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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평가 방법, 아직도 맥브라이드?

 여러 가지 질병이나 손상에 대하여 최선의 치료 후에도 후유장애가 남을 수 있다. 손상당한 신체가 손상 전과 같이 복구되지 않은 신체적 불완전함에 대하여 어디까지 장애로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지를 판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의 정의와 범주는 국가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여건과 수준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손상 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아쉬움에 대하여 재정적 보상을 받고자 하는 환자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자 하는 재원 관리자의 입장 사이에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재원이 무한하여 환자가 원하는 대로 보상해 주면 간단한 일이지만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정된 재원을 분배함에 있어 더 불편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임상적으로 남게 된 장애 정도를 수치화 하였을 때 5%의 장애가 남은 환자가 10%의 장애가 남은 환자보다 장애 정도는 적은데도 더 높은 보상을 받는다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장애를 과장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장애 정도의 추정은 의사가 하여야 하는데 무조건 환자에게 유리하게 판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공정”보다는 “안일함”이다.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아 고갈된 재원의 부족분은 결국 또 다른 보험 가입자가, 국민이, 사회가 부담하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보상심리는 치료 결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잘 치료되어 고통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환자 입장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 장애판정에 있어 보상을 책임질 기관의 입장에 치우쳐도 안 되지만 보상을 더 받고 싶은 피해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도 전문가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져버리는 것으로 올바른 전문가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최근 장애판정에 불만을 가진 환자가 의사에게 칼부림을 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하였다. 인터넷에는 의사가 보험사로부터 로비를 받아 장애평가가 편향되었다는 불만이 많지만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오해는 추정된 장애율이 의사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이는 장애판정자의 역량 문제 외에도 장애판정 기준안의 부재가 큰 원인이다. 장애평가기준이 애매하면 이를 근거로 한 판정 결과 또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애판정기준의 부재”는 “법전 없이 내린 판결”과 같은 것이다. 

