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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으신다면

 농구 좋아하시나요? 요즘 저는 자칭 농구인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두 시, 농구장에 갑니다. 머리를 단단히 묶고, 부상 방지용 테이프가 든 가방을 둘러메고 문을 나섭니다. 한때는 산 넘고 물 건너 서울에서 용인까지 가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단 한 번도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면 지금의 내가 운동과 담쌓고 지낸 과거의 나와 동일인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왜 농구를 좋아하냐고 물으신다면 좋아하는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일단 “그냥요.”라고 답할 수밖에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많은 시도 끝에 그동안 실패했던 동작을 처음으로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체력을 힘껏 소진했을 때의 희열감이 떠오르네요. 농구가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정도로 삶의 일부분이 되기까지, 실수해도 격려와 환호를 보내주는 고마운 동료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농구를 시작하고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거리에 대한 감각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어떤 모임이든지 모이는 장소가 편도 2시간 거리 내에 있기만 하면 감사함을 느낍니다. 예전의 저라면 ‘아니, 거기까지 어떻게 가!’라면서 주저하는 낯빛을 보였을 터인데 이제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렇게 된 것은 첫 모임 장소가 남양주였던 덕이 큽니다. 뚜벅이로 남양주를 오가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가는 길 내내 늘 즐거웠던 것이 저도 무척이나 신기합니다. 거리에 대한 관념은 정말 관대해져서, 제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부산까지의 장거리 이동도 불사하곤 합니다.

 또, 몸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몸무게를 재고, 체중계 눈금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른 몸에 대한 동경이 점차 희미해지고, 제 몸을 예전보다는 있는 그대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무게가 적당히 나갈수록 몸싸움에 밀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3점을 쏠 수 있는 팔다리 근육 키우기에 고심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안의 질투심을 내려놓고 제가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쪽으로 마음의 중심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함께 운동하는 모델 L처럼 갑자기 10센티가량 훌쩍 성장해서 리바운드의 제왕이 되거나 육상 선수 출신의 C처럼 배우는 족족 통달하는 에이스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달았거든요. 다섯 명 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막고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나에게 공이 오지 않아 서운한 시기는 떠나보내고, 우리 팀이 득점하면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운동을 함께할 동료들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열심히 찾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찾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작은 소망도 생겼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배 법조인 농구대회 여성부 경기가 개최될 수 있을 정도로 함께 뛸 변호사님들을 찾는 것인데, 할머니 농구인이 되기 전에 꼭 열리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것이 저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를 잠깐 나누어 보았습니다. 변호사님들은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김재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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