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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칼럼 변호사가 알아야 할 개업상식
망하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펌을 그만두고, 개업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했던 건 아내의 다소 어두운 표정이었다. 사실, 그 표정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기에, 나는 차분히 아내를 설득해 보려고 했다. 일단, 나는 이 선택이 불가역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변호사로서 살아갈 다양한 삶에서 한 번 시도해 보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개업을 해보았는데 매출이 충분치 않거나,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하거나, 생활이 지나치게 불규칙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기면, 다시 다른 회사 등의 소속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 밖에도 개업 이후 영업 방법이라든지, 다른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보는 시도 등 여러 가지 계획들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개업을 한 번 ‘시도’해 보는 데 동의했다. 개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가까운 사람의 동의와 신뢰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불도저처럼 내 곁의 사람들의 불안과 걱정을 내팽개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건 그다지 현명한 삶의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 아내와 아이, 부모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즘처럼 변호사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시절에 개업에 뛰어들어서인지 주변에서도 걱정 반 궁금증 반으로 내게 ‘개업’에 대해 묻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개업 전에 무엇을 준비했느냐, 망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 어떻게 해나갈 생각이냐 등의 이야기를 개업 전부터 후까지 계속 듣고 있다.

 사실, 개업 전에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개업 이후 도래하는 모든 사항을 다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사업자등록부터 사무실 구하기, 복사기와 도장 구매, 카드가맹점과 포털의 플레이스 등록, 홈페이지와 명함 제작 등 개업을 해보면 해야 할 일들은 끊임없이 따라온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등 영업을 하더라도 사건 수임을 보장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불안,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불안을 얼마나 회피 없이 직시하고, 그에 대해 진실되게 대답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싶다. 그 대답을 위해서는, 나와 우리의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정하고, 과연 내가 개업을 하는 게 맞는지를 꼼꼼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로펌 생활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당장의 수입은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시간을 자율적으로 쓰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개업을 해보겠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하나의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과연 내가 ‘개업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개업하기 전부터 거의 1년 정도는 물었던 것 같다. 직장을 다니는 장단점과 개업을 한 뒤의 장단점,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점들, 또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정에서의 역할과 스스로를 위해 원하는 삶의 부분, 인생의 우선순위 등에 대해 수도 없이 수첩에 적으며 고민했다. 2023년에 받았던 ‘변호사수첩’은 반년도 쓰지 못해 동이 났는데, 달력 부분을 빼고는 그런 개업 고민이 빼곡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개업을 했건만 여전히 종종 불안이 찾아오고,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의심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토록 깊이 고민했던 나를 존중하기로 하고, 또 나를 믿어준 아내와 가족에 보답하기로 하면서,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 개업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개업하기 전과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이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일단 마음먹었다면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스스로 믿어보기로 한 시간 동안만큼은, 그 마음을 믿고 나아가보는 것이다. 

 망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망하거나 혹은 연착륙할 때까지 처음 개업했을 때의 그 마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이 자기 자신과, 또 자기 곁의 사람들과 지키는 약속들로 채워지는 것이라면, 삶의 일부인 개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찬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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