그럴 때가 있었습니다.

 영화진흥법 제정, 스크린쿼터나 영화에 대한 사전검열제도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검열제도도 처리가 되었고, 저작권 개념도 확산이 되었으며, 특히 계약은 상당히 정비가 되었잖아요. 무엇보다 한국 영화가 가끔 해외 영화제를 나가는 수준을 넘어서 굉장히 글로벌 하게 됐습니다. 한국이 세계적 콘텐츠 생산기지가 되어버린 것이죠. 팬데믹 때문에 영화관 자체만으로 보면 어렵지만, OTT가 기폭제로서 전 세계적 수요를 열었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확립되지 않은 것들이 확립되어가고, 위기를 잘 극복해가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확대되어 왔던 과정인 것 같습니다.


Q. 『영화인들을 위한 법률가이드(2003)』는 영화인들의 필독서로 유명했습니다.

 이제 오래된 책이지요. 영화에 법률자문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드물 때 나왔으니까요. 영화를 쭉 자문하다 보니, 실무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여러 경험들이 쌓였고, 이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필했어요. 각종 계약서 형식도 만들고, 내용도 구체화해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요. 미국 할리우드 영화 계약서 관련 자료도 살펴보며 우리 실정에 맞도록 도입했습니다. 그 책을 사지 않은 제작사가 없을 정도였던 것 같아요. 기본적 개념부터 기획, 개발, 파이낸싱, 프리 프러덕션, 제작, 마케팅, 배급, 표현의 자유, 국제계약 등까지 다루었으니까요. 옛날에는 영화계에서 필요한 계약서 자체를 만드는 게 다 일이었어요. 이제는 경험 많은 영화인들은 그 정도는 다 알아서 하고, 이제는 국제계약이나 투자계약, 외국 배우 캐스팅 등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으로 변호사를 찾아와요.


Q. 최근 소설과 뮤지컬로 선보인 『인간의 법정』은 공감대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간이 ‘아오’를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하자, ‘아오’의 변호사 호윤표는 폐기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합니다. 호 변호사는 왜 ‘아오’에게도 형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걸까요?

 처음에는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살해하고 형사재판을 받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정작 안드로이드가 피고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법정에 설 자격이 있는지 쟁점이 되는 스토리로 구상했어요. ‘아오’의 변호사 호윤표는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반대로 경찰청 변호사 서인구는 안드로이드를 인간처럼 대우하길 원치 않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죠. 안드로이드가 의식을 가지고 자유를 주장하게 된다면, 노예 상태를 벗어난 해방운동처럼 사회의 불안요소로 존립을 위협한다고 보는 겁니다.
기존 법에서 ‘아오’는 어쨌든 물건이잖아요. 동물권 쟁점도 있지만, 법적으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동물도 그냥 물건이고요. 심지어 ‘아오’는 유기체도 아닌 기계니까 더욱 그렇죠. 인간의 관점에서 ‘아오’는 폐기처분의 대상이지만, 호윤표 변호사의 주장은 새롭죠. 의식을 갖추고, 인간성의 중요한 부분을 공유하는데, 단순히 폐기처분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냐고 문제제기 하는 거죠. 헌법이 보장한 질서에 따라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겁니다.


Q. 『인간의 법정』에서 ‘아오’란 도대체 어떤 존재였나요?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를 하던가요?

 ‘아오’는 원래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굉장히 많은 지식을 갖추었지만, 제조 후 출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삶에 대한 경험이 없어요. 의식생성기 장착 후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 재판을 받으며 계속 성장합니다. 결국 ‘아오’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객체로 취급하지 말고, 주체로 봐주세요.”라는 거예요.

 마침 뮤지컬에서 ‘아오’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젊었어요. 배우들이 각자 생각한 ‘아오’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핵심은 다 이해를 하고 연기했죠. 작가로서 소설도 집필하고, 뮤지컬 각본도 썼기 때문에, 작가가 생각한 ‘아오’와 배우가 표현하는 ‘아오’가 아주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제 배우들이 해석해서 표현한 걸 보니 느낌이 참 다르더라고요.


