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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힘을 내죠”이재익 작가 겸 SBS 라디오 PD 인터뷰

소설가이자 SBS 라디오 PD 이재익. 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자신이 연출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고, 쓰는 글만 해도 영화 시나리오부터 일간지 칼럼, 웹툰 - 웹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스스로를 ‘평생 글 쓰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이재익 작가를 만났다.


Q.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고 방송하는 이재익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소설, 칼럼, 방송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돌아보면 하나의 경력이 또 다른 경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소설을 쓰는 학생이었다가 제가 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영화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워 작가로 일했죠. 방송국 PD로 입사해 프로그램을 연출하다가 직접 진행을 맡게 된 것도 그렇고요. 〈씨네타운 나인틴〉이라는 팟캐스트를 꽤 오래 만들었는데 팟캐스트 주제가 영화였기에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경력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문 칼럼도 10년째 쓰고 있는데 음악과 관련한 내용이 많아 라디오 PD 일이 도움이 됩니다.


Q. 이처럼 다양한 활동들을 문제없이 해내는 비결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주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은 그런 일들을 차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이하고 있다는 건데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습니다. 방송을 하다가 지칠 때면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위안을 얻고, 글을 쓰다가 막힐 때면 진행자로서 대중과 소통하면서 출구를 찾기도 하고, 콘텐츠로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는 신문 칼럼에 다루고, 이런 활동들이 공기 중에 사라져 버리는(on air) 헛헛함을 느낄 때는 직접 만지고 곁에 둘 수 있는 책을 쓰고… 이런 식의 순환이 이어져 왔네요.


Q. 최근 활동을 보니, 새로운 책을 내셨습니다. 책 제목이 특이합니다. 설명 좀 해주세요.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이라는 책입니다. 두 개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오타니 그리고 포르쉐. 오타니는 이 책의 주제이자 소재로써 제 덕질의 대상입니다. 포르쉐는 오타니가 홍보대사라는 이유로 2대나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덕질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에 제목에 넣었습니다. 게다가 포르쉐가 최근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향도 있어서, 오타니의 성공 철학을 암시하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취미를 넘어선 덕질에 대한 책인 동시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에 대한 책이기도 하니까요.


Q. 작가로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내셨는데, 이번 책은 감회가 좀 남다르시다고 들었습니다. 

 3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는데 대부분이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 아닌 책들도 영화나 음악 방송 등 제가 하는 일과 관련한 에세이였습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으로 했던 ‘일’이었고 방송국 PD 또 진행자로서의 ‘일’이기도 했습니다. 제 직업과 상관없이 온전히 취미를 담아낸 책은 처음입니다. 그래서인지 스트레스 없이 신나게 썼고 책도 제 기대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서 대만족입니다. 제가 만든 오타니 박물관에 특별한 수집품을 추가할 수 있어서 또 행복합니다.


Q. 오타니의 어떤 점이 작가님을 빠져들게 했을까요? 

 오타니의 경이로운 성취를 찬양하는 뉴스는 매일 쏟아집니다. 하지만 제가 오타니에 빠진 지점은 정반대로 좌절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의심하더라도 자신의 꿈에 확신을 잃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견디고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경외심을 느꼈습니다. 

 여기저기서 많이 인용된 만다라트 계획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행운조차도 습관에 달려 있다고 믿고 매일 그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구도자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타니의 야구 커리어는 아직 10년도 넘게 남아 있기에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야구의 신이 인간의 몸을 빌려 나타났다는 생각도 듭니다. 종교가 없는 제가 우상으로 섬기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까요.

 저는 오타니에 빠지기 전에는 야구팬도 아니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룰만 알고, 국제경기 결승전이나 한일전 정도나 챙겨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오타니 덕분에 야구에 푹 빠졌고, 야구를 더 많이 알고 나니 오타니가 더욱 좋아지는 상승작용도 있었습니다. 


Q. ‘덕질’을 하면서 작가님 삶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오타니를 알기 전에 저는 실패와 상실을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불운을 탓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존재, 그러니까 오타니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하면서, 도리어 나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자세를 배우게 됐습니다.

