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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휘 전 서울가정법원장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변호사님의 간단한 약력 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80년 연수원 10기(사법시험 19회)를 수료한 후, 해군 법무관으로 복무하고 1983년도에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되어 지법 부장판사와 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08년 춘천지방법원 및 의정부지방법원 법원장을 역임한 후, 2011년 2월 서울가정법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하였고, 2021년도까지 대형로펌인 법무법인(유) 화우의 변호사를 거쳐 현재 작은 법무법인(시우)에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 시작 후인 2011년부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다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세종대 법학부에서 석좌교수로 출강하고 있습니다. 


Q. 사법시험에 합격하신 것이 대학교 4학년 때인데 대학 생활은 어찌 보내셨고 위와 같이 이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신 비결은 무엇인가요?

 제가 1974년 대학에 계열별로 입학하여 2학년 2학기에 법대 진입 후 공부를 시작하여 1차 시험을 보고 4학년 초에 2차(사법시험 19회)에 합격하였는데, 특별한 비결은 없고 집중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Q. 법조 직역 중 법관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언인가요?

 시험에 합격하고, 졸업 후에 연수원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그 기간 동안 故 김증한 교수님의 조교를 하면서 라드부르흐의 『법철학』을 원서로 읽게 되었고, 故 심헌섭 교수님을 만나 대학원에서 법철학(방법론)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오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법을 해석하는 권한이 있고 작게나마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법관이라 생각하고 법관직을 지원하게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Q. 1985년부터 1987년까지 판사로서 2번째 임지로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근무하셨는데 당시는 5공화국 말기로서 공안 정국하에서 소위 말하는 시국사건, 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또는 국가보안법 사건이 근무하시던 재판부에 많았을 것입니다. 당시 위와 같은 사건들을 처리하시면서 어떤 기준으로 심리 진행 및 판결을 하셨고, 판사 업무 처리 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위와 같은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있었던 사건이 있다면 어떤 사건이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1986 ~ 7년도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단독판사로 근무할 때 공안사건 중 주로 집시법 위반 사건이 많이 있었는데, 당시의 실정법에 따른 처리를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단독판사 관할인 국보법 제7조 위반 사건에서는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목적”의 입증에 관한 문제가 있었는데, 예컨대 ‘반정부’를 ‘반국가’로 판단할 수 있는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후일 그 해석을 엄격하게 변경하려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연구심의관으로 관여했습니다). 한편 제가 즉결사건 중 시위참가 예비 사건을 무죄로 선고하였던 적이 있는데, 이 사건은 한홍구 교수의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공안사건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문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이른바 ‘건대 사태’의 영장을 전부 발부한 것은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1988년에 독일 본 대학으로 법관 장기연수를 가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법관 해외 장기연수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텐데, 연수를 가신 이유가 무엇이고 독일에서 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셨나요?

 해외연수는 제가 더 공부하고 싶고 독일의 재판실무를 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독일 본 대학의 ‘법철학과 형법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형법과 법철학을 공부하였고, 독일의 각급 법원을 견학하기도 했습니다. 


Q.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춘천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하시면서 주로 어떤 업무를 챙기셨나요? 법원장 근무 기간 중 가장 큰 업적으로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지요?

 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 업무는 당연한 것이고, 직접 재판도 일부 담당하기도 하였으며, 특히 가족관계등록 정정사건을 직접 처리하였습니다. 제가 법원장으로서 큰 업적은 없었지만, 법관과 직원들의 인화를 중시하였고, 타 기관과의 관계도 신경을 썼습니다. 법원장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근무평정인데,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 2021년에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으신 것은 어떤 공로때문인가요?

 제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임무 종료 시 의례적으로 공로상을 받은 것입니다. 징계위원장으로서 변호사 징계의 엄정함과 직역 보호를 모순 없이 추구하고, 변호사 징계실무와 결정서 작성례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부터 현재까지는 법제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약 28년간 법관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있었던 사건은 무엇인가요?

 제가 서울지법 형사합의 부장판사 재직 시 판결한 ‘옷 로비 사건’이 기억납니다. 이 사건으로 2000년 동아일보의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또 재판 과정이나 결론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민혁당 사건’이나 김홍신 작가의 공업용 미싱 발언으로 인한 모욕 등 사건도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 무난한 처리로 사회 일반과 당사자가 대체로 승복하였다는 데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Q. 현재 법원의 판사를 바라보시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법관이 좋은 재판을 해야 사법에 대한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공기가 맑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재판을 하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법관에게 달려 있는 것이고, 좋은 법관이 되는 것은 법관 각자의 의식과 각성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재판 지연의 문제나 법관의 양극화나 편향성의 문제가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법관이 사명감을 가지고 윤리적이고 지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대법원은 법관 재교육과 지원을 통하여 좋은 재판을 뒷받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관 징계도 필요합니다. 


