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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의 우선수익권과 원인채권의 관계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0다245408 판결

사안과 쟁점

 원고(시공사의 채권자)는 “피고(수탁자)가 시행사의 도급인 지위를 승계하는 공사도급승계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에 따른 시공사의 공사비채권과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제2순위 우선수익권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근질권의 설정을 승낙했으므로, 이 사건 공사비채권에 관한 질권의 실행에 의해 피고는 원고에게 대출원리금 상당의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공사비채권에 대해 근질권설정을 승낙한 사실이 없고 피고가 승낙한 근질권의 목적물은 시공사가 피고에 대해 가지는 제2순위 우선수익권에 한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제1심 법원 및 2심 법원의 판결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첫 번째 쟁점인 피고가 이 사건 공사비채권에 대해서도 질권설정을 승낙했는지 여부에 대해 ① 원고는 대부업과 대부중개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자금의 대부, 그에 따른 담보의 확보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② 이 사건 질권설정승낙서 하단에는 다른 내용보다 더 큰 글씨로 이 사건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그 문언에 따르면 질권설정승낙의 대상이 제2순위 우선수익권에 한정된다는 것이 명확하다. ③ 이 사건 질권설정승낙서의 ‘질권의 목적물란’에서는 수익권과 공사비채권을 구별하고 있는데, ‘특기사항’란에는 ‘본 건 수익권’이라고 기재하고 있을 뿐이고 이 사건 공사비채권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④ 원고와 시공사 사이에 작성된 근질권설정계약서에도 근질권의 목적을 “수익권(본건 수익권) 및 공사비채권”이라고 기재하여 양자를 구별하고 있다. ⑤ 이 사건 공사비채권을 질권설정승낙의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쟁점인 제2순위 우선수익권에 대한 질권설정 승낙의 효력이 이 사건 공사비채권에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 위탁자가 자신이 소유하는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여 건물을 신축 · 분양하는 사업을 시행하게 하고 대주와 시공사를 우선수익자로 정하는 관리형 토지신탁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수익권은 원인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 별개의 권리가 된다. 이러한 경우 우선수익권은 원인채권과 별도로 담보로 제공될 수 있으므로 우선수익자인 시공사가 우선수익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수탁자가 승낙했다고 해서 그 원인채권에 대해서까지 질권설정승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부동산 신탁에서 우선수익권은 원인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설정되며 이러한 원인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신탁의 수익권, 나아가 우선수익권이 원인채권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권리라고 하는 것은 일반론적인 원칙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한 견해이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생략한 채 모든 사안에서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부동산 신탁 상품 중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의 경우 신탁계약의 체결 및 우선수익권의 설정은 첫째, 시행사, 시공사, 대출금융기관과 신탁회사가 함께 대출약정서 및 사업협약서를 먼저 체결하고, 둘째, 위 대출약정서 및 사업협약서를 바탕으로 시행사와 신탁회사는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출금융기관은 자신의 위탁자에 대한 대출원리금채권을 담보받기 위해 위 토지신탁의 제1순위 우선수익자로, 시공사는 자신의 공사비채권과 대출금융기관에 대한 위탁자의 채무를 지급보증한 것에 대한 사전구상채권을 담보받기 위해 위 토지신탁의 제2순위 우선수익자로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상기 우선수익권들은 이러한 원인채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신탁계약의 당사자들은 이러한 원인채권과 우선수익권의 관계에 대해 근저당권과 유사한 부수성을 인정하고 있고 실제 부동산 신탁업계의 실무도 이와 동일하다.

 또한 부동산 신탁에 있어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므로 상기 우선수익자들의 원인채권을 담보하는 우선수익권의 제공은 수탁자가 소유한 신탁재산으로부터 발생된 것이며 이러한 범위 내에서 수탁자는 물상보증의 형태로서 신탁재산을 우선수익자들에게 담보로써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이 사건을 살펴보면 제2순위 우선수익권의 원인채권은 시공사의 공사비채권이며 이 사건 신탁계약서상 신탁관계인들은 양자를 근저당권과 피담보채권의 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규율하였다. 다만 제2순위 우선수익권의 원인채권은 시공사의 위탁자에 대한 공사비채권이며, 우선수익권은 시공사의 피고에 대한 신탁수익채권으로서 수탁자가 원인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신탁재산을 물상보증의 형태로서 제공한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인 피고가 제2순위 우선수익권을 원고에게 근질권의 목적물로 제공해도 그 원인채권인 공사비채권은 시행사가 근질권의 목적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며, 설령 우선수익권의 원인채권이 시공사의 수탁자에 대한 공사비채권이라고 가정해도 수탁자는 명시적으로 공사비채권에 대한 근질권 설정을 허용한 바 없으며, 신탁계약서 및 공사도급계약서상의 공사비에 대한 양도금지 및 처분금지 특약 규정을 위배하면서 수탁자가 이에 대한 근질권을 설정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민법 제361조 저당권의 처분제한 규정이 준용되어 원인채권과 분리된 제2순위 우선수익권에 대한 근질권의 설정은 그 자체로 효력이 없으므로 제2순위 우선수익권에 대한 근질권의 설정이 원인채권이 공사비채권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결론을 끌어내는 근거로서 우선수익권을 원인채권과 별개의 독립된 권리라는 잘못된 논거를 원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상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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