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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죄인인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이하 ‘유우성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에 발생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여동생 유가려를 불법감금하고 협박하고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동생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그런 일을 저지른 국정원 수사관들은 그런 일은 없었노라, 재판에서 위증까지 저질렀다. 

 이제는 현역 국회의원인 당시 민변의 변호사 김용민은 재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우성과 함께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부터 현재까지의 치열했던 10년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유우성 사건은 이미 최종심까지 결론이 나왔다. 사건의 당사자 유우성은 간첩혐의를 벗었고, 국정원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으며,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최초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보복 기소)도 인정되어 형사소송법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저자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가? 

 검찰은 유우성 사건 재판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위조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다. 첫 번째 위조 증거는 유우성의 북한 출입경 기록이었고, 두 번째는 유우성 출입경 기록이 위조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출입경 기록의 발급처로 기재되어 있던 중국 화룡시공안국 명의의 발급 확인서까지 추가로 위조하여 법원에 제출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검찰이 위조 증거를 제출했음은, 창피하게도 해당 문서가 위조임을 확인해 준 중국 당국의 사실조회 회신문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변호인단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위조 증거를 제출한 검찰에 해명과 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들은 침묵했다. 

 당시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간첩 증거는 외교 경로로 받은 문서이며, 이들 문서가 위조라는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중국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결국 위조문서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우성 사건 2심 재판이 무죄로 선고되고 2주 뒤인 2014년 5월 9일, 검찰은 유우성에게 새로운 혐의를 씌워 보복 기소를 단행했다. 2010년 3월 29일에 서울동부지검에서 불기소한 사건을 4년 만에 다시 들고나왔다. 검찰에는 이전에 불기소한 사건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재수사하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이 있었고, 유우성 보복 기소의 경우에도 새로운 증거는 없이 일방적인 고발과 검찰발 기사뿐이었기에, 이후 보복 기소 재판은 검찰의 공권력 남용이라는 사상 초유의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유우성은 2013년 1월에 간첩 혐의로 긴급체포되었지만 2015년 10월에 3심 최종 무죄 확정되었고, 동시에 검찰의 보복 기소로 2014년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역시 2021년 10월 대법원 선고로 최종 무죄 확정되었다. 하지만, 증거를 조작해 유우성에게 간첩 혐의를 씌운 국정원은 직접 일을 진행한 수사관들과 조선족 협력자들, 그리고 중간 간부 일부만이 처벌을 받았고 기소되었다. 기소된 인원만 총 11명이다. 하지만 대부분 집행유예 혹은 무죄로 판결이 났으며, 증거 조작을 지시한 국정원의 윗선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조작을 알고도 묵인 혹은 방조한 검찰은 어떠한가? 보복 기소의 공권력 남용이 인정되었음에도 놀랍게도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접 재판을 진행한 담당검사들은 정직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을 뿐이고, 보복 기소를 단행한 담당검사들은 공수처에 직권남용혐의로 고소되었지만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되었다. 보복 기소 3심이 2021년에 끝났는데도 공소시효는 지났다고 본 것이다. 국정원의 조작을 몰랐다는 것이 그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 사건에는 분명 피해자가 있고, 이 피해자는 지난 10년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끝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변호사로서의 김용민에게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재판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이 사건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과거의 성공한 경험을 딛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여전히 제자리를 맴돈다. 그리고 질문한다. “누가 죄인인가?” 

 이 책에는 이 사건을 조작한 범죄자들의 죄상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자세히 설명된 증거 조작은 모두 재판에서도 인정된 행위들이다. 저자 김용민은 당대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언젠가 이들에게 법적 · 사회적 ·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건 관련자 몇 사람만 처벌하고 쉬쉬 넘어가면 이 사건은 끝나는 것인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조작 · 지시한 윗선의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 한, 이 사건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고정욱 변호사
● 법무법인(유) 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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