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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적 일부청구에 있어 시효중단의 범위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23723 판결

사안과 쟁점

 실무적 필요성으로 일부청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청구의 경우 잔부에 대한 시효중단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인지 문제 된다. 명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이상 현행법의 테두리 범위 내에서 해석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은 명시적 일부청구에 대해, 이를 잔부청구를 선행적으로 전제한 청구권의 행사로 보아 실제 잔부청구가 행사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최고’로서의 효력은 지속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채권자를 최대한 보호한 것으로 평가되는 선례적 판례이다.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명시적 일부청구와 관련하여 소제기에 의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은 그 일부에 관하여만 발생하나, 소장에서 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권 중 일부만을 청구하면서 소송의 진행경과에 따라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한 경우에는 소제기 당시부터 채권 전부에 관하여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종전 판례의 법리에 더해, 실제 청구금액을 확장하지 않은 경우에는 잔부에 대한 ‘최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소송종료 후 6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을 통해 잔부에 대해서도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판례 평석

 대상판결이 설시한, ‘최고’의 실제적 의미는, ① 우리 민법 제174조가 규정하는 ‘최고’가 재판상 청구와 달리 재판 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준법률행위이고, ② 상대방에게 도달한 직후 6월간의 잠정적 시효 중단효가 발생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우리 민법상의 ‘최고’라기보다는 일본의 학설과 판례가 도입한 이른바 ‘재판상 최고’ 이론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민법에는 재판상 청구가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경우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때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 중단효를 인정하는 우리 민법의 제170조 제2항이 없기에 그들은 ‘재판상 최고’ 이론을 창안하여 실무에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일부청구 시 잔부에 대한 시효 중단효를 실제 잔부청구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법조문상으로 인정하는 독일 민법과 달리, 재판상 일부청구임을 명시하고 소송종료 전 실제 잔부청구에 이른 경우에만 잔부에 대한 잠정적 시효 중단효를 인정하는 ‘명시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점을 사법부가 해석론으로 극복한 것이 아닐까 한다.

 ‘최고’라는 민법상 시효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였다는 점은 해석론으로서 탁월하고 현실적으로도 유용하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① 우리 민법이 규정하는 최고의 개념 취지 및 법적 성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② 결과적으로 채권자의 권리를 채무자의 신뢰보다 더욱 보호하게 된다는 점에서 반론을 피할 수 없다.

 2017년 전면개정된 일본 민법 시효규정은 소멸시효의 ‘중단’, ‘정지’를 소멸시효완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 각각 ‘갱신’, ‘완성유예’로 변경하고 ‘최고’도 완성유예의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시효법 개정작업에 착수하였고 시효법 개정안도 마련되었으나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시효규정의 현대화를 도모하고 있는 각국의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 민법 시효규정도 ‘최고’를 최고라는 용어에 한정 짓지 말고 대상판결에서처럼 이미 실무적으로 인정되는 ‘재판상 최고’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우리 국회가 민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고, 특히 소멸시효 부분에 대해서 기존의 ‘중단’과 ‘정지’로의 구분을 갱신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기존의 ‘최고’는 ‘잠정(적) 갱신(효)’로, ‘재판상 최고’는 ‘갱신(효의) 연장’으로 나누어 현행 ‘최고’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 · 체계화 · 정교화시킬 수 있도록 그 합리적 필요성을 심층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신성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 대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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