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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기원

 책 제목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한 진부한 이야기들, 예를 들면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 ‘작은 성취감을 느껴보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등과 같은 명제들이 유명한 심리 실험들에 의해 증명되었다며 지금 당장 실천해 볼 것을 권유하는 뻔한 전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책꽂이에서 꺼내 책장을 스르륵 넘겨볼 때까지도 이 책을 완독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다시 책장에 꽂아두려던 순간, 책의 뒤 표지에 쓰인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뇌 속에 설계된 행복의 진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여타의 행복 도서들과는 달리 행복에 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의 목적, 또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행복’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는 ‘행복이 최선의 선이고 존재의 최종적인 이유와 목적이 행복’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으로 대변되는 철학적 관점에 기반한 답변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상이 상당히 인간중심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며 행복을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볼 것을 제안한다.

 행복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보다 동물적 본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 역사 전체를 1년으로 압축하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이고 나머지 364일 22시간은 싸움과 사냥, 그리고 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인간의 뇌는 600만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생존경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전적 정보가 새겨진 ‘생존 지침서’로서 기능해 왔고 아직 현대 문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동물도 다윈의 진화론에서 예외일 수 없다. 진화론을 거칠게 요약하면 생명체가 가진 모든 특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는 포식자의 눈에 잘 띄어 생존에는 방해가 되지만 암컷을 유혹하는 번식을 위한 도구라는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창의성이나 도덕성 같은 인간의 마음 또한 공작새의 꼬리와 마찬가지로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한다.

 인간의 행복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일까? 인간이 음식을 먹을 때, 데이트를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들이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는 타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을 만날 때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또한 생존에 필요한 행위들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하므로 쾌감 수준이 금방 원점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문장이 이를 잘 설명한다.

 행복은 추상적 가치 또는 이상향이기 때문에 항상 추구해야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인간, 특히 뇌가 느끼는 구체적 경험이라는 관점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까닭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러 도덕적 관념 때문인 걸까. 화목한 가정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오는 행복,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며 느끼는 행복은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확실히 여타의 행복 도서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를 묻지 않고, ‘인간은 왜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구체적 경험이며, 이를 하나의 사진에 담는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는 나 자신, 정확히는 나의 뇌가 어떤 경험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자세히 관찰해 보아야겠다. 그런 경험들로 하루하루를 채운다면 어느 순간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일단 오늘만큼은 저자의 추천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감을 느껴보도록 하자.

문윤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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