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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선 김보미 변호사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선에서 상임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보미입니다. 주로 환경, 난민, 여성 인권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사단법인 선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사단법인 선은 인권신장과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법무법인(유) 원의 이념에 따라 2013년 설립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2명의 상임변호사와 1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선은 생태, 여성, Youth(아동 · 청소년 ·청년), 사회적 경제, 국제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공익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각 위원회에 속한 법무법인 원의 변호사들이 함께 소송 대리나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률지원뿐만 아니라 공익단체 후원, 장학사업, 봉사활동을 통해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 되어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익 인권 이슈인 기후위기와 생태 분야에 로펌 공익 법인 중 가장 먼저 주목하였고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 다른 공익인권 변호사단체들과는 차별화된 사단법인 선의 특징입니다. 제가 사단법인 선에 오게 된 이유도 이러한 활동을 함께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Q. 패션 기업의 재고 폐기 금지 입법 운동이라는 다소 생소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활동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저는 ‘다시입다연구소’ 및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과 함께 패션 기업의 재고 폐기를 막기 위한 법률 제정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패션 기업들은 팔리지 않은 새 옷을 일정 기간(한국평균 3년)이 지나면 매립하거나 소각합니다. 단지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한 번도 입지 않은 패션 재고들이 폐기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재고를 처리하는 것은 자원 낭비는 물론 심각한 환경 파괴를 야기합니다. 프랑스는 2020년 1월 ‘폐기 방지와 순환경제법안’을 통과시켰고, 이 법은 2022년부터 시행되어 2023년부터는 의류, 신발 등 팔리지 않은 패션 재고품의 폐기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팔리지 않은 재고는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도록 하여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을 막고, 자원을 사회에 순환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내 최대 패션 기업 대부분이 재고를 소각하고 있으나 폐기 현황에 대한 정보조차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패션 기업이 생산량을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어쩔 수 없이 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고 기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순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환경 오염을 막고 자원 낭비를 막는 것이 이 활동의 목적입니다.


Q. 이러한 활동은 생태 운동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을까요? 생태 운동이란 무엇이고, 거기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생태 운동의 사전적 정의가 “생산 활동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널리 알리고 인간의 생활 양식을 바꾸어 생태계와 조화된 사회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니 생태 운동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태 운동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 법을 위반하여 환경 파괴를 야기하는 기업을 상대로 법률에 위반된 사업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의 허가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할 수도 있고, 국민의 환경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NGO나 NPO, 소셜 벤처의 사업에 대해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도 있고, 기후 정의 활동가의 기후 정의 활동에 대한 소송을 대리할 수도 있고,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입법 운동에 법률전문가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우리나라의 생태나 기후와 관련해서, 시급한 현안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 것들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얼마나 유해한지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국가나 공기업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것에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더 이상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회사의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 추세인데,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화석 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가장 큰 축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생명다양성 보존입니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은 전례없는 속도로 훼손되었는데, 1970년 이후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의 개체수가 69% 감소했다는 통계가 대표적 예입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별개로 다뤄서는 안 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인간 중심적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모든 생명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진정한 기후위기 해결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보호구역에 케이블카를 만들고, 야생 동물이 살 수 있는 도심 속 미세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인간의 편의만을 위해 생물다양성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 밖에 난민 등 국제인권 분야에서도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 신앙이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혹독한 박해를 피해 대한민국에 온 사람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법률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난민신청자를 대리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거나 이의신청을 돕는 일입니다. 난민 신청을 하려고 하는 외국인에게 법률자문을 제공하기도 하고, 난민의 생존권 등을 침해하는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도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에 참여하여 난민의 인권 신장을 위한 제도 개선 활동도 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난민이주외국인특별위원회에 위원으로 활동하며 법조인으로서 난민이주외국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이나 사단법인 선의 다른 활동에 관하여도 설명부탁드립니다.

 선은 법률지원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매년 재단법인 ‘지구와사람’과 공동으로 지구법 강좌도 개최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으시겠지만, 그래도 하셨던 일 중에 특별히 더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신지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기후활동가들을 대리한 민· 형사 소송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활동가는 甲기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그린 워싱 을 비판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甲기업 본사 앞, 론사인(lawnsign)에 초록색 수용성 페인트를 뿌리고 반대 집회를 하여 집회시위법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지난 기일, 최후 진술에서 피고인들은 담담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들이 얼마나 기후위기를 진지하고 심각하게 느껴왔는지, 단식투쟁부터 이 사건 행동을 하여 검찰에 기소되기까지 피고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여느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지 얘기하였는데, 저도 이를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같은 청년으로 기후정의활동가들이 기후위기에 맞서 저항하는 것이 고마움과 동시에, 그들에게만 이 힘들고 무거운 짐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렇게 소송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자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왔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난민 신청자를 만났을 때 그분의 올곧은 자세와 당당한 태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었고, 결국 그분이 한국에서 난민인정을 받았을 때 정말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100년 전 미국에서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왜 공익인권변호사가 되고 싶었는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실감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Q. 일하시면서 애로사항이나 단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환경 소송 판결문이나 기후위기와 관련된 과학적 증명 자료, 난민들의 출신 국가 COI(Country of OriginInformation) 조사 자료 대부분이 영어여서 자료를 읽고 번역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곤 합니다.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이 약간의 애로사항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생태나 국제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변호사님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알려드리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먼저, 생태와 국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모든 변호사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공익 전담 변호사가 아니지만 본업에 더하여 관심있는 공익인권 분야의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계신 훌륭한 변호사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후 소송이나 난민 소송을 수행하고, 법률자문을 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차근차근 시작해보고 싶으시다면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거나 관련 학회 등에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후 소송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님들과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데 기후 소송을 공부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등 일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난민 지원 단체들과 함께하는 난민인권네트워크에서도 아주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나 변호사협회에 바라시는 점은 없으신지요?

 공익 인권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 지원센터에서 만든 법률지원 매뉴얼은 많은 변호사님들이 공들여 만들었고, 아주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매뉴얼을 잘 알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매뉴얼을 더 잘 홍보하고, 난민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직장갑질사건법률지원 매뉴얼, 장애인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등 분야별 매뉴얼의 내용에 대해서 특강도 열면서 공익 전담 변호사는 아니지만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싶은 변호사님들이 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같습니다.


Q. 앞으로 변호사님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새내기 변호사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기후 소송과 난민 법률지원 활동을 하며 실력 있는 변호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기후 문제는 인권 문제”라는 것에 공감하며 기후정의 활동가들의 캠페인에서 변호사가 필요할 때, 거뜬히 제 몫을 다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기후 소송이나 기후위기에 저항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소한 계획으로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채식을 해온지라 채식하는 법조인 모임을 만들어보고도 싶습니다(웃음).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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