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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 생활 용어 정리

들어가며

 형사사건이 다른 사건과 현저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의뢰인과 상담을 하는 장소일 것입니다. 대부분 사건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만나는 장소는 변호사의 사무실이겠지만, 형사 구속 사건 의뢰인은 구치소 변호인 접견실에서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치소 안에 계신 분들은 사회에서, 또는 법정에서 쓰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실 때가 많습니다. 변호인과 대화할 때도 간혹 ‘그들만의 용어’를 사용하셔서 변호인을 당황케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구치소 변호인 접견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때로는 수용자에게 되묻기도 하고, 때로는 눈치껏 알아들으며 ‘그들만의 용어’를 익혀왔습니다. 다른 변호사님들도 알고 계시면 형사 구속 수용자를 만날 때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익혀 온 감빵 생활 용어를 공유하고자 정리를 했습니다.

 

“부대항소 떴나요?”

 구속 피고인들은 검사항소를 ‘부대항소’라고 표현합니다. 부대항소는 민사소송에만 있는 개념이고, 검사항소도 엄연히 독립된 항소임에도 구속되신 분들은 굳이 부대항소라는 표현을 쓰십니다. 저는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 ‘아 검사항소요? 다행히도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네요’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여 답변과 동시에 용어를 정정해 드립니다.


“올려치기 될 수도 있어요?”

 ‘올려치기’는 용어 자체에서 그 뜻을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구치소 안에 계신 분들은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이 올라가는 것을 올려치기라고 합니다. 물론 항소심에서 형이 올라가는 앞서 말씀드린 검사항소, 구치소 용어로는 부대항소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 질문을 받으면 ‘과거에는 검사가 항소하더라도 형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종종 형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는 게 현실임’을 설명해 드립니다.


“밑퉁 길게 깔아주세요”

 저도 처음 듣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되물었던 표현이 바로 ‘밑퉁’입니다. 구치소 안에 계신 분은 미결구금을 ‘밑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밑퉁을 길게 깔아달라는 것은 재판을 길게 하여 미결구금일수를 늘려달라는 말씀입니다. 이제는 저도 익숙해져서 집행유예 기간 중 일어난 사건인데 아직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병합될 사건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에서는 제가 먼저 ‘밑퉁 최대한 길게 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검치하나요?”

 구치소 안에 계신 분들은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것을 ‘검치’라고 합니다. 검치는 ‘검찰송치’의 줄인 말로 보이는데, 검찰 피의자 조사는 검찰 송치 후 있을 수 있는 과정 중 하나일 뿐임에도 이렇게 표현을 하십니다. 관련 용어를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검찰 피의자 조사나 법원 재판을 위해 대기하는 공간을 ‘비둘기장’ 또는 ‘닭장’이라고 표현하십니다.


“연기 태워주세요”

 공판이 열리고 그다음 공판기일이 지정되어 이어서 심리하는 것을 ‘속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구치소 안에 계신 분들은 이를 ‘연기 태운다’라고 표현을 하십니다. ‘연기’라는 말에서 기일변경을 해달라는 말인가 싶을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종결을 하지 말아 달라는 표현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여기서 왜 ‘태워달라’라는 표현을 쓰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연기’라는 단어와 운(rhyme)을 맞춘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 물징역인가요?”

 구치소 안에 계신 분들은 1년을 넘지 않는 징역을 ‘물징역’이라고 표현하십니다. 구속 재판 사건은 주로 사안이 중대하여 1년 이상 선고되는 경우가 많으니, ‘물징역’이라면 나름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OOO가 수발들기로 했어요”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는 밖에서 일을 봐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구치소 안에 계신 분들은 밖에서 일을 봐주는 역할을 ‘수발든다’라고 표현을 하니, 변호인은 접견 시 누가 이 ‘수발’을 드는지 확인하시고 수발드시는 분과 소통하셔야 할 것입니다. 

 

마치며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변호사님들이 구속 의뢰인들과 더욱 원활히 소통하시는 변호사로 거듭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금윤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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