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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주 전 서울고등법원장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의 간단한 약력 및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서울지방변호사회보의 인기 코너인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83년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하고 해군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1986년 9월에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발령받았습니다. 이후 여러 법원의 판사, 부장판사, 법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서울고등법원장까지 역임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고등법원장을 마치면 퇴임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저는 정년까지 판사로 일하고 싶어 파주시법원에서 4년간 원로법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월 말에 36년 5개월의 법관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하였습니다.


Q. 1986년에 판사로 법조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으셨습니다. 특별히 법관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릴 적부터 특별히 큰 포부나 사명감이 있어서 특별히 판사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충남 예산이라는 소도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는데 고2 때까지는 종교나 철학 같은 형이상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3이 되어 진로를 결정할 때가 되자 부모님의 뜻, 집안 형편 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법관이 되면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저의 적성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되어 법대를 가기로 결정했고, 다행히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법관생활이 정년까지 이어져 제 천직이 되었으니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죠.


Q. 30년을 넘게 판사 생활을 마치시고 올해 변호사로 개업하셨는데요, 중간에 퇴직을 하실 생각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법관직이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어서 경제적 문제도 없지 않았고 외부의 유혹도 있어서 퇴직을 고민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저는 재판하는 것이 무척 좋았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어서 정년이 될 때까지 법관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정년까지 법관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제 가족이 경제적인 풍족함보다는 남편이,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준 것에 대해 정말 많이 고마웠습니다. 이러한 저의 고마운 마음을 공개적으로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도 제가 정년퇴임식을 수락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판사 생활 동안 다루신 사건 중 변호사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할 만한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판사로 일하는 동안 어떠한 사건이 변호사들의 흥미를 끄는 사건인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거대 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사건에 많은 숫자의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고 변호사들은 이러한 사건에 흥미를 느끼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건은 춘천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일할 때 맡았던 살인사건입니다. 당시는 살인사건에서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사형이 확정되면 실제로 집행되던 시절이었는데 증거가 충분한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죄질도 매우 좋지 않은 사안이어서 사형과 무기징역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무척 고민이 되는 사건이었죠. 그래서 비주심 배석판사도 주심판사와 똑같이 기록을 보게 하고 합의를 하였는데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결국 상소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 피고인이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안도한 적이 있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Q. 길었던 법원 생활을 자평하면 어떤 법관이셨습니까?

 저는 법관생활을 하면서 사실관계 확정이 가장 힘들었는데 이는 대부분의 다른 법관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 일어난 사실관계에서 가장 먼 위치에 있는 법관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절차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본적인 절차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절차규정 준수 등 기본에 충실한 법관이었다고 감히 자평하고 싶네요.


Q. 변호사 수가 급증하는 현실에 대하여 가지시는 문제의식이 있으실까요?

 제가 법원행정처에서 심의관으로 일할 때 로스쿨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변호사 수가 부족하고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였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급격히 수를 늘리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은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가 가져올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하여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과거의 제도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결국 변호사 직역의 확대와 시장의 여건 조성이 시급할 텐데 쉽지 않은 문제들이죠.


Q. 법조인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덕목이나 명제가 있으신지요?

 저는 절차규정의 준수를 중시하는 연장선상에서 선입견을 배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씩의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고 법조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훌륭한 법조인, 특히 법관이라면 의식적으로 선입견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조인이 사건의 특수한 면이나 당사자의 특수한 처지 또는 감정에 빠져들어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면 균형감각을 잃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법관은 물론이고 모든 법조인에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법조인이 아닌 ‘인간 최완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대답하기 너무 어렵고 두려운 질문이네요.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 유수부쟁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으뜸의 선은 물과 같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죠.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공을 내세우지 않는 물과 같이 사는 삶을 소망하고 있기에,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감히 물 수(水) 한 글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Q. 프로필상 취미는 바둑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둑은 변호사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저에게 바둑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릴 적에 제가 아버지께서 바둑을 두시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흥미를 나타내자, 아버지가 저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 아버지는 당시 여느 아버지들처럼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엄하셔서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웠지만 바둑을 가르쳐 주실 때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로 변모하셨죠.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버지와 바둑을 두면 서먹하던 사이도 부드러워지고 이런저런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어 부자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바둑이란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추억이지요. 요즘은 바둑을 두지 않은 지가 10년도 훨씬 넘어서 취미라고 내세우기는 쑥스럽네요.


Q.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바둑대회를 열곤 하는데 참가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오래전에는 연수원 동기 바둑대회가 열리면 참가하여 꽤 좋은 성적을 올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바둑을 두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실력도 부족하여 참가하면 민폐가 될 것 같네요. 그렇지만 시간이 된다면 다시 실력을 닦아 참가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꼽으라면 결혼하기 전에는 부모님이었고 결혼 후에는 제 아내와 아이들이죠. 제 부모님은 집안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교육열이 굉장히 높으셨습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성실하게 사시면서 노력의 가치와 화목한 가정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은 가르침을 주셨죠. 힘든 와중에도 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고 믿어주신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가르침 덕분에 저도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Q. 후배변호사들에게 특히 하시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변호사등록을 한 지 두 달 남짓 된 새내기 변호사라 변호사로서 드릴 말씀은 별로 없네요. 다만, 법관으로 재직할 때 가끔 법정에서 법리싸움보다는 감정싸움에 치중하시는 변호사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상대방의 법리주장을 공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변호사나 당사자의 인성 또는 인격을 비난하면 비난받는 상대방이 아니라 비난하는 본인이 법관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아무리 사건이 중요하고 의뢰인에 감정이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잃지 않는다면 변호사 자신에게는 물론 의뢰인에게도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Q. 끝으로 향후 변호사님께서 앞으로 꼭 이루고자 하시는 것이 있나요?

 변호사로서 필생의 목표라고 할 것은 아직 생각해 본 바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 10여 명의 동료변호사와 함께 이른바 부티크 로펌을 꾸리는 중인데 그 로펌의 규모를 크게 키우기보다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믿을 만하고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명품 부티크 로펌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저의 목표이고 소망입니다.

 

● 인터뷰/정리 : 이윤우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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