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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압수수색과 수사 지연

 회사원 나미는 퇴근길 버스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린다. 스마트폰을 주운 준영은 나미의 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뒤 돌려준다. 나미의 스마트폰으로 취미, 취향, 직업, 동선, 경제력, 인간관계 등 그의 정보를 모은 뒤 나미에게 접근한다. 스마트폰을 돌려받은 뒤 나미의 평범했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편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지만은 사건 현장에서 연락 두절된 아들 준영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으로 그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올해 2월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줄거리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모습은 요즘 뉴스 단골 소재지만, 그만큼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개인정보의 집합체가 된 상황을 감안해 대법원에서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검찰이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는 정보저장매체와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대상 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도록 합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스마트폰 등을 압수수색했을 때, 범죄와 무관한 피의자의 개인정보나 제3자의 사생활 정보까지 획득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죠. 

 좋은 의도지만 수사 지연 우려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은 해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일부 찬성을 하면서도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 · 수색 · 검증 영장청구서에 해당 전자정보가 저장된 정보저장매체와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대상 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는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될 경우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통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색어를 제한함으로써 영장청구서 기재 당시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검색어로는 범죄 사건과 관련이 있는 정보임에도 검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디지털 정보와 관련해 수사 지연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 A사의 경우, 지난해 말 이미 검찰이 A사 본사를 압수수색했지만, 아직 기소 여부를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디지털포렌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미징 작업을 하는데 일일이 변호인들이 참관하는 데다, 변호인들이 사정이 생겼다면서 디지털포렌식 참관 시일을 미루기도 했다는 게 해당 수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물론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입니다. 이를 보장하면서도 적시에 수사를 마치고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것이 수사기관이 갖춰야 할 능력일 것입니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서부터 검색어를 제한하는 등의 제한을 한다면 수사 지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 기관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내외부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습니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지난 5월 1일 전국 영장전담판사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실제 영장심사를 심리하고 발부 · 기각 결정을 하는 판사들이 실무상 문제점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또 6월 2일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가 형사소송규칙 개정에 대한 세미나를 마련했습니다. 비단 판사들과 형사법 학자들뿐 아니라 검찰, 경찰, 국회 조사관, 변호사 등 관련 종사자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법원행정처가 당초 계획한 대로 6월 형사소송규칙 개정 시행을 강행하지 않은 점, 뒤늦게라도 검찰 · 경찰 등 수사기관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기로 한 점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법원행정처가 수사기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결론을 내놓길 바라봅니다. 

이윤식 매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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