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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와 곽소현 변호사의 대화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의 이야기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등장하는 장면

 극단 신세계의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은 김수정 연출과 김보경 배우의 생생한 경험에서시작됐다. 그들의 문제는 곽소현 변호사를 만난 후 다행히도 해결될 수 있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많은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극단 신세계는 다양한 전세사기사건을 취재하고 분석하여 연극을 공동으로 창작했다. 한편, 곽 변호사는 인천 미추홀구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등 크고 작은 임대차 분쟁을 1,000건 넘게 상담하고 소송부터 경매 등 집행까지 전문성을 발휘하는 민사 전문 변호사다. 곽 변호사는 첫 공연을 감상한 날,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의뢰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회를 풀었다. 아래는 곽 변호사와 극단 신세계의 대화이다.

(좌)곽소현 변호사, (우)김보경 배우


곽소현 변호사  우리나라 사람은 임대인 아니면 임차인, 매도인 아니면 매수인 딱 4가지 부류 중 한 명입니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저도 매일 일상처럼 부동산 사건을 다룹니다. 사건을 끝내고 나면 그 의뢰인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할 때도 있는데, ‘극단 신세계’에서 저와 실제로 소송을 진행하며 직접 겪었던 부동산 전세사기 사건으로 연극을 만든다고 해서 매우 놀라기도 했고,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김보경 배우 극단 신세계는 항상 현재의 사회 문제와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다루고자 합니다. 특히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의 시작점은 금융자본주의와 부동산이었지만, 실제로 전세사기를 당하고 변호사를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 거죠.


곽소현 변호사 부동산은 용어와 개념, 법리가 이해하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반면 부동산 투자로 화려하게 성공했다고 강조하는 콘텐츠도 많고, 일반인들의 갭투자에 대한 환상도 강합니다. 그리고 정치권과 국가 정책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부동산에 대해 이해하고 다루는 게 어려웠을 텐데요.


이강호 배우 부동산, 금융자본주의, 경매, 세금 등 관련 주제 책을 엄청 많이 읽으며 용어와 개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조금씩 기본적인 지식을 쌓았죠. 그런데 책만으로는 이해하기 부족했죠. 그런데 보경 배우님과 수정 연출님이 곽소현 변호사님과 진행했던 생생한 실제 사건 에피소드가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됐습니다. 


곽소현 변호사 요즘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돈을 주지 않은 임대인인데, 정작 사회적 시선은 “왜 전세보증보험을 안 넣었어요?”라고 하면서 피해자의 부주의를 지적합니다. 그게 피해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죠. 전세계약을 할 때 분명 등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울분을 호소하는 분들께 “등기에는 공신력이 없습니다”라고 하면, 피해자들은 정말 황당한 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 연

극단 신세계의 연습 사진

극에서도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오나 싶더니 갑자기 말소된 등기가 부활하는 등기의 공신력 에피소드가 딱 튀어나오잖아요. 법률가 입장에서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김보경 배우 다양한 전세사기 사건을 많이 수집하고 하나씩 다 분석하면서 우리 작품에 등장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어떤 서사를 가지고 가야 할 것인가 사례들을 나열해 보고 극적으로 배치를 해봤어요. 언제쯤 사기였다는 게 드러나야 하는지, 그런 장치로 죽어있던 근저당이 언제쯤 살아나게 할 것인지, 어느 타이밍에 나와야 하는지 연습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짜봤죠. 그러면서도 너무 스토리가 복잡하면 관객들이 따라오기 힘드니까, 이해할 수 있는 적정선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며 공동창작을 하였습니다.


곽소현 변호사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법적 문제가 덜 생기는 어느 정도 검증된 재산이라는 점입니다. 빌라는 검증이 안 된 재산이라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기 쉬워요. 부동산 정책 자체가 임차인에게 불리합니다. 국가가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해 주는 것도 아니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의 재산상태나 신용정보를 조회해 보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분쟁이 생기면 개인들 간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기 쉬워요. 여러분도 직접 겪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의 정의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형사적 사기죄가 성립하느냐, 민사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느냐 여기에서 많이 갈립니다. 일반인들의 법감정으로는 내 돈을 떼먹고 보이지 않는 임대인이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서 경찰서에 가면, 민사 채무 문제는 법원으로 가라고 하며 돌려보냅니다. 극단 신세계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직접 취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연극으로 만들었는데 그분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보경 배우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전세사기와 같은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해달라는 것 같습니다.


이강호 배우 공연을 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연대, 즉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어요. 


