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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계약서 발급 시점 - 체결일인지, 착공일인지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당사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아 보관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제22조 제2항). 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서면교부 시기는 ‘체결’할 때입니다. 한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는 서면발급과 관련 ‘건설위탁의 경우: 수급사업자가 제조 등의 위탁 및 추가 · 변경위탁에 따른 계약공사를 착공하기 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제3조 제1항 제3호). 따라서 하도급법에 따른 서면교부 시기는 ‘착공’할 때입니다. 동일한 상황으로 보이는데 시점이 달라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두 법의 관계를 찾아보겠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설산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적용한다.’라고 되어 있고(제4조 본문), 하도급법에는 ‘건설산업기본법이 하도급법과 어긋나는 경우에는 하도급법에 따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제34조). 따라서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건설위탁은 ‘착공’ 시까지 계약서를 주면 되고,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건설공사라면 ‘체결’ 시까지 내주면 될 겁니다.

 그러면 언제 하도급법이 적용될까요. 하도급법 제2조 소정의 적용 범위에 해당해야 합니다. 주체, 거래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주체 측면에는 하도급법이 정의하고 있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에 해당해야 하고, 거래 측면에는 하도급법에서 정의하는 건설위탁에 해당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건설공사라면 일반법인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됩니다.

 그중 주체가 좀 어렵습니다. 일단 수급사업자는 중소기업자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물론 하도급법 제13조와 같이 일부 중견기업으로 수급사업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원사업자는 대기업, 중견기업이거나 중소기업자라면 (건설위탁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액이 45억 원 이상으로서 적어도 수급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을 초과해야 합니다. 다만 하도급법을 피하기 위해서 중간에 계열회사를 끼워 넣는 경우라도 하도급법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대기업집단에 해당한다면 시공능력평가액과 관계없이 원사업자에 해당하고, 수급사업자는 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착공’ 시까지 계약서가 교부되면 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건설공사라면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어 ‘계약’ 시까지 교부되면 됩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좀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계약을 체결할 시점에는 계약서를 안 줘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하도급법은 하도급거래에서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인데, 하도급법이 적용될 때 계약서 교부 시점이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늦어져 앞뒤가 안 맞습니다. 

 두 법의 적용 범위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하도급법은 ‘건설산업기본법이 하도급법과 어긋나는 경우에는 하도급법에 따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제34조). 즉 두 법이 어긋나는 경우에 각각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위 경우에 위 두 규정이 서로 어긋나는 걸까요. 일견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서 교부 시점을 정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하도급법을 위반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를 하거나 심지어 형사처벌(벌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도급법을 위반하면 더 강력한 제재를 받고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하면 과태료 정도가 부과됩니다. 시점도 다릅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계약 체결 시점에, 하도급법은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라면) 착공 시점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두 법은 적용 범위를 달리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건설공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체결’ 시에 계약서를 교부하면 됩니다. 반면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착공’ 시까지는 최소한 계약서를 발급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상당히 강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라 하더라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계약 ‘체결’ 시점에 계약서를 내줘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일견 어긋나게 보이는 위 두 규정이 실제로는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시기 별로 달리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와 달리 실제로 두 법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수급사업자(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하기로 합의 시 대금지급 채무의 소멸 시점이 다릅니다. 하도급법에는 소멸 시점을 ‘그 사유가 발생한 경우(제14조 제2항)’로,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경우(제35조 제3항)’로 각각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도급법이 적용되고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만 하면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는 소멸하고, 원사업자의 채권자는 더 이상 (가)압류 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대법원은 해석론으로 하도급 공사가 실제로 수행되었을 것을 요구합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 반면,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건설공사라면,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 할 때 비로소 발주자의 대금지급 채무가 소멸하므로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실제로 지급하기 전까지는 (하)수급인의 채권자가 이를 (가)압류할 수 있습니다.

김용우 변호사
● 법무법인(유)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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