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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F=1/2mv²입니다.

 아는 분의 소개로 아들의 형사사건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아들은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청년이었다. 착해 보이는 인상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서 회식이 있었고 술을 마신 상태로 대리운전기사가 연락되지 않아서 가까이에 있는 집으로 차를 운전하던 중에 정차하여 있던 덤프트럭을 충돌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가벼운 충돌이었고 청년은 트럭기사에게 병원을 가자고 했으나 기사가 원하지 않아서 청년은 기사에게 연락처만을 주고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트럭기사는 병원에 가서 3주 진단을 받아 청년을 고소하였다. 그리고 연락해서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공무원도 그만두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해서 청년은 형사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는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무거운 형사처벌이 될 것이고, 징계를 받게 되면 공무원 생활도 더 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인생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뢰인이 교통사고를 낸 공무원이라니 쉽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처음 보고 양형부당 주장을 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트럭은 15톤이었고, 청년이 운전한 라세티 차량은 1.5톤이었다. 트럭은 정차 중이었고 라세티의 기록상 운행속도는 시속 10∼20킬로미터 남짓. 매우 느린 속도였다. 그리고 청년은 아무런 외상도 없고 ‘쿵’하는 정도의 충격이 있었을 뿐이고, 앞의 트럭도 파손은 없었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상해진단을 받았고, 청년이 기소된 죄명은 음주운전 치상이었다.

 기록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물리법칙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함수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늘 과학을 공부해 왔고, 변호사가 되고도 기술계 사건들을 해왔다. 이 사건의 기록을 보면서 든 생각이 운동방정식이다. 뉴턴 역학에서 F=ma인데 여기서 F는 힘(force), m은 질량(mass), a는 가속도(acceleration)이다. 이 공식은 뉴턴의 두 번째 운동법칙을 나타내는 공식으로서 가속도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움직이는(운동하는) 물체의 운동량은 F=1/2mv²라는 식을 도출할 수 있다. 이를 쉽게 정리하면 ‘힘(Force, 충격량)’은 ‘질량(Mass)’과 ‘속도(Velocity)’라는 변량에 의존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교통사고에서 트럭기사에게 상해가 발생할 수 있는가에서 이 운동량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 방정식을 사용해서 이 사건의 경우에 대입하여 계산을 해보면 이 사건에서 나의 판단으로 트럭기사의 상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상해는 무죄일 수밖에 없다. 트럭기사는 역학(力學)적으로 있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상해를 당한 것이다. 상해 부분이 무죄가 되면 남은 죄명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초범이고 그간 공직생활을 성실히 해왔다는 점이 인정되면 징계는 받아야겠지만 공무원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의뢰인에게 상해 부분에 대한 무죄(無罪) 주장을 하겠다고 하고 변론요지서에 무죄 취지 주장을 정리하면서 이 사건에서 물리법칙에 대한 설명을 기술했다. 의뢰인은 걱정을 많이 했다. 직장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법원에서 무죄 주장을 하면 판사에게 미운털이 박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의뢰인을 달래고 한편으로는 형사단독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내용을 최대한 풀어서 기술했다.

 드디어 첫 공판기일. 내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앞에서 진행되었다. 그 사건을 담당한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최대한 가볍게 처벌해달라고 선처를 요청하였다. 더 이상 변론할 것은 없다는 것이 변호인과 피고인의 최후변론이었다. 한 번의 공판기일로 사건은 끝났다. 그리고 내 사건이 왔고, 나는 이 사건에서 상해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재판장은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 검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고, 검사는 변호인이 물리법칙 운운하면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겠다고 했다. 국과수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앞의 사건들과 달리 다음 공판기일이 잡혔다.

 다음 공판기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국과수의 결과를 기다렸다. 국과수의 결론도 내 주장과 부합했다. 아마 공판검사도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법칙이라는 것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두 차량의 질량 차이는 10배가 났고, 앞차는 정차했고, 뒤차는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 속도는 매우 낮았다. 그렇다면 이 둘의 충격의 결과에서 상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라세티 차량의 운전자가 상해를 입었어야 한다. 라세티 운전자인 의뢰인은 멀쩡했는데, 트럭기사가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상해진단서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지금도 의문이 있다. 병원에서는 내방한 사람이 통증을 호소하면 원인불명의 통증을 수반한 상해라고 기재하고 3주 정도의 진단을 해준다고 알고 있다. 의사의 이런 진단서가 물리법칙을 앞설 수는 없다. 검사는 유죄의 증명을 위해서 상해를 주장하는 트럭기사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트럭기사의 증인신문을 위해서 다시 공판기일이 잡혔다. 어찌 보면 한 번의 공판기일에 끝날 수 있었던 단순했던 형사사건이 공판기일이 3번째 잡히는 사건이 된 것이다. 재판장은 검사에게 공소장변경 의사를 확인했으나 검사는 공소장변경을 하는 대신 트럭기사의 증언을 통해서 의뢰인의 유죄를 증명하려고 했다.

 세 번째 공판기일. 증인신문은 치열했다. 공판검사의 증인신문을 마치고 내가 변호인으로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사항을 묻는 가운데 기사는 몇 가지 사실에 대해서 여러 번 말을 바꾸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정차 중 라세티가 트럭을 충격했을 때 잠시 기절을 했다고 했다가 재판장이 시간을 물어보니 기절한 시간이 변하였다.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재판장의 의문에 대하여 자신의 주장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기절했다고 했다가 기절한 시간이 변하고 기절하지 않게 되는 기억의 변화. 반대신문을 통해서 증인이 허위증언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을 집중하여 증인신문을 했다. 결국 이 2시간 동안의 증인신문(오전 기일을 다 비워서 증인신문을 하도록 해준 재판장께 감사하다)을 마치고 나는 상해 부분이 무죄가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고 재판의 결과는 예상대로만 진행되지는 않으니 증인신문을 마치고 두려워하는 의뢰인에게 기다려 보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선고기일에 의뢰인과 같이 참석했다. 상해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리고 의뢰인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들었다. 후에 들어보니 징계에서도 이런 점이 고려되어 최대한 가벼운 징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날 선고를 마치고 법정에서 나오는데, 트럭기사가 내게 변호사 똑바로 하라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다는 분풀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가 양형부당만을 주장해야 하는데 무죄 주장을 하고 상해 부분이 무죄가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의뢰인과 같이 법정을 나서서 기분 좋은 점심을 했다.

 변호사의 일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자다가도 갑자기 좋은 변론 방향이 생각나는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잠을 깨고 일어나서 메모를 하고 그 생각을 다듬어 본다. 생각에는 퇴근이 없다. 이런 점에서 변호사는 제대로 하려면 정말 스트레스풀한 직업이다. 그러나 억울할 수 있었던 의뢰인이 하는 감사의 인사에 그 노고들을 잊게 된다. 물리법칙이 떠올린 무죄판결. 문득 그 청년이 공무원으로 잘 봉사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최승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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