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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산업계, AI에 관한 전문가 대담

 올해 5월부터 7월 사이, 미국 할리우드 작가조합(WGA)과 배우 · 방송인조합(SAG-AFTRA)이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AI 웹툰이나 게임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 산업계에서 AI가 활용되는 것 자체는 시간문제이다. 웹툰 산업계와 AI 법학계의 융합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권혁주 작가 · 교수, 정종구 변호사 · 박사가 대담을 나눴다.

 

서유경 변호사_웹툰 작가들의 AI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권혁주 작가_네이버웹툰은 2 ~ 3년 전 스토리만 있으면 누구나 웹툰을 만들 수 있도록 창작적 허들을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I 페인팅 기술이 등장한 시점, 작가들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대략 10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하고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Stable Diffusion’을 접한 후 ‘이 정도로 발전했다고?’하며 크게 충격을 받았고, 올해 웹툰포럼에서 AI에 관한 강연과 워크숍도 했습니다. 국책 정부과제나 AI 기업에서 학습데이터를 얻기 위해 웹툰 작가를 연결해달라는 의뢰도 자주 받습니다. 

처음에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초기에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료 작가들 중 ‘AI가 내 그림체를 학습하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나는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이냐?’라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카툰부머에서 설문조사를 하니, AI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50%, 추세를 지켜보자는 유보론이 30%, AI는 불가피한 대세이므로 수용하자는 찬성론이 20% 정도 나왔습니다. 웹툰 전공 학생들에게도 설문조사를 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3의 의견을 피력하는 작가도 있었습니다. AI에 대해 막연하게 오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AI도 어디까지나 사람에 의해 개발된 기술인데, 어떻게 쓰일 것인지 잘 모르는 단계이니, 너무 두려움을 느끼지 말고, 기술적 허점은 없는지 제대로 파악해서 제대로 써보자 것이었죠.

재담미디어는 이현세 작가님과 함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창작된 4,174권 분량의 작품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학습하도록 해서, 이현세 작가 본인은 세상에 없더라도, 이현세의 신념과 화풍은 영생을 얻어 계속 창작될 수 있게 해보자는 것입니다.


_생성형 AI가 발전해 왔던 맥락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정종구 변호사_2022년 11월 ChatGPT 때문에 생성형 AI 붐이 일었지만, 실제로 AI가 꽤 쓸 만하다고 평가된 시점은 2012년입니다. 제프리 힌튼 연구팀의 ‘AlexNet’이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에서 우승하면서, 딥러닝 기반 AI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정한 태스크를 처리하기 위해 특정한 도메인 데이터를 학습하게 했고, 만약 태스크가 달라진다면 새로운 학습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니,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성능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구축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범용 학습하게 하고, 개별적인 목적에 맞게 외부 API를 도입하여 미세조정(finetuning)을 시키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태스크도 잘 처리하게 됩니다. 그러니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도 경쟁적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규제론이 제기되자, OpenAI의 대표 샘 알트만(Sam Altman)은 17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도 방문해 정부기관, 기업체들과 대화했습니다. 샘 알트만은 OpenAI의 궁극적인 목적이 강AI(Strong AI) 중 하나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_AI에 대한 작가들의 입장도 참 다르게 체감됩니다. 오리지널 작품이 있는 작가들은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앞으로 어시스턴트(보조작가)를 계속 고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AI를 활용하면 비용은 절감되는데, 사람은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어시스턴트는 자신의 역할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합니다. 사실상 해고로 인식하죠.


_어시스턴트(보조작가)들이 하던 단순반복적 작업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시스턴트가 필요 없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고, 역할 자체가 바뀔 것 같습니다. 가령, 채색 전에 하는 ‘밑색’ 작업은 AI가 대신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통일성을 잡아주고, 잘못된 밑색을 교정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즉, AI로 사람 자체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 자체가 변화할 것입니다.


_법조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로펌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_로펌도 AI 시대 변호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색하는 중입니다. 기존 로펌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소속변호사가 성장해서 로펌의 지분을 갖는 파트너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소속변호사는 사실관계 정리, 증거수집, 기초자료 조사 등을 담당했는데, 단순한 서류작업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한 AI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주니어 변호사들의 역할 자체가 AI로 대체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일반화될 수는 없습니다. 주니어 변호사들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단순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머리를 쓰고 고객과 소통하고 몸으로 뛰는 업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는 디지털화된 정보보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정보가 훨씬 많고, 로펌마다 실무적으로 개발된 노하우는 성문화되지 않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수될 수 있는 것이라, 쉽게 대체될 수 없을 것입니다.


_대규모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시대, 콘텐츠 비즈니스 전망도 사뭇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오리지널 세계관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될 것 같은데요.


