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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손자녀의 공동상속 여부[대법원 2023. 3. 23.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승계집행문부여에대한이의]

사안의 개요

 망인은 아내와 4명의 자녀 및 손자녀(만 18세, 만 10세)를 두고 사망하였다. 사망 후 아내는 상속한정승인을 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다. 망인의 채권자는 망인의 아내와 손자녀들이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고 하여 망인에 대한 확정판결에 관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손자녀들은 망인의 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원심인 부산지방법원은 종래 판례에 따라 승계집행문 부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종래 판례를 변경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종래 판례 및 문제점

 기존에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는 점에 근거하여(대법원 2006. 7. 4. 2005마425 결정 등 참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는데(민법 제1043조),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이 서로 다른 계통의 상속이라고 전제하고, 민법 제1043조의 적용 대상인 다른 상속인에서 배우자를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위 판례에 따르
면, 공동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들 중 배우자와 장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차녀가 단독상속인이 되지만, 장녀와 차녀가 상속을 피고하면 손자녀가 배우자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것으로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등의 문제가 있다(대법원 2023. 3. 23. 2020그42 판결).

 

이 사건 판결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민법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되는 특별한 상속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상속에 관한 구 관습도 배우자가 일정한 경우에 단독상속인이 되었을 뿐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보면,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② 공동상속인 중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 소급하여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고 그의 상속분은 나머지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되는데, 공동상속인에는 배우자도 당연히 포함되므로,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상속분이 남아 있는 다른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는 것이다. ③ 채무상속을 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공동상속인 중한 사람만 단순승인 또는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것은 채무 상속의 효과를 상속인 한 사람에게만 귀속시키고 나머지 상속인은 모두 상속채무에서 벗어나려는 의사와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손자녀 등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당사자들의 의사나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 반한다고 보았다. ④ 종래 판례 이후의 실무례를 보더라도 판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확연하다고 보았다.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이후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고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민법 조문의 문언 및 체계적 · 논리적 해석, 채무상속에서 상속포기자의 의사, 실무상 문제 등을 종합하여 종래 판례를 변경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검토

 본 판결은 예상치 않게 손자녀에게 빚이 대물림되는 위험을 막고, 무용한 법률절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더욱이 공동상속인의 범위를 해석할 때 배우자를 혈족과 구분하지 않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배우자의 상속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무 초과 상태일 뿐 아니라 적극재산이 더 많은 경우에도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이므로 달라진 상속 법률관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희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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