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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활동과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 위반의 가능성

 일상에서 외래어 ‘브로커(broker)’는 보통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강하게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브로커’는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고 상행위의 대리 또는 매개를 하여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상인’을 일컫는 중립적인 단어이다. 상법에서는 타인 간의 상행위의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중개인이라고 하고(상법 제93조),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중개대리상이라 한다(상법 제87조). 즉 브로커는 상법상의 중개인 또는 중개대리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영업 형태임은 명백하다(이하 중개인과 중개대리상을 ‘중개대리상’으로 총칭한다).

 중개대리상이 그 업에 종사하면서 관급공사 등을 위해 공무원에 대한 영업행위를 하는 경우는 문제가 된다.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에서는 계약의 목적이나 성질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중개대리상이 기업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에서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에 대한 중개대리상의 영업행위는 위 조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술한 바와 같이 중개대리상은 개념적으로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중개 내지 알선을 하고 그로부터 보수를 받는 상인이기 때문이다. 즉 국가계약법 등에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에 중개대리상이 영업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모두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업행위가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으며, 중개대리상의 관점에서는 자신을 위한 사무인 중개대리업을 하고 받은 정당하고 적법한 보수로 보이기도 한다.

 위 문제에 대하여 판례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 

 ① 중개대리상이 중등교육용 과학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후 각급 학교에 과학기자재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하고 수수료를 지급받은 사안에 관하여, 해당 피고인의 중개대리상 계약이 형식상 계약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고(대법원 2001. 2. 9. 선고 98도503 판결), ② 중개대리상이 인조 잔디를 생산하는 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후 제주도 내 각급 학교에 인조 잔디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하고 수수료를 지급받은 사안에 관하여, 해당 피고인이 비록 중개대리상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은 학교장 등 공무원과의 친분관계 및 인맥을 통해 그들에게 청탁하여 그 납품업체가 선정되게 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 위반죄를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도3106 판결). ③ 그리고 대법원은 최근 “의뢰인이 업무의 효율성, 전문성, 경제성 등을 이유로 알선행위자와 중개대리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알선행위자가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제품에 대한 홍보, 견적 제공, 성능에 대한 설명 등 일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업활동을 통하여 의뢰인과 관공서 사이의 계약 체결을 중개하였다면, 이는 단순히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와 관련하여 의뢰인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였을 뿐인 경우로서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그 행위의 실질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적법한 증거에 입각한 개별적인 사실인정의 문제에 해당한다”며 이때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는 내용의 판시를 하였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7331 판결).

 이로써 기준이 명확해진 것처럼 일견 보이기는 하나 위 2021도7331 판결이 현실에서 ‘불법 브로커’와 중개대리상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크게 의미를 지닐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위 판결 내용만으로는 결국 중개대리상의 영업행위가 변호사법 위반인지 여부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중개대리상이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한 사람인 경우 노력의 대가로 의도치 않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영업활동이란 영업하는 사람의 전문지식에 기반을 둠은 당연하며, 담당자와의 친소관계 역시 작용함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중개대리상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에게 종종 연락하여 안부를 묻고 청탁금지법 등에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 뇌물 등의 다른 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영업활동 자체는 허용되는 것이다. 또한 업무적으로 만나면서 자연스레 친분이나 우정이 생기는 경우라던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상품에 관해서는 딱 잘라서 전문적인 지식이라고 분류할 만한 내용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탓에 판단하는 주체에 따라 동일한 회사를 위하고 영업형태가 유사한 중개대리상들이라고 하더라도 불기소처분부터 실형의 유죄 판결까지 다양한 처분이 혼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용목 변호사
● 법무법인 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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