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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변호사 인터뷰

“돌이켜 보면 나에게 관계는 대화의 질로 규정되어 왔습니다” 
- 『대화의 밀도』, 여는 글 중에서

류재언 변호사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협상’과 ‘대화’이다. 2018년의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은 합리적인 이성의 언어를, 2023년의 『대화의 밀도』는 따뜻한 감성의 언어를 지향한다. 색감이나 온도에 있어 차이가 큰 듯하나, 결국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기 위해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Q.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과 『대화의 밀도』를 출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첫 책인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의 경우, 한국인의 입장에서 제대로 쓴 협상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까지 국내에 나온 협상책은 거의 대부분 미국 백인 남성의 입장에서 쓴 외국서적을 번역한 것이었죠. 이번에 나온 『대화의 밀도』의 경우, 관계는 결국 대화의 질로 규정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대화의 밀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챕터는 바로 ‘상어식 대화와 고래식 대화’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부드러운 고래식 대화법” 문구는 삼성 전 계열사 100만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로그인 화면으로 사용된 것으로 유명하지요.

 어느 날 아침 제일기획에서 연락이 왔어요. 삼성 전 계열사 임직원이 사용하는 KNOX PORTAL 로그인 화면에 『대화의 밀도』를 인용해도 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정성껏 그려진 고래 일러스트까지 보여주면서요. 제가 생각한 고래의 이미지와 참 어울렸죠.
 
 고래란 동물을 떠올려 보세요. 일단 엄청 크고요. 공격적이지는 않은데, 묵직한 내공이 느껴져서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다른 고래와도 잘 어울리고요. 대학생 때부터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내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이 생각을 대화 방식과 연결해서 글로 썼는데, 많이들 공감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만큼 상어식 대화가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합니다. 

 변호사들도 ‘상어식 대화’에 처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분쟁을 다루다 보니 서로 날이 서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상대가 공격적이라고 해서 매번 나도 똑같이 ‘상어’가 될 것인가? 그렇게 제로섬 게임의 감정싸움을 하게 되면 결과도 관계도 안 좋게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Q. 매일 아침에 글을 쓴다고 하셨는데, 책을 내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개인적으로 글쓰기는 가장 적극적으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 아침 일찍 출근해서 글을 씁니다. 한 가지 원칙은 이메일 로그인을 하기 전에 글을 쓴다는 것이에요. 경험적으로 이메일에 로그인하는 순간, 제 시간은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새벽에 출근해서 업무 시작 전까지 매일 꾸준히 글을 씁니다.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을 출간한 지 5년째입니다. 이제는 의뢰인들이 저를 찾아오실 때 이미 ‘협상’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예컨대, ‘볼보(VOLVO)’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안전’을 떠올리듯, 변호사들도 각자에게 어울리는 하나의 수식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업에 재직 중인 지인이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워크샵이 몰입감과 박진감이 넘치고 매우 유익하다며 강력하게 추천해 줬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보통 변호사를 떠 올리면 법정에서 멋지게 변론하는 장면들을 많이 떠올리시잖아요. 하지만 법정에서 소송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 협상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독일 기업 BASF의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면서, 협상테이블에 들어설 때마다 너무 떨리고 긴장되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협상 분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어요. 합작법인 설립 관련 협상에 투입되었는데, 아무도 협상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지 않더라고요. 수차례 식은 땀 나는 협상을 경험한 후, 협상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2016년 하버드 로스쿨의 협상프로그램(PON)에 참여했는데,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국 변호사들이 13살 ~ 15살 때 처음 협상을 배우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는 필수과목으로 협상을 공부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한국 현실에 맞는 협상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2016년부터 8년간 기업 협상 실무자들을 위한 협상력 강화 워크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EBS, SBS,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윌라 등과 같은 콘텐츠 기업들과 협상 콘텐츠를 공동개발하고 있고, 〈협상가 류재언〉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니 의뢰사건도 주로 협상 관련 자문 건들이 주를 이룹니다. 경영권분쟁 사건과 투자계약 자문, M&A 자문 및 합작투자법인 설립 자문 등 세밀하고도 신중한 협상전략이 필요한 케이스들을 주로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Q.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과 함께 세바시 협상스쿨을 수년째 운영하고 계시는데, 실제 기업 임직원 협상력 강화 워크샵을 진행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뛰어난 리더들은 임기응변으로 협상을 하지 않습니다. ‘초전설득(PRE-SUASION)’이란 개념처럼, 그들은 협상 테이블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자기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거든요. 제가 운영하는 협상 워크샵은,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 리더들에게 NPS(Negotiation Preparation Sheet)를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협상을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수차례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실전 케이스에 적용해 보게 합니다. 

 제일 많았던 반응은 “그동안 본능과 직감으로만 협상을 해왔는데, 협상 워크샵을 통해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과 시스템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것입니다. 협상이란 것이 결국 경험 집약적 역량인데, 이렇게 협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보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경험을 수차례 반복하며 윈-윈(win-win) 협상을 이끌 수 있게 됩니다. 


Q. 의뢰인들이 변호사와 대화를 나눌 때 고충을 겪기도 합니다.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나은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뢰인은 왜 변호사와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할까요? 변호사님들의 논리, 수치, 법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이미 충분하시거든요.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감정의 영역인 것 같아요.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에 절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죠. 변호사와 의뢰인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정보와 논리, 법리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약간의 감정적 지불로 먼저 호감을 갖게 하는 대화의 오프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호감을 기반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설득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화 초반에 5 ~ 10% 정도의 시간은 의도적으로 감정적 공감과 정서적 친밀감을 쌓는데 투자하시길 권해드립니다. 


Q. 『대화의 밀도』에서는 이상적인 대화의 비율은 말하는 것이 3, 듣는 것이 7이라고 했어요. 의뢰인과 변호사가 대화할 때도 유효할까요? 

 대화학자들은 이상적인 대화의 비율은 3 대 7이라고 해요. 즉, 내가 3 정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7 정도 들어줄 때, 상대의 정서적 만족감을 이끌고 나에게도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죠. 이는 변호사의 대화에도 적용된다 생각해요. 물론, 사건의 성격이나 의뢰인의 성향에 따라 변호사의 대화 비중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5 대 5는 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정리되는 부분도 있고 감정적으로 풀리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정보와 니즈를 파악하기에도 유리하고요. 어쩌면 ChatGPT 시대를 맞는 변호사에게,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경청이야말로 우리가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중요한 차별화 지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Q. 류 변호사님, 마지막으로 좋은 대화와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비결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복기하는 습관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세돌 전 바둑기사는 바둑 AI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연속 세 판을 패한 상황에서도 그날 새벽까지 복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이세돌은 알파고를 이긴 마지막 인류로 남게 되었지요.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실 텐데, 출퇴근 시간 5분만 할애해서 전날의 대화와 설득 장면을 떠올려 보고 개선점을 찾는 습관, 이 복기하는 습관이 좋은 대화와 성공적인 협상을 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것 같아요.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님들 모두 원하시는 결과와 사람까지 얻어 나가는 성공적인 협상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쓰는 남편을 존경합니다.”

 『대화의 밀도』 출간기념회 때 아내 서한이 씨가 차분한 어조로 남긴 말이다. 이때 ‘가장 가까운 사람인 자신의 아내에게서 존경을 받는다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류재언 변호사를 인터뷰하기로 결심한 계기였다. 류 변호사는 한 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집중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진정성 있게 전해주었다. 인터뷰를 마쳤을 때, 밀도감 높은 책 한 권을 숙독한 것 같이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차오르는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랬다. 나는 류 변호사와 ‘고래식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 인터뷰/정리 : 서유경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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