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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팩트 나열로 끝나선 안 돼...사회 변화 이끌어야”SBS 이동원 PD 인터뷰

Q.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피디님의 간단한 약력 및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SBS 시사교양본부에서 피디로 일하고 있는 이동원이라고 합니다. 2012년 방송국 입사 이후로 1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맡아 연출했고요. 그와 별개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다니던 대학 시절부터 작가로도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권의 책을 출간했고, 여러 플랫폼을 통해 글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Q. 처음 집필한 책(『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은 배낭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하면서 쓴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녀와 본 여행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떤 곳이었나요? 그곳에서의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

 제가 대학 시절부터 혼자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나라가 50여 개국 정도 되는데요. 그런데 제 여행은 좀 특별했습니다. 단순히 여행으로 가기보다는, 대부분 현지 NGO와 컨택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찾아갔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 그리고 페루, 볼리비아, 멕시코 같은 남미 국가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때의 경험담을 담아 대학 시절에 출간했던 첫 번째 책이 『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입니다.

 여행지 중 꼭 한 곳을 고르라는 질문을 받으니, 저는 팔레스타인이 떠오르네요. 저는 2010년에 노벨 평화상 후보였던 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초대를 받아, 요르단을 거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는 제닌(Jenin)이라는 도시에 갔었는데요. 우리 편견 속 팔레스타인의 모습과 달리, 서안지구는 평범한 시민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하마스의 영향력이 큰 ‘가자지구’와는 전혀 다른 곳이고요. 심지어 시민들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당시 참 평화롭던 그곳의 분위기가 요즘 많이 생각납니다. 남미나 아프리카보다 거리가 안전했던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멀리서 온 손님을 환대해 주려는 분들도 정말 많으셨고요. 무엇보다 평화의 공존을 모색하고자, 그곳에 들어와 살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무쪼록 전쟁이 빨리 끝나, 그곳의 평화가 다시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Q. SBS에 PD로 입사한 뒤에는 어떠한 프로그램을 담당하셨나요?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뤄진 법률 문제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제가 입사한 후 조연출일 때는 〈짝〉이나 〈한밤의 TV연예〉같은 프로그램 제작을 도왔습니다. 그러다 연차가 쌓이면서 〈TV 동물농장〉, 〈궁금한 이야기 Y〉, 〈SBS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출을 했었고요. 이후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그램을 오래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예능형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화성 8차 사건’을 다룬 바 있습니다. 당시 이춘재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것이 DNA 검사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되어 억울하게 무기징역을 받고 가석방되었던 윤성여 씨의 재심을 돕게 되었습니다.

 회보를 읽으시는 많은 회원분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춘재가 본인이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상 절차적 오류를 찾아 지난 판결을 뒤집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30년이 넘은 재판의 소송기록을 찾는 것부터가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SBS <그것이 알고싶다>팀은 전통적으로 취재과정에서 획득한 모든 기록을 사무실 캐비닛에 보관해 오고 있는데요. 마침 사무실 캐비넷에서 윤성여 씨의 진술서나 수사기록, 재판에 제출된 증거서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을 담아 방송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방송본 자체가 증거가 되어, 이후 윤성여 씨의 재심청구서 증거자료 1번으로 제출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윤성여 씨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Q.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편은 ‘정인아 미안해’로 세상에 알려진 한 입양아동의 사망사건입니다. 제가 사건을 취재할 당시, 범행을 저지른 양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요. 사건에 대한 제보를 통해 관련 증거를 입수한 뒤, 이를 전문가들과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방송을 제작하였습니다. 양모의 범죄는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던 것인데요. 

 방송 직후, 검찰로부터 증거자료를 협조해 줄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이에 대승적, 공익적 차원에서 취재하며 입수한 자료를 즉시 검찰에 공유했습니다. 그 직후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는 양모 혐의를 ‘살인죄’로 바꾸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해외와 달리, 아동학대 가해자가 ‘살인죄’로 처벌받는 것이 드문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방송을 통해 모인 여론을 바탕으로 ‘아동학대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고, 국회 본회의를 통해 가결되었습니다. 방송 이후 6일 만에 법이 바뀌게 된 것인데요. 향후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사교양 피디로서 다양한 사람 및 장소를 섭외해 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섭외 경험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요?

 2023년에 기획해서 제작한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출입이 금지된 보안구역만 찾아서 촬영하는 게 컨셉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송은 ‘서울남부구치소’와 ‘서울남부교도소’였는데요. 아시다시피 교도소는 내부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가급 보안시설’입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적극 협조해 주신 덕분에, 모든 제작진과 촬영 장비에 대한 조회, 검사 등을 거쳐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다음이었던 ‘인천국제공항’ 편에서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보안구역 내에서만 촬영을 했습니다. 그때는 인천국제공항공사뿐만 아니라, 관세청, 서울지방항공청, 국가정보원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았고요. 

 그 이후에도 ‘가급 보안시설’ 중 화폐를 생산하는 ‘한국조폐공사’,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한 ‘나로우주센터’, KF-21 등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KAI’에서도 기재부, 과기부, 방첩사, 방위사업청, 국가정보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허가를 받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분들의 호응을 받고 마무리된 프로그램인데요.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를 위해 숨겨진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응원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시작된 기획이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국가기관에서 저희 기획 의도에 공감을 해주셨고, 어려운 보안허가를 모두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방송 역사상 단 한 번도 촬영이 허가된 적 없는 ‘가급 보안시설’만 골라서 다니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 피디로 기록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Q. 사건이나 주제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현 시점에서 제작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많이 고려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한정된 시간과 제작비용으로 제작해야 하거든요. 다만 저는 바로 제작이 불가능하더라도, 꼭 필요한 이야기라면 추후 가능성을 두고 계속 취재를 이어가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 방송으로 이어진 경험도 많이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입니다. 방송이 단순히 팩트 나열이나 사례 소개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바라는 점이고, 궁극적으로 방송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새로 집필한 책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방송국에 소속된 피디로 일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가부터 조직폭력배나 마약사범까지, 일반인들은 평생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 수시로 인터뷰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도 ‘피디’라는 타이틀을 갖고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일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하거든요. 그런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생긴 개인적 고민이나 걱정을 기록해 두고 싶다는 욕망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기록의 목적으로 오랫동안 글을 써왔고요. 그러던 중 2022년에 우연한 기회로 ‘밀리의 서재’라는 독서플랫폼을 통해 연재하였고, 이번에 도서로 출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차기작으로는 어떤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계신가요? 대략적으로만 알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것이 알고싶다>를 제작하며, 우리나라 범죄자의 재범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통해 교도소 내부를 촬영하며 재범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그래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기획 중입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Q. 시청자/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제 인터뷰를 읽으신 회원분들 중에는 제가 일하며 만난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또 앞으로 제가 만나 인터뷰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송국에서 월급받고 일하는 직장인에 불과합니다만, 그래도 피디이자 작가로서 소신을 갖고 진정성 있게 일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업무적으로 뵙게 되었을 때, 많은 도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정리 : 조성우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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