 그 외에도 묵직한 삶의 교훈들을, 저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친구에게 많이 배웠어요. “억울함에 발목 잡히지 말라.”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습관을 만들고 반복하라.”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이런 교훈들은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테지만, 오타니를 덕질하면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죠. 


Q. 작가님이 왕성하게 활동하실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물론 시간적 ·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많은데,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본능적으로 끌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또 깨달았는데요.덕질이나 수집 활동을 개인적 취미로 놔두지 않고 책으로 엮어낸 것만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오타니 선수 팬클럽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팬클럽을 만든 일도 같은 맥락이겠죠. 간혹 지칠 때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힘을 내는 편입니다.

 요즘은 새로운 충전 방법도 생겼습니다. 오타니 선수가 경기에서 던졌던 공을 경매로 구해 갖고 있는데요. 에너지가 떨어졌다 싶을 때 가끔 그 공을 케이스에서 꺼내 잡아봅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붉은 실밥(seam)으로 마무리되어 있는데, 사람의 인연도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양권의 미신처럼 그 공을 잡으면 오타니와 연결되는 느낌이 듭니다. 오타니 기운을 충전하는 방법이랄까요.


Q. 작가님 또래, 흔히 40대 중후반이 되면 공허함, 무기력함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조언을 구한다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그전까지 해왔던 일과 다른 일을 하면서 (혹은 연관된 일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기분 전환뿐만 아니라 일상을 전환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뭔가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내가 꼽는 최고의 커피나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순대국을 찾아보는 일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고백이 들어있는데요. 제 경우에는 방송국에서 진행자 자리와 프로그램을 잃고, 네이버 웹소설 연재가 끊기고, 그 후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고 수술받는 일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연거푸 터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축축 처지는 기분을 잡아준 존재가 오타니 선수였고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녀석들이 수집품들이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 첫 문장처럼, 좌절의 시기이자 희망의 시기였고 슬픔의 계절이자 기쁨의 계절이었달까요.


Q. 요즘은 작가님처럼 어떤 직업을 갖고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변호사들도 그중 하나고요. 앞으로 글을 쓰고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변호사들에게 조언해 주실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능감을 가진 아나운서가 각광받는 이유가 뭘까요? 다른 표현으로, 아나운서가 예능감을 갖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아나운서는 늘 정확함을 요구받는데 예능감은 그 반대의 지점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으로 법조인에겐 논리가 식량이자 무기이겠죠. 그래서일까요? 법조인들이 쓴 책을 꽤 많이 읽어봤는데,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져서 흥미로웠습니다. 때론 감정의 변화조차 논리적으로 전개되더군요. 문장도 그렇고요. 비문을 겁내지 않으면 글이 민망해지지만, 동시에 비문을 너무 두려워하면 발칙하고 재미있는 문장을 쓰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책이라면, 논리의 고삐를 놓고 감정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풀어주면 어떨까 싶네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작가님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당장의 바람은 ‘쇼타임 코리아’(오타니 팬클럽)가 더 많이 알려져, 숨어 있는 우리나라 오타니 팬들과 함께 오타니 선수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타니 박물관에도 꾸준히 소장품을 늘리고 싶고요. 궁극의 목표라면 몇 년, 혹은 10년 후라도 오타니를 직접 인터뷰해 보고 싶습니다. 오타니 다큐멘터리도 여러 편 봤고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의 취재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직접 묻고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이 많습니다.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은 인터뷰를 위해 매일 오타니를 연구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책 자체로도 소중한 결실인 동시에 꿈의 인터뷰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변호사님들에게 하고 싶으신 얘기가 있으시다면 해 주세요. 

 제 동생 부부가 모두 변호사회 회원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대하는 이 지면이 낯설지 않네요. 동생이 다른 법조인과 결성한 ‘소울바이트(Soulbite)’라는 록밴드가 있습니다. 매년 자선 공연을 하는데 저는 지난달에 처음 공연을 봤어요. 로커가 되고 싶었던 학창 시절 동생과 함께 기타를 치고 놀기도 했는데, 제가 놓아버린 로커의 꿈을 동생이 놓치지 않고 잡아둔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이기만 했던 제 꿈을 넘어 선한 영향력까지 보여주어 더 고마웠고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들도 ‘소울바이트’ 많이 응원해 주세요!

● 인터뷰/정리 : 김유중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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