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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칼럼 어머, 이런 책이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판결 선고를 앞둔 변호사라면 한 번쯤 가슴이 쿵쾅대는 경험을 해 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분명 나는 이 사건에 최선을 다했고, 논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우위에 있다고 자신할 만한 사건인데도 판결이 나기 직전에는 때때로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선배변호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지금보다 경력이 10년 이상 더 쌓여도 똑같이 불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이나 익숙함의 문제는 아니었다. 경력이 20년이 넘어도 불안한 마음이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니, 어쩌면 이렇게 내 상황과 찰떡인 제목을 지었을까. 

 저자인 한덕현 교수는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국내 1호 스포츠 정신의학자이다. 프로야구단 현대유니콘스와 KT위즈의 심리 자문을 담당했고, 현재는 LG트윈스의 심리 닥터를 맡고 있으며, 그 외에도 축구, 농구, 골프, 게임 분야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심리 자문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항상 불안과 긴장을 안고 살아가는 스포츠 선수들의 멘탈 코칭을 해 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불안을 다스리는 올바른 방법을 제안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승과 패’ 또는 ‘성공과 실패’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덕분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승과 패’에 밀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변호사들이 공감할 만한 여지가 더 많다.


“불안은 ‘모르는 것’, 즉 무지(無知)에서 시작된다.”

 모르기에 불안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렇게 설명한다. 내가 모르는 것은 나쁜 것이고 무서운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그러기에 모르는 것은 공포와 불안을 동반한다. 그뿐 아니라 불안은 ‘아는 척’하는 것에서도 시작된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스스로를 속이면 죄책감이 자신을 괴롭힌다. 그것이 불안이다. 여기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가 추가되면 그 불안은 배가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반드시 무엇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더해질 때 불안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보다는 불안과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안은 참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살면서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 그 자체를 심약한 개인의 병처럼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욕망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인간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이를 자책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억지로 싸워 이기려 들기보다 조금 편안히 달래가며 살아보는 것이 불안을 다스리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치 고집불통인 어린아이를 다독이듯.


“혹시 저만 불안한가요?”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불안을 알아보고, 후반부에서는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좀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당연한’ 이야기가 필요한 때가 있다. 불안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으려 할 때, 때때로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떠올리지 못하게 된다. 불안하니 당연한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그러니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연한 것들을 마음속에 단단히 잡아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누구나 불안하다, 따라서 나도 불안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위안이 된다. 대학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타인의 불안을 케어하는 입장이면서도 저자는 ‘저도 불안합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차분하고 뻔하게 불안을 견뎌내며 마음이 단단해지는 비결을 알려준다. 그 비결들이 생각보다 현실적이어서, 읽는 내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나의 불안을 마주하는 만큼 의뢰인들의 불안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이다. 변호사와 함께 송사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의뢰인들의 불안을 조금 더 이해하고 함께 불안을 다스려 볼 수도 있겠다.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 준 비결을 슬쩍 공유하면서 더 돈독해질 관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김유중 변호사
● 법무법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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