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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 배우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배우라고 하면 주저 없이 김신록 배우님을 꼽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시다가 이제 매체를 통해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데요. 무대에서의 연기와 매체에서의 연기, 배우님은 어떤 다른 매력을 느끼시나요? 

 여러 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겠지만, 무대의 경우 실시간의 체화, 변이, 교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반면 카메라의 경우 촬영하는 장면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씬 단위 컷 단위로 촬영하다 보니 순간의 집중력과 즉흥성, 퍼즐 맞추기 형식으로 서서히 채워져 가는 큰 그림을 보는 것이 묘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의 경우 배우가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후반 작업의 예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 하겠습니다. 


Q.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오랜 기간 연기를 지도하는 교수로서 강단에 계셨습니다. 연기를 하실 때와 연기를 지도하실 때 가지셨던 고민이 아무래도 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연기를 지도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고민하셨을까요?

 과거의 이론이나 메소드를 어떻게 하면 현재적으로 이해, 적용할 수 있는지, 나아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이론이나 방법론은 무엇일지에 대해 토론하고, 몸으로 직접 탐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Q. <형사록 시즌2>에서 연주현 역으로 활약하셨는데 이 드라마가 지닌 무게감, 밀도에 큰 힘을 보태신 듯합니다. 특히, 극 초반에 적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했는데요. 시청자들에게 그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절제와 중립에 신경 썼습니다. 중립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로 상태가 아니라 여러 상반되는 가치와 감정과 기질이 충돌해서 만들어 내는 강도 0의 상태라고 이해했습니다. 감각적으로는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다른 한 손을 펼쳐서, 한 편으로는 주먹처럼 단단하게 버티고 견디고 복수하고 휘두르고, 다른 한 편으로는 펼친 손처럼 바람을 통과시키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흔들리고자 했습니다.


Q. <술꾼도시여자들>의 안소희 출판사 팀장, <지옥>의 박정자,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화영 등 전혀 다른 역할을 연기하시면서, 모두 꼭 그 사람인 것 같은 설득력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역할에 분하시기 전 어떤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개별 인물보다는 작품 전체의 색깔, 톤, 장르,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그림체’에 더 신경을 씁니다. 또 드라마는 아무리 열린 결말일지라도 기본적으로 구조를 갖추고 있으므로 구조 안에서 그 인물에게 주어지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첫 번째로 여깁니다. 기능이란 주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미장센, 의상, 소리 등의 형식에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별 인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그 인물이 관계 맺고 있는 세계의 배치, 즉 그 인물과 연결된 인간과 비인간의 배치를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들입니다.


Q. 최근 공개된 드라마 <무빙>에서 여운규 역할로 분해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해 역할을 소화하셨나요?

 여운규는 사실 원작 만화 『무빙』의 후속작인 『브릿지』에만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 인물을 〈무빙〉에 끌어와 민 차장이라는 국정원의 권력자 옆에 배치한 이유는, 첫째, 민 차장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민 차장의 지시를 대신 하달할 사이드 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둘째, 대개의 시리즈물들이 그렇듯 후반부 즈음에 후속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능을 수행할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물의 숨겨진 서사나 내면의 복잡성은 주인공들에게 양보하고 여운규는 선명한 에너지로 정보를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고 속도감 있게 극을 추진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Q. 9월 13일에 공개될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서 서혜은 캐릭터로 변신하시는데 명준에게 로희를 유괴하라 권하는 인물이라는 설명 외에 공개된 게 없어 궁금함을 자아냅니다.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시청자들이 봐주시면 좋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극작 단계에서부터 시청자가 궁금증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도록 설계된 인물인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모호하고, 그녀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는 감춰져 있다가 시간차를 두고 드러나는데 그 정보가 주인공들의 발견과 급전에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시청자분들도 주인공들과 함께 서혜은이 제공하는 단서를 쫓아 진실과 거짓 사이를 요리조리 넘나들면서 사건의 결말까지 추리를 거듭해 가는 쾌감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Q. 배우가 아닌, 김신록이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합니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영상 쪽 일을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요새는 촬영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일정이 절반이라면 그와 관련된 부대 일정 - 화보 촬영, 홍보 콘텐츠 촬영, 대면 및 서면 인터뷰, 의상 피팅, 협찬사 미팅, 차기작 미팅 등등 - 이 절반입니다. 그 외에 간혹 비는 일정은 연극 쪽에서 제안하는 강연, 워크숍, 세미나 등등에 참여하고 있고,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 조사, 책 읽기, 글쓰기 등에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와중에 잠깐씩 남편과 집안일을 나눠하고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입니다. 


Q. 연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시는 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과거 생태에 대해 스터디를 하고 계신다는 점을 밝히기도 하셨는데 최근 관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시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요새 두 개의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작년에 참여했던 생태연극 스터디의 연장으로, 새로운 물질성, 횡단성, 비선형성, 특이성, 생기, 정동 등의 키워드를 어떻게 연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워크숍 형식의 스터디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연습실에 모여 해당 키워드를 적용한 장면을 발표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최대한 일정을 맞춰 참석하고 있습니다. 탐구의 결과물보다는 이런 연구의 과정 자체만으로도 팬데믹 이후 세계에 대한 비전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또 하나는 ‘의식’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한 달에 한 권씩 서로가 제안하는 책을 읽고 만남을 갖는 월간 모임입니다. 뇌과학에서 신유물론으로 이어지는 공부가 어려워서 지정된 책을 절반도 못 읽고 만날 때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누군가의 집에서 만나 차를 나누고 근황을 나누고, 연극계와 예술계의 소식, 책과의 접점에서 발견한 통찰을 나누는 것이 바쁜 일정 중에도 저를 부유하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Q. 올해 초 출간하신 인터뷰집 『배우와 배우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이 배우들의 생각을 읽으며 연기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이 책을 기획하시게 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특정 배우의 연기관을 들려주는 대신, 모든 배우에게는 자기만의 연기 철학과 방법론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연기에 대해 보다 풍부한 감상의 언어, 시도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Q. 연기에 대한 배우님의 생각을 담은 책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집 발간 이후 출판 쪽에서 몇몇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읽는 사람은 점점 적어진다는 출판 관계자의 말이 떠올라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나누고 싶은 연기에 대한 사유들을 모아 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Q. 『배우와 배우가』 초판 인세 전액을 인터뷰이로 참여한 배우들의 이름으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하시면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재단에 기부하시기로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인터뷰집에는 저의 말과 다른 배우들의 말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실려 있습니다. 상징적으로라도 그 기여에 대해 정당하게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Q. JTBC <차이나는 K-클라스>에서 “배우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물리적인 실재를 딛고 허구로 도약하는 사람”이라고 답변하신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님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정의였다고 생각되는데요. 답변에 앞서 “늘 답이 바뀐다”고 말씀하셨었는데, “배우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는 또 다른 답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요새는 ‘물질적인 차원에서 세계와 접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어떤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으신가요?

 최근에 <컨택트(Arrival)>라는 영화를 다시 봤는데,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언어학자가 외계인 의 언어를 익히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체화하게 됩니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를 경험하는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얘기가 있으시다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들과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하고, 다른 인터뷰에서는 차마 곧이곧대로 말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좋은 말벗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인터뷰/정리 : 신상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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