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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카고〉

Got a little motto Always sees me through
항상 나를 도와주는 작은 모토가 있지

When You're Good to Mama, Mama's good to you
마마에게 잘하면 마마도 네게 잘할 거야

 

 〈시카고〉를 생각하면 나는 가장 먼저 저 가사가 떠오른다. 나에게 잘하면 나도 잘하겠다니, 농담을 섞어, 당사자 간 분쟁 조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는 생활태도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저 가사가 도움을 주며 뇌물을 요구하는 장면이라는 데 있다. 매우 불법적이고 상당히 부도덕하다. 사실 〈시카고〉는 딱 그런 영화다.1920년대, 기자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는 실제 살인사건인 뷸라 아난 사건과 벨바 게르트너 사건을 각색한 〈작고 용감한 여인〉이라는 연극을 선보인다.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하고 둘을 살해한 배우 ‘벨마 켈리’와 애인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분개해 그를 살해한 코러스 가수 ‘록시 하트’, 그리고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다는 변호사 ‘빌리 플린’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품은 1975년 6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을 시작한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연한 미국 뮤지컬’이라는 기록을 가진 뮤지컬 〈시카고〉의 시작이다. (다만, 이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1996년 재탄생된 리바이벌 공연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시카고〉는 리바이벌 버전의 뮤지컬 〈시카고〉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에 개봉하여 1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카고의 보드빌(vaudeville-노래, 춤, 촌극 등을 엮은 쇼) 배우인 주인공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는 함께 공연하던 쌍둥이 동생과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체포되어 교도소에 갇힌다. 벨마는 감옥에서 통칭 ‘마마’로 불리는 매트로 모튼(퀸 라티파)을 통해 시카고 최고의 변호사인 빌리 플린(리차드 기어)을 소개받고, 빌리는 이 사건을 자극적인 언론플레이를 통해 무죄로 만들고 오히려 벨마를 스타로 만들어 낼 계획을 세운다. 오해하지 말자. 2023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1920년대, 그러니까 100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분명 기분 탓이다.

 한편 벨마가 공연하던 클럽에서 코러스 가수로 일하며 연예계를 동경하던 또 다른 주인공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프레드 케이슬리와 불륜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프레드가 가구 판매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격분하여 그를 총으로 쏴서 죽여 버린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던 록시의 남편 에이모스 하트(존 C. 라일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록시를 대신해서 감옥행을 자처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록시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진실을 밝히고 결국 록시는 벨마와 같은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다.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가 진술을 번복하다니, 이 글을 읽는 분 중 등줄기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감옥에서 빌리의 존재를 알게 된 록시는 남편 에이모스를 통해 빌리에게 사건을 맡기고, 빌리는 록시와 에이모스에게 흥미를 느껴 록시의 사건을 맡게 된다. 이후 빌리는 록시의 사건에 집중하고, 덕분에 벨마의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반면 벨마가 잊혀지는만큼 록시는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스타로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 록시의 사건이 빌리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즈음, 록시는 임신했다는 거짓말까지 해서 관심을 모으고, 결국 쇼인지 서커스인지 모를 재판 끝에 록시는, 그리고 관심에서는 잊혀졌지만 벨마도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영화 〈시카고〉를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진 가장 모범적인 예”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카고〉는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갱스 오브 뉴욕〉, 〈피아니스트〉,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등 쟁쟁한 명작들을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하고, 그 외에도 여우조연상과 미술상, 의상상, 편집상,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특히 뮤지컬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1968년 올리버 트위스트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올리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하니, 평단의 평가도 나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는 뮤지컬을 어떻게 영화로 옮겨와야 하는가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매우 잘 드러난다. 원작 뮤지컬은 〈위키드〉나 〈캣츠〉 같은 화려한 무대 연출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퍼포먼스, 그리고 끈적한 재즈의 분위기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반면, 영화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재현하면서도 각 넘버(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 장면은 등장인물들의 상상으로 처리하거나, 상황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대체하여, 영화로서 현실감을 가져오면서도 뮤지컬 그 자체의 매력은 그대로 살리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몇몇 넘버 장면들은 뮤지컬이라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난 자본의 힘 덕에 뮤지컬보다도 더 압도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개의 넘버를 소개해 본다.

 먼저 서두에 소개한 마마의 ‘When You’re Good to Mama’는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마마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린다. 인상적인 마마의 모토만큼이나 끈적한 재즈선율이 퀸 라티파의 음색과 만나 무시무시한 시너지를 낸다.

 그리고 변호사인 빌리가 록시의 기자회견을 통제하는 모습을 복화술 인형극처럼 그려낸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은 경쾌한 음악과 빠른 컷 전환, 현실과 이미지를 오가는 편집을 통해 법리보다는 소위 ‘언플’로 재판을 공연처럼 활용해 판결을 받아내는 빌리의 캐릭터와 영화 〈시카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그려낸다. 특히 복화술 인형 역할을 하는 르네 젤위거의 연기력이 압권이다.

 그 외에도 시카고에는 ‘All That Jazz’나 ‘Roxie’, ‘Mister Cellophane’ 같은 명곡이 즐비하다.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쉽게 공연장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영화 〈시카고〉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과 음악에 푹 빠져 2시간을 보내다 보면 스탭롤이 올라갈 때쯤 아, 내가 뮤지컬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었지. 라고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김유중 변호사
● 법무법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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