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변호사가 알아야 할 개업상식
왜 개업하는가? 개업의 목적에 대하여

 변호사 3만 명 시대, 개업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고 큰 결심이 필요해졌다. 그럼에도 개업을 하는 데는 각자만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니던 로펌의 시스템이나 사람과 안 맞아서, 그냥 내 멋대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가진 건 변호사 자격증 하나뿐인데 그걸로 먹고 살려고… 등등

 일본의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왜 사업하는가?』란 책에서 사업을 하려면 그 목적과 철학을 분명히 바로 세워야 하고, 그래야 사업이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필자도 사실 로펌에서 퇴사한 후 백수생활을 하다 별 생각 없이 개업했지만, 일을 하면서 개업에는 밥벌이 이상의 어떤 ‘목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변호사님들이 이 코너에서 이미 아주 유용한 팁들을 많이 얘기해주셨기 때문에 필자는 개업의 목적에 대한 조금 더 원론적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전문분야

 사업은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이다. 사람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변호사업에 대입해 말하자면 어떤 분야의 사건을 처리해 주고 수임료를 받는다. 그런데 법률 분야는 정말이지 방대하므로 그 안에서 내가 수행할 분야를 정해야 한다.

 변호사 일을 시작하고 난 후 주위 선배들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변호사가 된 초기에 어떤 사건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따라 그 변호사의 향후 전문분야가 정해진다고. 순리에 맡기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능동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를 먼저 찾아 나가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의 양상, 특히 악플 문제에 관심이 많아 개업의 목적을 고민한 후에는 사이버 명예훼손 분야만 상담, 수임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그 분야는 자잘한 문의가 많고 수임 전환이 잘되지 않아 외면받는 분야여서 그것만 해서는 밥벌이가 안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꿋꿋하게 밀고 나가니 그 조그만 분야에서 점차 알려지게 되었고, 분야 설정이 ‘날카롭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제는 사이버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사이버범죄 내 다른 분야로도 시야를 넓혀 확장 중이다.

 변호사 3만 명 시대, 나를 드러내려면 맨들맨들한 돌이 아니라 날카로운 칼로 시장을 찔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전문팀, 무슨 전문센터 등 간판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분야를 파고들어서.


사무소의 형태

 개업은 형태적으로도 내가 원하는 대로, 예전에 다니던 로펌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그런 점들도 고쳐서 자유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재미와 장점이 있다. 빈 도화지에 처음부터 그림을 그리듯 법률사무소를 재구성(reinvent) 하는 것이다. 

 필자는 평소 개인적으로 재택근무, 디지털 노마딩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런 재택근무 시스템이 도시 편중, 농촌 공동화, 집값 폭등, 법률서비스 소외지역 해소 등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무소를 시작할 때부터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로펌에 다닐 때도 각자 방에서 독립적으로 일하고 회의할 때만 잠깐 모이는데 재택근무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1인 변호사일 때는 그냥 혼자 집이나 카페에서 일하면 되지만 구성원이 생기면 시스템이 필요했다. 구성원들과 업무 툴을 이용해서 문자, 메일로 시시각각 소통하고 캘린더와 할 일 목록, 사건시트로 업무상황을 체계적으로 체크하며, 좀 더 깊게 회의를 해야하면 전화나 화상회의 툴을 이용해 회의를 하기도 한다. 지금은 7명의 구성원과 이런 전 직원 재택근무 시스템으로 아무 문제 없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필자는 이러한 형태의 로펌이 ‘3세대 로펌’을 선도할 것이라 보고 있다. ‘1세대 로펌’은 서울 주요지 큰 빌딩에 위치한 전통적인 대형로펌, ‘2세대 로펌’은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지방에 적극적으로 지사를 확장하는 네트워크 로펌이라면, 미래에 올 ‘3세대 로펌’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재택근무 형태를 통해 전국에 변호사들이 존재하는 새로운 로펌인 것이다.

 잠시 필자의 비전에 대한 얘기로 샜지만, 여러분들도 원래부터 생각하고 있던 시스템이나 비전이 있다면 개업은 그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이다. 누구도 속박하거나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법조계를 꿈꾸며

 개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생존의 문제부터 막막할 수 있지만, 일하다 보면 각자 생각하는 개업의 형태라든지, 어떤 분야를 하고 싶다 등의 목적이 생겨날 것이다. 모두가 굴지의 대형로펌을 키워내거나 지방에 지사들을 거느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제2의 김앤장, 제2의 와이케이가 되고 싶지는 않을 테다.

 당신이 생각하는 개업의 목적은 어떤가? 당신이 혼을 불어넣을 수 있고 법조계에 한 발자국 유산을 남기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그게 무엇이든 자유로운 개업의 세계에 온 이상 마음껏 펼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법조계에 가지각색 뚜렷한 색깔을 지닌 다양하고 특이한 로펌들이 많이 생기길 바라본다. 

 

김수열 변호사

김수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