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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국적의 양육자가 한국 국적 비양육자에게 인지판결 확정 전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한 사안대법원 2023. 10. 31. 선고 2023스643 결정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양육자는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현재 및 장래의 양육비 중 일정 금액을 분담할 것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3.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그렇다면 혼인외의 자로 태어난 자녀에 대해 뒤늦게 ‘인지(認知)’가 이루어진 경우, 양육자는 상대방에게 인지 전 발생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에 관해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최신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3. 10. 31. 선고 2023스643 결정). 이 사안은 준거법에 관한 쟁점도 담고 있습니다.
 

사실관계

 청구인은 상대방과 교제 중 사건본인을 임신하여 출산하였고, 그 후 필리핀으로 가서 현재까지 홀로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국적의 모친과 한국 국적의 부친 사이에서 혼인외의 자로 태어난 사건본인은 부친을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상대방에 대하여 사건본인의 출생 시부터의 과거 양육비 및 장래 양육비를 청구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청구인과 한국에서 동거하던 중 청구인이 사건본인을 출산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별도의 준거법에 관한 조사 없이 대한민국 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혼인외 출생자에 대하여는 그 부가 인지함으로써 비로소 부자간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형성되어 부양의무가 발생한다면서 인지판결 확정 전의 과거 양육비 청구 부분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우선, 대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한 사건이라면 법원이 준거법에 대하여 직권으로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준거법은 직권조사사항). 원심은 당연히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상대방의 부양의무에 관해서 판단하였을 뿐, 그에 앞서 이 사건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하거나 직권으로 조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는바, 이는 직권조사사항인 준거법에 관한 국제사법 법률을 위반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입니다[국제사법 규정에 따르면 부양의무는 부양권리자인 사건본인의 일상거소지법에 따르고, 만약 그에 의하면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공통 본국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으며(국제사법 제73조 제1항, 구 국제사법 제46조 제1항), 부양권리자인 상대방과 부양의무자인 사건본인이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부양의무자인 상대방의 일상거소가 대한민국일 경우에만 대한민국 법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민법 제860조 및 인지에 따른 과거 양육비 청구에 관한 법리에 관하여는, “인지판결 확정으로 법률상 부양의무가 현실화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부모의 법률상 부양의무는 인지판결이 확정되면 그 자의 출생 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민법 제860조), 양육자는 인지판결 확정 전에 발생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부담함이 상당한 범위 내에서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보아 인지판결 확정 전의 과거 양육비 청구를 배척한 원심 결정을 파기 · 환송하였습니다.


사견

 위 대법원 결정에서도 판시한 바와 같이 법원은 과거 양육비 청구가 있는 경우, 한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의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하였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고 가혹하다는 점을 들어 실무상 상대방이 부담하는 과거 양육비를 상당 부분 감액하고 있습니다[“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인지 여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18. 12. 28.자 2015스471 결정 등 참조)].

 법률상 부양의무는 인지판결의 확정으로 비로소 현실화하지만, 인지의 소급효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60조와 과거 양육비 청구 시 일반적으로 상당 부분이 감액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 결정에 찬성합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당사자 간 협의나 심판에 의해 양육비가 전혀 정해지지 아니한 상태의 과거 양육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8. 16. 2010스85 결정)

이경진 변호사
● 법무법인(유)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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