전웅 조연출 선구제(先救濟) 후회수(後回收)를 요청했고,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 위해 정확하게 상담을 받고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고 했습니다.

곽소현 변호사 국가에서는 피해자들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순서를 따라야 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도 6 ~ 7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문제가 급박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당사자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피해자 여부를 확인하려면 관련 서류를 구비하고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 또한 복잡한 과정입니다.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이에 대한 호소를 하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도 있습니다. 세금을 동원하여 구제하려면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며, 정치권에서는 투표자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편 연극에서 피해자들이 변호사와 만나는 장면은 매우 긴장되는 상황으로 그려지는데, 다양한 변호사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피해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김수정 연출 일반인들은 변호사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내가 무슨 일을 당했을 때 변호사를 찾아가면 마치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고, 변호사는 마치 나의 수호자라는 그런 환상이요. 정작 전세사기를 당하고 보니까 아무도 못 믿겠더라고요.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좌) 전웅 조연출, (우) 김수정 연출


김보경 배우 여러 명의 변호사님들과 상담을 할 때 왜 이렇게 빨리 말씀하시나 궁금했습니다. 물론 상담시간이 15분, 20분, 1시간 이렇게 한정되어 있는데, 정보량은 많으니까 그렇게 하신다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정작 듣는 사람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나의 문제에 대해 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 왜 이렇게 빠르게, 딱딱하고 어렵게 말씀을 하실까 하다가 “저 이 집에서 살아도 되는 거예요?”라고 질문을 하니까 일단 살아도 된대요. 그래서 괜찮은 거구나 싶었는데 상황이 점점 나빠졌었어요. 그래서 또 이거 사기당한 거 아니야 하고 새롭게 변호사님을 알아보곤 했었는데요. 이전에 상담하신 변호사님은 그 당시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는 법리적으로는 맞는 대답을 해주셨던 것일 뿐인데, 상담을 받을 때마다 답은 달라지고 상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하시고. 이게 법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답답했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등장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변호사와 상담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곽소현 변호사 두 분이 법률상담을 받으러 오셔서 노트북도 펼쳐놓고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록하는 걸 봤을 때, 상당히 많이 준비하고 오셨구나, 일반적 법률상담과는 다르게 나를 인터뷰하러 오셨구나 하는 것을 느꼈었습니다. 


김수정 연출 전화로도 상담을 했지만 저는 변호사님 얼굴을 봤어야 했어요. 집주인 얼굴도 안 보고 계약을 했다가 전세사기를 당해버렸는데.


김보경 배우 눈으로 보고 진짜로 만나야 신뢰가 쌓이니까요. 법적 소송은 살면서 많이 겪지 않는 일이니까, 변호사님과 전화로만 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일인 것 같았어요. 여러 명의 변호사님들을 만나서 상담을 받아봤지만 “전세 피해자와 전세사기 피해자는 다른 겁니다!”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신 분은 곽소현 변호사님이 처음이었어요.


곽소현 변호사 연극에서도 피해자들이 변호사와 만나는 장면에서 확 긴장이 되더라고요. 배우들이 대사를 읊는 과정에서 바로 대사 자막이 떴는데, 그 어려운 법률적 내용이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았잖아요. 저라면 그걸 다 외울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김보경 배우 변호사가 등장하는 장면이 진짜로 목숨을 건 대목이었어요. 대사도 너무 어려우니까요.


김수정 연출 법률용어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법률용어는 분명히 한국어인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처럼 마치 외국어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게 어려웠어요. 전 재산이나 다름이 없는 몇억이나 하는 큰돈으로 전세계약을 하는데, 그 어떤 법적 용어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계약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이지 않을까 합니다.


곽소현 변호사 사건이 마무리되면 의뢰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사건의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건 이후 변호사와 의뢰인은 잘 연락을 하진 않아요. 그런데 두 분께서 이 사건을 자신들만의 경험이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연극을 만들었을 때 많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변호사가 법적으로 조력하는 것도 잘해야겠지만, 특히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나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정신적으로도 치유하셔야 하는데, 여러분들의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이 그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왼쪽에서부터 전웅 조연출, 김수정 연출, 곽소현 변호사, 이강호 배우

 

대화 참여자 : 곽소현 변호사, 극단 신세계(김보경 배우, 김수정 연출, 이강호 배우, 전웅 조연출)
인터뷰 정리 : 서유경 변호사
연습 사진 : 극단 신세계 제공
공연 사진 : IRO Company ©2023. IR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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