Q. 법조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칸트는 “무조건적으로 선한 것은 선 의지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법조인의 공통적인 덕목은 ‘정의에의 의지’라고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는 법조3륜의 직업윤리가 중요하고, 법조인은 법조3륜의 직업윤리를 내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률가가 단지 법률기술자로 남지 않으려면 사명감이나 법철학적 사유가 요청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Q. 법조 원로로서 후배법조인에게 조언하여 주시고 싶은 사항은 무엇인가요?

 우선 법이 출세의 수단이 되거나 돈 많이 버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변호사에게는 법이 밥이므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법률상인이 되더라도 정도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법관이 드워킨이 말하는 정치철학자에 준하는 초인 헤라클레스가 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가까이 가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입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법조윤리 강의도 하시는데 변호사가 지켜야 할 법조윤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변호사의 직업윤리는 세 가지 key-word로 요약됩니다. 성실, 품위, 진실. 이는 정의에의 의지라는 덕목에서 도출되는 윤리적 의무이지만, 직업윤리 위반은 징계사유가 되므로, 법적 의무가 되는 것입니다. 법관과 검사의 직업윤리도 대체로 같지만, 변호사는 공직자가 아니라서 품위나 진실은 법관, 검사의 그것보다는 약하다고 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께서 책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법철학과 법이론의 여러 문제를 개관할 수 있는 입문서로 2021년도에 『법철학과 법이론 입문』을 출간하였고 2023년 초에 개정된 2판을 내었습니다.

 저는 기초법학의 부재와 소외가 법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하고 타락시킬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법률가와 법학도 및 법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법철학과 법이론의 문제 상황을 보여주고 그 해결에 다가갈 길을 열어주겠다’는 목표 아래 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제가 대학에서의 강의안과 석, 박사 논문에서 다른 법학방법론을 정리하고 업데이트하였으며, 우리 판례로 예증을 시도 하였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존경하는 친구인 이인복 전 대법관이 문제의 논의와 원고 검토에 큰 도움과 힘을 주었습니다. 

 그 내용으로는, 법개념론, 법이념론, 정의론, 법효력론, 법규범과 법체계론, 법원(法源)론, 방법론 및 법이론의 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입문서이기는 하지만, 지도교수인 심헌섭 교수님께서 주창하신 비판적 법실증주의를 계승 발전시켜서 제 나름의 법철학을 정립하려고 했습니다.

 오늘날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의 양극단은 지양되고, 수렴 접근하는 경향에 있습니다. ‘비판적 법실증주의’의 단초는, “정의 이념은 심각한 부정의를 인식하고 드러내는 역할을 함으로써 명백하게 옳지 않는 것에 대한 배제적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부정의가 무엇이냐에 대한 일치의 가능성은 대부분 더 클 것이란 생각에 기초합니다. 다만 명백히 부정의한 것에 대한 합의가 있는 곳에서만 그 배제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실정법이 승인하는 법원리인 신의칙 등과 같은 것이 법내재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판적 법실증주의는 세 가지 key-word로 요약됩니다. 법원리, 규범통제, 법률회피. 헌법원리 등의 법원리(法原理: legal principle)가 부정의에 대한 비판적 규준이 되고, 법원리가 실정법 해석의 엄격성 및 형식성에서 비롯되는 현저히 부당한 결과를 시정하는 비판적 기능을 하는 것이고, 이는 규범통제와 법률회피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다만 규범통제는 원칙이 되어야 하고, 법률회피는 예외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적 법실증주의의 관점은 법실무에서 실제 이루어지고 있고, 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Q. 변호사님의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요?

 후년쯤에 위에서 말한 『법철학과 법이론 입문』의 3판을 낼 생각이고, 이 책으로 법철학 강의도 조금 더 지속할 생각입니다. 변호사 업무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 한 계속해 나갈 것이고, 지금까지 해 오던 변호사협회의 일도 힘이 닿는 대로 더 할 것입니다.심헌섭 교수님을 만나 대학원에서 법철학(방법론)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오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법을 해석하는 권한이 있고 작게나마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법관이라 생각하고 법관직을 지원하게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 인터뷰/정리 : 황상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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