Q. 미래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법정을 굉장히 클래식하게 표현하면서도, 결말을 그렇게 마무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을 이론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하는 일이고, 사람의 감정을 터치하는 것은 예술이에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해선 감정을 터치할 수 없잖아요. 비극적으로 끝낼 수 있길 바랐어요. 100년 후 헌법도 진화할 것이고, 좀 더 진전된 생태적 헌법 체제하에서 가능한 법적 공방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봤어요. 미래세계지만 재판 자체는 굉장히 절차적이고 클래식하게, 현재 재판처럼 진행되도록 묘사한 이유가 있어요. 50년 전이나 100년 후라면 굉장히 무언가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여기죠. 어떤 부분은 굉장히 크게 변하더라도 뜻밖에 별로 바뀌지 않는 것도 있어요. 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엄청나게 세상이 바뀌었지만, 잘 살펴보면 삶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싶은 부분도 있거든요. 100년 후라도, 현재 법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을 거예요. 고대의 로마법부터 현재까지 법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창조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들이 탐구해서 만들어왔던 거죠. 그렇다면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춘 법은 미래세계에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 같거든요. 100년 후라고 해서 재판제도가 많이 바뀔까요?

 그때라고 해서 가처분제도나 행정소송이 없어질 것 같지도 않아요. 시대에 맞게 세부적으로 바뀐 것도 있겠지만, 계약의 원리나 불법행위론 같은 근본이 바뀌진 않을 거예요.


Q. 결말을 보며 허망한 마음과 함께 ‘아오’에 대한 연민감이 들었습니다. 이 결말 이후 인간의 세상에 작은 변화라도 있었을까요?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따르면, 법의 역사는 힘센 사람들이 권리와 자유를 독점한 세계에서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이 권리와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노예들이 해방되고 여성들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것처럼, 투쟁을 통해서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법의 역사였을 거예요. 인간이란 개념도 가변적입니다. 옛날에 어린아이, 여자, 노예, 노동자들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았죠. 현재 시점에서 인간 외 존재로 규정된 동물이든, 안드로이드이든 긴 역사적 과정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물론 소설에서 다룬 첫 번째 법률투쟁에서는 주인공이 졌지요. 하지만 모두 진 것은 아니에요. 여파가 있고, 동조자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한 번, 두 번, 세 번 두드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지요. 원래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하니까.


Q. 뮤지컬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게다가 뮤지컬 각본가로 데뷔까지 하셨죠.

 장소영 음악감독님이 뮤지컬로 제안했는데, 뜻밖이었어요. 각본도 직접 써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썼는데, 만만치 않았습니다. 창작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매우 많은 인물이 등장할 수도 없고 공간도 다양하게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인물과 공간을 제작진과 미리 합의한 대로 대폭 줄여서 영화 각본처럼 쓰고, 계속 피드백을 받으며 뮤지컬 형식에 맞게 수정을 했어요. 대사에 운율을 넣기도 하고, 배우가 아리아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하면 또 그렇게 삽입하고요. 제작진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젊었을 때 시를 습작했던 경험을 살려 쉬운 시를 쓴다는 느낌으로 가사를 쓰기도 했지요.


Q. 법률가로서 소설의 문장이나 뮤지컬의 언어를 쓰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정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문학이라서 모호하거나 화려하게 쓰거나 이런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변호사를 오래 했다는 것이 문장에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률가의 언어를 구사해서는 안 되잖아요? 불명료한 문장은 취향이 아니에요. 준비서면이 아니라 소설을 쓰지만 ‘이왕이면 문장이 명료하면 좋겠다’, 똑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간결한 언어를 쓰자’, ‘복문보다는 단문으로 쓰자’ 이런 식으로 제 나름대로 문장에 대한 입장이 있어요.


Q. 소설 출간과 뮤지컬 공연을 마치고 현재 시점에서 작가로서 갖는 소감은요?

 시의적절했던 것 같아요. 천천히 고민해서 2030년쯤 내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있으면 빨리 열심히 써서 내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공지능 등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는 현재 사회적 흐름에도 잘 맞았어요. 출간 후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벌어졌어요. 그냥 좋은 작품을 썼다는 얘기를 듣거나, 운이 좋으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만 생각했는데, 뮤지컬도 되고, 심지어 각본도 쓰고, 영상화 판권이 팔리고, 외국 여러 나라에도 판권이 팔리고… 아이를 낳는 것에 비유하자면, 태어난 아이는 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더라고요.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을 즐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아오’도 재판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처럼, 조 변호사님도 창작을 하며 성장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계획은요?

 생업으로 변호사 일을 꾸준하게 하며 시간을 잘 할애해서 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잘 표현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몇 가지 주제나 소재가 있는데 책으로 쓰려고 해요. 뮤지컬을 쓰며 각본의 세계에 들어오게 됐는데, 영화나 드라마 각본을 쓰는 일도 병행해보려 합니다. 적어도 한 10년 이상 해보고 싶습니다. 일회적으로 책을 한 번 두 번 쓰고 그칠 생각은 아니고요.

 

● 인터뷰/정리 : 서유경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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