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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계약의 법적 성질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쟁점


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집단에너지시설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체결한 계약 내용 중 국외공급분 금액에 대하여는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능한 계약금액 고정특약(이하 ‘이 사건 고정특약’이라 한다)이 있는데, 이후 2008년 발생한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수급인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계약금액조정을 요청하였으나, 이 사건 고정특약을 이유로 거절당하자 국가계약법 제19조 위반으로 이 사건 고정특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한 사건이다.

나. 이 사건 고정특약의 효력을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로써 국가계약법상 공공조달계약1)이 사법상 계약인지 또는 공법상 계약인지(공공조달계약의 법적 성질), 국가계약법 제19조가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판결 요지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11명)은 국가계약법 제19조를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보아 그와 다른 내용의 합의인 이 사건 고정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였는데, 그 논거 중 하나로써 국가계약법상 공공조달계약의 법적 성질을 사법상 계약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반대 의견(2명)은 다수 의견과 달리 국가계약법 제19조를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 사건 고정특약을 무효로 보았는데, 그 논거 중 하나로써 공공조달계약에는 사법상 계약과 다른 공법상 특수성이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판결 평석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① 다수 의견은 국가계약법상 공공계약2)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이므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기존의 사법상 계약설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반면, ② 반대 의견은 공공조달계약을 원칙적으로 사법상 계약으로 보면서도 공법적 특수성이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그 공법적 특수성의 요소로 ⅰ) 계약상 지위의 비(非)대등성, ⅱ) 공공계약의 재원이 세금인 점, ⅲ) 공공계약은 대금 수령의 위험이 없는 점 등을 설시하였다.

나. 공공조달계약은 행정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행정주체가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사인(私人)과 계약을 체결하는 사법적(私法的) 형식의 행정으로서, 소위 ‘행정사법(行政私法)’의 영역에 해당한다. 행정사법은 사법적 형식으로 행해지는 행정활동에 공법적 구속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서 발전한 이론인바, 공공조달은 공법과 사법의 경계에 위치한다.

 나아가 오늘날 공공조달계약은 단순한 행정수요의 충족에서 벗어나 사회 · 환경 · 혁신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그 기능이 확대되었다. 유럽 조달법제의 경우, 당초 EC(유럽공동체)의 단일시장 형성을 위한 방편으로서 조달시장의 ‘자유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2014년 EU공공조달지침(Directive 2014/24/EU)」을 계기로 공익 실현 목적과 공공조달 과정에서 사회 · 환경 · 혁신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공공성’이 강화 되었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계약금액 고정 특약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 의견은 아직도 공공조달계약에 대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판시하여 공공조달계약의 법적 성질을 사법상 계약으로만 보고 있다. 공공조달계약의 공법적 특수성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 의견은 공법과 사법의 경계선상에 있는 공공조달계약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라. 특히 최근 대법원은 한국형 헬기(수리온) 개발협약에 따른 정산금청구사건3)에서는 공법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반면, 초소형 전기 개발을 위한 민 · 군겸용기술개발과제 협약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사건4)에서는 민사법률관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민사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결국 공공조달계약의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대법원도 이미 인정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원합의체 반대 의견을 반영한 국가계약법 조항의 신설

 2019. 11. 26. 국가계약법 제5조 제3항 및 제4항을 신설(2020. 5. 27. 시행)함으로써 기존에 동법 시행령 제4조에서 규정하였던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 부당제한특약금지 조항을 상위법인 국가계약법상 조항으로 격상시키고, 그 위반의 효과로써 무효에 해당함을 명백히 명시함으로써 위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상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 사이의 치열한 법리공방을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결어

 공공조달계약을 단순히 사법상 계약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공공조달계약의 공법적 특수성에 주목하고, 공공조달법제에 공법적 특수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김경선 변호사
● 법무법인 신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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