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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AKIRA)

 초능력을 갖고 싶습니다.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뱀파이어 대교주 앙드레는 딱 3초 앞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다른 뱀파이어 가족들이 정말 쓸데없는 능력이라는 식으로 핀잔을 주었지만, 저는 그 3초 예지력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예를 들어, 싸울 때 공격을 미리 알고 피하거나, 상대방 대답 미리 파악하기 등) 생각하며 상당히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육체가 유한하기에 초월적인 능력을 갖고 싶다는 꿈은 누구나 갖게 되는 본능일 듯싶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더 알려진 『AKIRA』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만화, 영화에 영향을 미친 걸작입니다. 1988년 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작화, 연출도 물론이지만, 애니메이션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전쟁, 권력관계, 기술, 힘 등을 다루는 원작 만화의 심오한 스토리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트릭스〉, 〈기묘한 이야기〉, 〈마녀〉 등 『AKIRA』에 영향을 받은 많은 콘텐츠를 떠올려 보면,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의 선을 넘어서는 특별한 원작의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은 알 수 없는 대폭발을 계기로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난 지 30년 후의 도시, 범죄와 부패가 난무하는 ‘네오 도쿄’를 배경으로 합니다. 직업 훈련 학교에 다니는 폭주족 리더 ‘카네다 쇼타로’는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시마 테츠오’의 오랜 친구이자, 열등감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시마 테츠오’는 인간 병기 프로젝트 실험체들과의 교통사고 등 우연한 계기로 엄청난 초능력을 얻게 되고, 자신의 폭주를 막으려는 ‘카네다 쇼타로’와 대척하면서, 일본 정부, 위 프로젝트의 최정점에 선 능력자 등과 충돌을 반복하며 진화하고, 폭주해 갑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위와 같이 줄거리를 요약한 이유는 이 작품에서 제가 집중한 인물이 바로 ‘시마 테츠오’이기 때문입니다. 독자에게는 보통 심리적 우군(友軍)인, 선한 주인공 역할의 ‘카네다 쇼타로’와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이지만, 저는 일반인인 ‘카네다 쇼타로’보다 초능력을 가진 이 ‘시마 테츠오’가 어쩐지 더 현실감 있어 보이고 관심이 갔습니다. 초능력을 가지면 나는 정의로울 수 있을까? 정의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내 욕심을 채우거나 누군가에게 군림하기 위해 쓰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습니다.

 늘상 초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만 해오다가 그 쓰임과 통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이게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갑남을녀, 장삼이사, 필부필부인 저로서는 초능력에 대한 고민 자체가 허황된 생각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초능력에서 “초” 자를 빼도 고민의 깊이가 별반 달라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를 파괴할 정도의 초능력을 어떻게 통제하느냐,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3초 예지력”을 어디에 쓰느냐는 문제는 곧, 힘센 사람이 힘을 어디에 쓰고 머리 좋은 사람이 머리를 어디에 쓰냐는 문제와 궤를 같이 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이 작품을 핵무기, 반전(反戰), 일본의 재무장 등 더 넓은 배경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많은데, 축약해 보면 이는 바로 ‘시마 테츠오’의 문제이자, 만화에서 나온 프로젝트 실험체들에 대한 문제이고, 끄집어내 보면 결국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책에 대해 추상적인 말들만 늘어놓는 꼴이 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에 관한 말을 굉장히 아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머리를 식히시면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6권으로 나와 있는 원작이 부담스럽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작과 내용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매끄러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오던 영화화도 최근 기사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작,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으로 프로덕션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계속되는 오리지널의 변주를 기대해 보는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신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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