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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의 현실 : 핑크빛은 아니지만

 4년 전 용감하게 이름을 걸고 단독사무실 개업을 했다. 변호사는 어디서든 내 의뢰인, 내 사건으로 살아가는 직업이니 내 스스로 소속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막상 개업을 결심하고 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변호사협회 홈페이지, 블로그, 마케팅 책, 연수원 시절 변호사특강 자료까지 뒤져가며 개업 준비를 했다. 개업 준비를 하면 할수록 현실이 무섭게 와 닿았다. ‘이제 진짜 야생이구나.’ 아무런 보호막 없이 세상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자’는 심정으로 맨땅에 힘껏 헤딩하기로 했다. 일을 시작하려면 제일 먼저 사무실을 마련하고 사업자등록을 해야 했다. 처음부터 번듯한 사무실을 마련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불현듯 공유사무실에서 개업하는 변호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유사무실 자유석을 계약했다. 당시 공유사무실의 각 방에는 세무사사무실, 회계사사무실, 기타 작은 회사들이 개업하고 있었지만, 자유석에서 개업을 한 변호사는 나 하나뿐이었다. 

 사업자등록신청을 한 다음 날,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다. 변호사사무실이 맞는지, 공유사무실에서 사업자등록신청을 하고 정말 일을 하는지 확인차 전화한 것이었다. 내가 개업한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공유사무실에서 변호사가 사업자등록을 한 전례가 없었다면서, 진짜 변호사사무실이 맞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업 첫해를 보내고 나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개업 시장과 변호사업의 생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매출에 대해 고민할수록 변호사의 무기는 ‘전문성’과 ‘진정성’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단독사무실에서 전문성을 외친다고 매출을 놓칠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업무 분야를 한정하되 의뢰인의 필요는 가능한 한 전부 충족시켜 주기로 방향을 정했다. 의뢰인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먼저 제시하고, 궁극적인 해결이 될 때까지 의뢰인과 함께하기로 했다. 또한 개업변호사일수록 유연하고 느슨한 네트워킹을 통해 전문직 간 교류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사건을 의뢰하고 상호 의뢰인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전문가팀을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고개를 돌려야 보이는 것들 

 수년 전 예고 없이 찾아온 뇌경색으로 좌측 시야결손 후유증을 얻었다. 다행히 뇌경색치고는 매우 경미한 후유증이어서 무리 없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시야결손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앞만 보고 걷다가 좌측에서 다가오는 사람과 부딪히기도 하고, 장애물을 보지 못해 모서리에 얼굴을 찧기도 했다. 덕분에 자주 고개를 돌려 직접 두 눈으로 주변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 뇌경색 판정을 받고,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만났던 의뢰인들이 생각났다. 손때 묻은 사건기록을 주섬주섬 꺼내면서 대답을 기다리던 의뢰인의 눈빛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비로소 의뢰인들의 간절함이 이해됐다. 기록만 바라보며 고개를 들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의뢰인의 간절함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시야결손 후유증을 얻고 난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넓어졌다. 뇌경색 전에는 앞만 바라봐도 상하좌우가 정상적으로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지 않았다. 내가 바라보는 상 (像)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 이제는 끊임없이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핀다. 놓치고 못 본 것은 없는지, 그냥 지나친 것은 없는지, 숨어있는 장애물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내 시야 바깥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개업변호사로서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수임한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의뢰인의 사업,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환자가 되어보니 비로소 환자의 심정이 이해되었듯, 변호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봐도 필요한 것이 없는 사건도, 의뢰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궁금한 것들, 필요한 것들 투성이일 수 있다. 법을 알지 못해서 미처 요청하지 못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개업변호사로서 의뢰인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은 때로는 가장 힘든 점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이 되기도 했다.

 

개업의 필수 조건 : 용기와 인내심

 변호사 3만 명 시대이니 개업의 현실이 분명 핑크빛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변호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고, 그중 나를 찾는 의뢰인은 생각보다 많다. 내 스스로 내 소속이 되는 개업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분명 내 시야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고개를 돌리면 보이게 된다.

 삶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다. 오늘의 건강함이 내일의 평온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디든 오늘 하루를 위한 용기와 한발 더 나아갈 인내심만 있다면 ‘변호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스스로 소속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업무 형태가 가능하다. 용기와 인내심을 가슴에 품고, 주변을 살피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변호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변호사님께 응원을 보낸다.

박경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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