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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 음악감독 인터뷰

Q. ‘인물 탐방’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간단한 약력 및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태원 클라쓰>, <나의 아저씨>, <미생>, <시그널> 등의 드라마 음악을 맡았던 음악감독 박성일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영상음악 프로덕션 호기심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음악감독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유명한 작품들의 음악감독으로 명성을 떨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품을 맡으실 때 성공할 것 같다는 느낌 같은 것이 있으실까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솔직하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꼭 성공해야지 하고 특별히 생각한 적도 없는 것 같네요. 열심히 작업을 하고, 그간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 운이 더하여졌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하나의 성공보다는 작품이 제대로 잘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즐기거든요. 그리고 맡았던 작품마다 연출자나 작가의 의도를 음악적으로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러한 점이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품의 흥행과 관계없이 제가 공들인 모든 작품들은 저에게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라 생각해 와서 기억에 남는 특정한 작품을 고르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어떤 작품은 잘 돼서 기억에 남고, 어떤 작품은 애정을 들였음에도 그만큼 많은 분들께 다가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 때문에 아픈 손가락 같달까요? 자녀를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웃음). 흥행을 떠나 제 노력과 공이 담겨 있는 모든 작품들이 저에게는 제각각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Q. 드라마나 영화 OST 작업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먼저 제공된 텍스트(대본)를 통해서 작품과 캐릭터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우선 정리합니다. 그런 다음 연출자와 정리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된 음악적 방향을 결정합니다. 음악적인 방향이 결정되면 가창곡과 스코어 등 본격적인 음악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이후에 가창자 선정, 가창과 세션 레코딩 등 녹음 및 믹스, 마스터링의 전반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편집된 영상이 나오기 시작하면 완성된 음악을 각 장면에 맞게 올려서 프리뷰를 진행하는데 여기서 때에 따라 장면에 맞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음악을 추가로 제작합니다.

 과정을 말로 정리하면 간단하다고 느끼실지 모르지만, 말씀드린 모든 과정에서 중간 결과물을 연출자와 공유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하는 작업이 반복되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아무래도 기초가 탄탄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에 적합한 정서와 캐릭터성을 고민하고 구체화해 나가는 초반 과정이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Q. <나의 아저씨>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나의 아저씨>는 감독님께 어떤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저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 크고 긴 울림을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에 뛰어난 창작진, 제작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저 또한 행운을 경험했다 할 수 있겠네요. 2018년에 종영한 드라마인데도 요즘도 <나의 아저씨>를 본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 좋은 음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항상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에 <나의 아저씨> OST 수록곡 중에 어른이란 노래를, 평소에 존경하던 정미조 선생님과 리메이크했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달리는 긍정적인 댓글을 보면서 세대와 연령, 각자의 경험과 관계없이 비슷한 부분에서 공감하고 같이 위로를 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런 게 좋은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Q. <나의 아저씨>의 유명한 OST인 ‘어른’이란 노래가 표절 시비에 얽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사연일까요?

 지난해 방송된 한 드라마의 OST로 공개된 곡인데요, 그 곡을 제가 먼저 들은 것이 아니라 곡을 들은 음악업계 관계자로부터 제보를 받았고, 들어보니 너무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드라마 OST 제작사가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면서 ‘어른’을 레퍼런스로 특정하여 요청했다고 합니다. 해당 곡의 작곡가마저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의 표절 문의에 OST 제작사가 ‘어른’으로 특정하여 레퍼런스를 잡아주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똑같아졌다며 유사성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화성의 진행이나 음악적 장치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긴 합니다. 

 다만, 해당 곡은 전체에 걸쳐서 ‘어른’의 음악적 요소들을 거의 유사하게 나타내고 있어서 이런 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는 표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는 계속 의문이 듭니다.


Q. 아직도 음악계의 표절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마 그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시기만 하더라도 주류 가요가 아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특정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DJ가 추천해 주는 음악을 듣거나, 해외음악을 다루는 음악잡지, 지인을 통해서 어렵게 구하는 해외음반을 통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악이 발표되고, 유튜브나 음원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세계 각처의 다양한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대중이나 창작자나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경험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특별히 창작자에게는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론 시대적인 환경을 이용하여 음악을 하나의 매출 상품으로만 보는 일부 기형적인 사업자들 때문에 표절 문제가 확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Q. 음악을 매출 상품으로만 보는 기형적인 사업자의 문제를 조금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질문을 좁혀서 OST 산업을 예로 들자면 음악도 기획을 하고 투자를 해서 사업을 꾸려가는 이들에게는 매출 즉,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은 물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 없이, 경제적 이익만을 늘리기 위해 드라마 자체에 맞지도 않는 음악을 기획하고, 유명한 곡이란 이유만으로 창작자들에게 레퍼런스로 제시하면서 유사하게 제작할 것을 요구한다면, 을이라 볼 수 있는 힘이 없는 음악가들은 그 사업자들에게 발탁되기 위해서 사업자들이 요구한 지점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한 작품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정을 담는 수많은 스태프와 드라마 · OST 사업자, 좋은 작품을 접하고자 하는 대중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특별히 이루고자 하시는 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와 저희 스태프들은 많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주어진 작품에 몰두하고 완성해 가는 것을 즐기거든요. 그게 저희의 보람이자 낙이고 앞으로도 유지하고픈 마음입니다. 그래서 특정한 꿈을 이루고자 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통해 저의 고민이 담겨 있는 진정성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을 따름입니다.

 

● 인터뷰/정리 : 이윤우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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