 현재 장애판정 기준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맥브라이드 방식은 미국의 맥브라이드라는 정형외과 의사가 1936년에 초판을 발행한 것으로, 1963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 이 기준안(1)이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주로 인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형외과가 아닌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학협회(AMA ;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는 1956년 신체장애등급위원회를 구성하고 1958년부터 1970년까지 무려 12년에 걸쳐 분과학회별로 미국의학협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해당 분야의 신체장애판정 평가방법에 관하여 13개의 독립적인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이후 1971년에 60명의 학자들의 공동저술로 『신체장애 평가지침』을 발행하였으며 이후 수차례에 걸쳐 수정하여 2008년에 6판을 발행하였으나,(2) 발간 8개월 만에 50쪽에 달하는 많은 수정이 가해질 정도로 미진한 부분이 많았으며 
이후의 개정판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AMA 방식은 수차례의 개정 작업을 거쳐 언뜻 보면 이상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일 것 같으나 실제적으로는 개정판마다 변화가 커서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산출된 최종 장애율이 오히려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도 16개 주에서는 AMA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는 주에서도 3판, 4판, 5판, 6판을 각 주마다 다르게 선택하여 사용하는 실정이다.(3) 국내에서도 AMA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너무 복잡하고 우리 현실과 맞지 않아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하지 절단 후 의족 사용의 불편함도 좌식 생활을 하는 한국인과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 서구인은 같지 않을 것이다. 장애 정도의 추정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발가락 절단으로 인한 보행 장애는 5% 장애일까? 10% 장애일까? 절대값으로 정할 수 없는 것이다. 외과적 장절제술 후 장루백(colos-tomy bag)을 차고 생활해야 하는 환자와 엄지발가락 절단 환자는 누가 더 장애가 크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상대적 장애 정도를 정하는 것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하나의 통일된 안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장애평가기준안을 마련하고자 대한의학회에서도 2011년 AMA식 평가법을 근간으로 『장애평가기준-해설과 사례 연구』란 책자를 발간한 바 있고(4) 2016년 9월 『장애가기준과 활용』이라는 개정판을 발간하였으나 실제 적용 시에 여러 문제점이 있어 현재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 어렵게 마련한 새로운 장애기준안이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최종 장애율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개정된 장애평가안이 기존에 주로 사용되고 있던 평가 기준과 장애율의 괴리가 커서 새로운 기준안의 적용 시 사회적 저항이 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방식대로 적용할 경우 10%의 장애가 추정되지만, 새로운 평가방법에 의하면 20%로 증가하던지 반대로 5%로 반감하면 이해 당사자 모두를 납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장애판정 건수의 약 50% ~ 60%는 사지와 척추 분야이며 이와 가장 관련이 있는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는 두 차례의 장애평가안을 마련하여 출판하였으나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사용되지 못하고 사장(死藏)되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장애평가안은 사실 불가능할 것이다. 60년 전에 마지막 개정된 맥브라이드 장애평가기준은 불합리함이 많지만, 국내에서 대부분의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장애평가기준으로 본래의 맥브라이드안의 직업계수를 단순화하고, 연령 적용을 하지 않으며 한시장애와 준용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나름 국내에서 적용방법을 조금씩 현실화하여 이제는 자연스럽게 대표적 장애평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현실과 맞지 않는 항목과 장애율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는 사지와 척추 분야만을 대상으로 맥브라이드 장애평가안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여 2020년 10월에 『맥브라이드 장애평가의 새로운 이해 -상하지 및 척추-』라는 책자로 출판하였다.(5)정형외과 분과별 대표 25명이 2018년 말부터 깊이 있게 논의하여 가급적 맥브라이드안을 변형시키지 않되 대표적인 모순점들은 개선하였다. 60여 년 전에는 시행하지 않아 기재되지 않았던 항목(예를 들면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추가하였다. 맥브라이드 직업계수는 주로 옥외 근로자의 직업계수만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옥외 근로자의 직업계수를 적용한 맥브라이드 장애율과 새로 제시한 장애율과의 차이를 최소화하였으나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의 장애율은 일부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골절 후 불유합의 경우 60여 년 전에는 치료방법이 신통치 않아 장애율이 너무 높게 제시되어 있으나 현재는 대부분 골유합술을 통하여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다른 장애와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게 되므로 이러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조정하였다. 장애율 비교의 주요 기준이 되는 절단항목과 완전 강직 항목의 장애율을 그대로 유지하되 세부 항목의 모순점을 개선하였고 적용이 애매한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명시하였다. 예를 들어 종아리 부위에서 절단된 경우와 족부 절단된 경우의 노동능력 상실율이 똑같이 43%였으나(직업계수 6급 적용 시) 하퇴절단은 43%를 유지하되 발목 이하 절단은 부위에 따라 발목이나 발의 근위부에서 절단된 경우의 장애율을 추가하였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 사지와 척추 분야만을 대상으로 제시한 장애평가법은 기존의 맥브라이드 장애평가안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현실에 맞게 세부사항만 일부 수정 보완한 것으로, 맥브라이드 장애평가안을 적용할 때 일종의 지침서처럼 사용하면 될 것이다. 기존에 맥브라이드안을 사용하였던 기관에서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어 저항이 많지 않을 것이고 애매하거나 비현실적이었던 항목을 보다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과 판정 기준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지속적이되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저항이 적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장애평가는 단지 과학이 아니며 여러 가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여 전문가들의 논의와 합의로써 도출되는 것이다. 의료인 외에도 법조계 및 관련 전문가의 조언이 반영되어야 보다 합리적 장애판정기준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법조인들의 많은 관심이 절실하며 의료인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이호승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대한정형외과학회 진단장애위원회 위원장

●이메일 : hosng1902@gmail.com

 

 

참고문헌 
1.    Mcbride ED. Disability evaluation and principles of treatment of compensable injuries. 6th edition. Philadelphia: J. B. Lippincott. 1963.
2.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Guide to the evaluation of permanent impairment 6th ed. Chicago, AMA Press. 2008.
3. Soon-Hyuck Lee, Se-Jin Park,   Jin Hun Park. McBride’s Disability Assessment:  Why Is It Still Most Used?  Korean Orthop Assoc. 2020; Oct;55(5): 366-373.
4. 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Guides for the Evaluation of Permanent Impairment-Commentary and Case studies-, Bakyangsa Co; 2011 
5. Korean Orthopaedic Association: 『맥브라이드 장애평가의 새로운 이해 - 상하지 및 척추 -』 민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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