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커뮤니티 회원의 저서
법정희망일기조정변호사가 써 내려간 미움과 용서, 그 경계의 순간들

“엄마는 그래도 엄마가 있잖아!”

 어느 지방법원의 조정실에서 젊은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조정실에 앉아 있는 사람은 새엄마와 의붓딸이다. 그런데,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속마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열 살에 새엄마를 만났어요. 무능한 아빠 대신 우리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셨죠. 그런데 아빠가 바람을 피워 이혼하게 되셨어요. 아빠가 위자료를 다달이 나눠 갚겠다고 하자, 엄마는 제게 보증을 서라며 각서를 내밀었어요. 돈을 갚지 않는 아빠 대신 아르바이트로 모아놓은 학비까지 드렸죠.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 엄마의 전화를 피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은행에서 압류가 걸렸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딸아이가 너무 예뻐서 내 자식처럼 정을 주며 키웠어요. 뼈 빠지게 고생만 하다 이혼 후 빈털터리로 집을 나서려니 기가 막혔어요. 그래서 딸에게 각서를 받은 거예요. 안 되는 걸 알지만 어쩌겠습니까. 친정을 찾아갔지만, 병든 친정엄마를 간병하며 일해야 했어요. 그나마 딸이 가끔 찾아와 용돈을 주고 가 힘이 되었는데, 결혼을 하더니 갑자기 전화를 안 받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가 친엄마라도 이렇게 했을까 생각이 드니 억울함이 복받쳐 그런 거예요.”

 법원에서 상임조정위원으로 일하는 안지현 변호사(저자)가 담당했던 사건을 각색한 이야기이다. 딸의 말을 들으면 딸의 심정이, 새엄마의 말을 들으면 새엄마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난감한 상황이다. 만약 내가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이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탁월한 법적 지식으로 이들을 설득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비상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자가 문제를 풀어간 방법은 이러했다.

 “한 사람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귀 기울여 듣기만 했습니다. 처음 두 사람이 마주한 조정실에서 운을 떼었을 뿐이죠. 이런 곳에서 만나실 두 분이 아니신데, 말 못 할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시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지요? 기록을 읽어보니 서로 애정을 갖고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화도 나는 게 아니겠어요? 어렵고 길게 재판을 하기보다는 오늘 잘 이야기해서 해결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과정에서, 딸이 오열하며 “그래도 엄마는 엄마가 있잖아!”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딸을 보며, ‘엄마 아닌 엄마’도 함께 눈물을 훔쳤고, 결국 서로 양보해서 합의하고 압류도 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세상의 다양한 다툼 속에서, 저자가 법원의 상임조정위원과 소년재판의 국선변호사로 일하며 느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MBTI로 좋은 법률가가 될 수 있을까?”, “현실판 <나의 아저씨> 속 지안을 만나다” 등 저자가 써 내려간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 보면,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무료급식소 ‘밥퍼’를 운영하고 있는 최일도 목사는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이 세상 가운데, 미움과 용서의 경계선에서 과연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디딜 것인지를 묻는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양희은, 서경석이 진행하는 ‘여성시대’ MBC 라디오 방송에서는 이 책을 소개하며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가정에서, 일터에서, 친구와 이웃 사이에서 싸움 말리고 화해시키는 조정위원들”이라고 말했다.1)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오게 된 법정에서, 사람들이 극적으로 화해하고 상대를 용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늘 분쟁의 한가운데 살아가는 변호사로서 실타래처럼 꼬이고 얽힌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함께 해답을 발견한다면, 타협 없이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 또한 희망의 일기를 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1) MBC 라디오 FM ‘여성시대’ 2023. 1. 27. <아침 창가에서> 코너 소개

공보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