_기존에는 스토리가 나오면 웹툰으로 제작하고, 웹툰이 잘 되면 번역해서 해외에서도 연재하고,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다른 장르 콘텐츠로 파생되었습니다. 순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가는데 별도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용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하나의 스토리나 세계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스토리를 쓰면서 웹툰 제작도 하면서 동시에 생성형 AI를 통해 OST와 같은 음악도 만들어 보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동료들과 대화를 해보면, 재미있게도 다른 장르에 ‘침범’한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지금은 웹툰 작가지만, 앞으로는 웹툰을 하면서도 게임 디렉터를 하거나, 애니메이션 감독을 할 수 있겠죠. 


_2021년 네이버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의 기틀을 잡은 것입니다. 훌륭한 스토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웹툰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AI를 활용하면 제작비용이 줄어드니까요.
창작자들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퍼포먼스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욱 다양한 것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산력은 부와 직결됩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창작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사진 기술이나 디지털 그래픽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물감이나 붓을 이용해 종이에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리그가 다르죠.


_AI가 활용된다고 해서 ‘창작’이나 ‘창작자’라는 개념 자체가 바뀐다면 굉장한 파란이 일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AI를 활용할 때 창작성이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구별해서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_중요하고 정확한 지적입니다. 생성형 AI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창작이나 창작자라는 개념 자체가 변화되진 않을 것입니다. 올해 3월 발표된 미국의 ‘Copy right Registration Guidance’에 따르면, ‘저작자’에서 비인간, 즉 AI는 배제됩니다. 인간이 창작하되 AI가 보조적으로 활용된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있고, 인간에 의한 창조적 입력이나 개입 없이 임의로 또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나 단순한 기계에 의해 생산된 것은 등록될 수 없습니다. 결과물의 창작 자체의 외관만 아니라, 작가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기획을 구상하고 어떤 시도를 해서 어떤 결과물을 얻어내고자 했는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고 추단을 할 수 있을 뿐이겠지요. 과거 카메라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림 (회화)과 사진의 경계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면 사진저작물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까? 콘텐츠 산업계에서 AI가 활용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_창작자가 원하는 대로 작품이 잘 생성되나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뜻밖의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습니까?


_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AI를 활용해 만화를 만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지기 힘들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컷마다 캐릭터가 동일한 연속성을 가지고 등장해야 만화로 인식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다른 캐릭터가 나오는 겁니다. 포즈를 취하는 것도 작가의 의도대로 되지 않습니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그리려고 프롬프트에 입력했는데, 벤치와 사람이 하나로 되어 있는 컷이 나오기도 합니다. 올해 5월 국회에서 ‘디지털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포럼’을 했을 때,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김서윤 교수님께서 “웹툰제작에 있어서 Midjourney 활용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Midjourney로 짧은 만화를 한 편 그리는데 실제로 100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현재 기술 수준에서 작가의 창작적 의도가 잘 구현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나면 창작자는 프롬프트를 기가 막히게 잘 다룰 수 있는지, 미세조정을 잘 다뤄가면서 자신의 창작적 의도대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지 그 문제가 새로운 창작의 영역이 되지 않을까요? 


_만약 작가들이 제공한 그림체로 학습데이터가 생성되어 AI 웹툰이 만들어진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기존의 작가들은 학습데이터에 기여했으니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_AI가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하는 것을 마냥 면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도 AI에 자신의 그림체를 학습시킬 만한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AI가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한 데이터를 하나의 자산(asset)으로 만들어 상품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A 작가 화풍을 담은 데이터, B 작가 화풍을 담은 데이터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고, 때로는 A 작가와 B 작가의 화풍을 서로 섞어서 새로운 화풍이 생성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거래이력이나 생성이력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관리하고, 이력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Midjourney에서 생성된 이미지를 분석해 주는 ‘/describe’기능을 보면서 상상해 본 것입니다. 


_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법 개정안에 따르면 AI 개발 등을 위한 데이터마이닝 과정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 침해 면책규정을 도입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네이버 이용약관에도 이용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AI 분야 기술 등의 연구 개발 목적으로 네이버 및 네이버 계열사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네이버웹툰 약관에도 회원이 올리는 게시물은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업의 약관도 이렇게 마련된 상황에서, 문체부의 저작권 면책규정까지 통과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아마,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등 이용자들이 업로드하는 웹툰 저작물을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지 않을까요?

저작권법 공정이용(fair use)의 요건을 볼 때도, 시장에서 대체가능성이 있을 경우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높습니다. 웹툰 작가들의 그림체를 학습했고, 학습데이터로 비슷한 그림체가 구현될 수 있다면 바로 그 그림체를 제공했던 웹툰 작가들의 그림이 인공지능에 의한 그림으로 대체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당장의 생업이 위협을 받는데, 무작정 공정이용으로 면책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범용 인공지능의 시대, 콘텐츠 산업계에서도 큰 지각변동이 예견된다. 창작비용이 절감되고, 다양한 장르에 동시적 채널로 접근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저작물을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은 발전하는 데 비해, 창작자들의 기여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없고 적절한 보상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이다. 웹툰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먼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웹툰 작가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시점이 웹툰 산업계 인공지능 학습데이터와 창작자의 관계에 관한 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인터뷰/정리 : 서유경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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