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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정 기자 인터뷰

Q.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테크놀로지 전문 기자 류현정입니다. 2002년도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조선비즈 창간 멤버로 합류했고 IT과학 부장, IT조선 본부장, 조선일보 디지털 기획팀 팀장 등을 맡았습니다. IT 취재와 미디어 기획, 컨퍼런스 기획 등에 특화한 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인상 깊은 취재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6년 바둑 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꼽을 수 있어요. 당시 시합을 취재하는 현장 기자였어요. 세기의 대결을 일분 일초 목격하니, 아무리 잠을 못 자도 잠이 오지 않았고 끼니를 걸러도 배고프지 않았어요. 이세돌 프로의 첫 경기 패배 이후 귀가했더니 태어난 지 10개월 된 딸이 방긋 웃는 거예요. ‘우리 딸은 인공지능과 평생 살아가겠구나’ 생각했는데, 짧은 생각이었죠. 다음 세대가 아니라 바로 현재 인류 모두가 인공지능과 살아가게 되었으니까요.

 2018년 에스토니아 취재도 기억에 남아요. 러시아의  속박에서 벗어난 인구 130만 명의 작은 국가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혁신을 이룬 모습이 퍽 인상 깊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국민을 대상으로 전자투표 실시, 외국인들의 전자영주권 제도 도입, 전자서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등 디지털을 통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었어요. 에스토니아는 결혼, 부동산 거래를 제외하고 공공 서비스의 99%를 온라인으로 제공해요. 한 국가가 가난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뇌물로 움직이는 사회, 다시 말해 성과를 낸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악순환 때문일 거예요.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 고리를 끊어버린 거였습니다.

 당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그 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가장 젊은 대통령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였어요. 제가 출장을 다녀온 후 얼마 안 되어 케르스티 칼률라이드가 한국 국회에도 방문했습니다. 그는 정부 관료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술을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합법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어요. 기회가 되면 에스토니아에 꼭 가보세요. 생각의 지평이 넓어져요. 에스토니아엔 1260년대 세운 거대한 성벽과 교회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있어요. 13세기 융성했던 해상 무역의 흔적들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실리콘밸리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2019 ~ 2020년 실리콘밸리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발발 직전이었지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들과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인 창업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문화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대체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팀장이 팀원들의 성장을 독려하고 직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세상이 IT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적 흐름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성과를 내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창조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만 해도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한국 기술자들은 인텔, 퀄컴 등 미국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데 만족했습니다. 최근엔 창업도 많이 하고 후배 창업자들의 멘토링도 많이 해줘요. 이런 도전들이 K 스타트업을 융성하는 데 또 다른 젖줄기가 될 거예요.

 다만, 코로나 시기 실리콘밸리 기업에 낀 거품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어요. 락다운으로 집에만 있었던 사람들이 디지털 서비스를 많이 사용했는데, 엔데믹이 되면서 사용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반 기업의 가치는 유동성 영향으로 심하게 부풀려져 있었어요. 영업 이익이 나오지 않더라도 투자받은 돈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스타트업도 요즘엔 많이 어려워졌어요.

 앞서 언급한 대로 실리콘밸리가 창조한 독특한 컬쳐 파워가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 역량 우위는 계속될 거예요. 하지만, 당분간 대량 해고 등의 칼바람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봐요. 하나 더 있네요. 인공지능의 발흥으로 출혈 경쟁도 불가피하겠습니다. 


Q.  현재 인공지능 기술 현황은 어떠한가요? 앞으로 어떤 변화를 예측하고 계신가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아시나요? 이 분은 자신의 나이 90세인 2045년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것으로 확신하고 하루에도 영양제 100알씩 챙겨 먹는다고 해요(그때까지 생존해 있으면 영생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특이점은 인류의 힘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초지능의 탄생’ 시점을 말합니다.

 이 커즈와일이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 ‘체스판 후반부’로 비유한 적이 있어요.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쌀 한 톨, 두 번째 칸에 쌀 두 톨, 세 번째 칸에 쌀 네 톨, 네 번째 칸에 쌀 여덟 톨... 이렇게 2배씩 올려보세요. 작은 숫자들이 체스판의 후반부, 즉 32번째 칸을 지나면 40억 톨이 되어요. 33번째 칸에는 80억 톨이 되겠지요. 고대 황제가 체스 발명가한테 이런 식으로 보상을 해줬다가 파산했다는 것이지요.

 지금 기술 수준이 32번째 칸에서 33번째 칸으로 넘어가 빠른 시간 내 엄청난 진보를 이루는 체스 후반부에 있어요. 올 초부터 인공지능 개발 역사상 가장 뜨거운 일주일, 한 달, 3개월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이 “지난 20년이 어메이징했다면, 다음 20년은 공상과학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제1의 기계 시대가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체했다면, 체스 후반부인 제2의 기계 시대엔 인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하겠지요. 19세기 철도 노동자 존 헨리가 증기 드릴과의 대결에서 간발의 차로 이겼지만 결국 숨을 거둔 것(19세기 후반에 발표된 소설  『존 헨리의 전설』)처럼 21세기 지식 노동자가 제2의 기계 시대를 막으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기자께서 모든 웹사이트는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크게 공감합니다. 웹사이트뿐일까요? 디지털 세상뿐만 아니라 교 
육, 채용, 근무, 복지 등 사회 전반이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할 거예요.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현재 아이들이 받는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의 눈으로 보면 행정의 비효율도 심해요. 정치를 잘은 모르지만, 정치도 가능한 부분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게 나을 듯싶어요.


Q.  인공지능 발전과 관련하여 변호사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의존하다가는 인공지능에 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을 잘 다루려면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챗GPT도 인간이 얼마나 높은 질문 역량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값을 내놓습니다.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마스터(대가)’가 되어야 하는 역설입니다. 40대, 50대 변호사들은 인공지능이 미약한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덕분에 AI 변호사들한테 질문하고 명령할 수 있는 역량과 스킬을 갖추게 되었죠. 20, 30대 변호사들은 이 역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거예요.

 기본적으로 코딩 언어도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딩을 짤 필요는 없겠지만, 코딩 언어를 이해하면 인공지능에 업무를 지시할 때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세상 전반의 지식에 대한 소양(지식의 연결)과 영업 네트워크(사람의 연결) 역량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디지털 전략을 맡으면서 현대 스토리 기업들의 성공 비결과 전략을 찾아보게 됐어요. 〈아하!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데요, 10회 연재를 마무리하면 책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공지능 담당 에디터를 신설했다고 해요. 인공지능을 경제, 사회, 기술에 맞먹는 중요한 취재 범주로 본 것입니다. 20년 동안 IT 분야를 취재해 왔지만, 인공지능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디지털 세상에 가짜가 너무 많이 넘쳐나 사실 찾기(팩트 파인딩)가 더 어려워질 겁니다. 그만큼 팩트(사실)와 오리지널의 가치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저널리즘 가치를 높이는 미디어 혁신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질 예정입니다.

 

● 인터뷰/정리 : 이희숙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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