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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타의 묘미

 존경하는 판사 출신의 교수님을 뵌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최근 이른바 불의타를 맞고 패소한 사건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더니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조 변호사, 판결 결과가 선고 전 예상했던 것과 동일하게 나오는 사건의 비율이 얼마나 되나? 즉, 승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도 승소한 사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패소한 사건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말이야”

 단순하게 나누어 보면, ① 승소를 예상하고 실제로 승소하는 사건, ② 승소를 예상했으나 아쉽게 패소한 사건, ③ 패소를 예상했으나 반전을 거두고 승소한 사건, ④ 패소를 예상하고 실제로도 패소한 사건으로 사건의 종류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 뒤 교수님께 ‘예상과 동일하게 선고 결과가 나오는 사건의 비율이 대략 50 ~ 6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고 말씀드리자, 교수님께서는 ‘통상적인 경우보단 좀 낮은 것 같은데~’ 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볍게 던지신 질문일 수 있으나, 교수님의 질문은 평소 사건을 대하는 제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확증 편향(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제 주장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확증 편향이 강하게 발휘된 사건에서는 응당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모두 다 예상했으나 저만 예상하지 못한) 불의타를 맞고 여지없이 낙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질문 이후 그나마 자기 객관화가 된 상태, 달리 말하면 다소 주눅이 든 상태에서 한 민사사건의 상고심 선고기일이 지정되었습니다. 원심 패소 후 상고심부터 담당한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심리불속행 기간을 지나 상고 후 약 1년 만에 선고기일이 잡힌 터라 혹여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의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고기각 확률이 워낙 높으니, 최선은 물론 다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천운이 따른 덕분인지, 다행히도 상고를 인용하고 원심을 파기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로써 위 4가지 사건의 분류 중 ‘③ 패소를 예상했으나 반전을 거두고 승소한 사건’이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모든 승리는 다 즐겁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짜릿하고 즐거운 승리는 역전승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애써 기대를 억누르며 자중하던 사건에서 원심을 뒤집는 역전승을 거두었으니 그 기쁨이 훨씬 더 컸습니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냉철한 시각에서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바람직한 태도일 것입니다. 다만 가끔씩은 이렇게 예상을 빗나간 승소 혹은 패소 판결을 거두는 것도 변호사 생활의 한 즐거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만은 분명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조성우 변호사
● 법무법인 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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