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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의 모습, 『사랑을 담아』를 읽고

 『사랑을 담아』(영문 원제 : IN LOVE)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남편이 고통 적은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함께했던 아내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그런데 이 경험담은 환자가 편안한 시간이 되도록 간호를 하거나 호스피스를 한 이야기가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시점에 스스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해준 시간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자살방조죄”의 과정과 심경을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는 미국인입니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주에서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 것은 범죄 행위이고, 몇몇 주에서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전제에서 비범죄화의 길을 열어놓기는 했지만 그런 요건을 충족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저자와 남편은 “고통 없고, 평화롭고, 합법적인 자살이 가능한” 스위스로 동행자살(accom panied suicide)을 위한 5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출발은 두 사람이 했지만 한 명은 돌아오지 않는 여정이었습니다.

 알츠하이머로 인하여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는 시간 대신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있을 때 이 삶을 끝내고 싶다”고 결심을 한 남편이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이 여정이 시작합니다. 아내로서는 받아들이기 너무도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남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여 그 방법을 찾아 조사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가며, 마지막 가는 길에 동행합니다.

 책에는 스위스의 자살조력단체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나옵니다. 저자와 남편은 “펜트바르비탈나트륨”이라는 약물을 이용해 자살을 도와주는 “디그니타스”라는 단체와 연락을 하였습니다. 입사 시험을 보는 것처럼 서류 절차를 거친 후 스위스 현지에서 의사의 직접 면접까지 통과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디그니타스”도 모든 희망자에게 조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살을 원하는 본인이 분별력이 있는 상태에서 확고한 의지로서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경우에만 조력을 하고, 이러한 입증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저자의 경우 1년 이상)과 최소 2만 달러 이상의 돈, 그리고 각종 서류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동행자도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저자는 남편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릅니다. 이러한 과정을 저자는 밀도 높게, 그리고 솔직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바쁘게 허덕이는 일상 속에서 개인에게 삶의 시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오늘 당장 살기도 바쁜데 언제 올지 모를 죽음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어렵고, 또 그다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생각하고 계획하였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죽음의 모습을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들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마지막 삶의 시간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장수가 온전한 축복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리스크가 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살방조는 여전히 형사상 범죄이지만, 스위스로 찾아가 “디그니타스”와 같은 조력 단체에서 삶을 마친 한국인의 사례들이 다수 있고, 잠재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한국인 회원이 수백 명이라는 기사도 있습니다. ‘죽음의 방식’의 허용 범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온 느낌입니다.

 나의 죽음은 어떠한 모습이길 원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죽음은 어떠하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남긴 책이었습니다.

전용원 변호사
● 법무법인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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