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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재판 지연, 이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전국 법원에서 2년 이내에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최근 5년간 민사소송은 약 3배로, 형사소송은 약 2배로 각각 증가했고,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 넘게 판결이 나오지 않은 ‘초장기 미제’ 사건은 5배 가까이 폭증했으며, 지난해 민사사건 소장을 내고 첫 재판 기일이 잡혀 합의부 법정에 설 때까지는 150일이나 걸렸습니다. 2016년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재판은 평균 322일 만에 마쳤는데, 2022년 상반기에는 이 기간이 386일로 늘었고, 2021년 기준으로 3심 대법원 판결까지 받기 위해서는 평균 977일이 걸렸으나, 2022년 종결된 사건 기준으로는 평균 1,095일이나 걸렸습니다. 

 변호사들의 경우에도 10명 중 9명이 재판 지연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장 제출 후부터 1심 선고기일까지의 소요 시간은 1년 6개월 이내가 54%로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사건에 따라 신중한 심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판을 진행하여야 하겠지만, 신속한 판결을 요하는 임대차 문제나 소송촉진법에 따른 지연손해금 문제 등은 법원의 사정에 의한 재판 지연의 경우 당사자들에게 매우 심각한 추가 손해를 발생시키기도 하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재판 지연 문제는 판사의 부족, 업무 과중, 사건의 난이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관 또는 재판연구관의 수 증원, 법관 보상 체계 정립, 재판제도 효율화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그중 각 법원 판사가 투표를 통해 천거한 후보 중 1명을 대법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해서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에게 직접 맡기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라는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의 참신한 구상도 눈에 띄고, 현재 민사소송법은 형사소송법과는 달리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더라도 판결이 확정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단 항소부터 제기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사소송에서도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두는 법 개정안이 통과(2025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것 또한 미약하나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중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재란 분쟁당사자 간의 중재합의에 의해 분쟁을 법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최종 해결하는 제도를 말하며(「중재법」 제3조 제1호), 각 분야의 전문가인 중재인이 판정한다는 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단심제라는 점, 중재 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고, 뉴욕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도 효력을 가진다는 점, 당사자의 충분한 진술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분쟁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 신속한 해결이 사업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분야, 외국인이 관련된 분야, 영업비밀 보호가 중요한 분야(건설, 금융, 기술, 정보통신, 지식재산권, 노사, 국제거래 등) 등에 매우 적합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송에서 구두 변론을 하기보다는 사전에 제출된 준비서면을 재판에서 진술한 것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서 당사자들이 소송 과정에서 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중재는 관련 분야 전문가인 중재인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나서(대한상사중재원은 1회 심리 시간을 기본 1시간으로 부여하고 있고, 심리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 더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판정을 내리며, 공개가 원칙인 소송과 달리 중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당사자들의 영업비밀이나 프라이버시도 보호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중재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재합의가 필요한데,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하지만(「중재법」 제8조 제2항),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 별도의 서면으로 사후 중재합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사전에 계약서 등에 중재합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중재제도를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습니다.

 민사소송법이 제199조에서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언젠가는 이 규정이 단순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실제로 지켜지는 규정이 되어 당사자들의 권리구제가 최대한 신속히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고정욱 변호사
● 법무법인(유) 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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