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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다투시네요

“변호사님, 정말 치열하게 다투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송무를 하고 계신 다른 변호사님들께서도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처음 단독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날, 실무실습 또는 수습 변호사 생활로 경험하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변론기일에 단독으로 출석하는 것은 참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2023년 12회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1년 차 변호사입니다. 저는 여전히 개개의 사건이 마치 제가 당사자인 양 느껴집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 일방 대리인과 상대방 대리인 사이의 관계는 의뢰인들 상호 간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았기에, 응당 상대방 대리인과의 의사소통은 전자소송상 서면으로만 주고받는 것으로 생각했고, 수습 변호사 기간에도 상대방 대리인과의 사이는 제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수습 변호사 생활이 끝나고 정식 변호사가 되어 변론기일에 단독으로 출석한 어느 날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건은 의뢰인 회사가 ‘소외인의 문서위조 행위’로 인하여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처분문서에 의해 약정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소송의 항소심이었습니다. 원심 판결에서 오인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각종 민법 서적, 주석 서적, 판례를 검색하여 서면을 작성하고, 소외인의 상습적인 문서위조 행위를 밝혔으며, 상대방이 계약체결 당시 중과실 있음을 입증했고, 이에 항소심에서는 상대방의 청구가 전부 기각되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항소심 변론종결일에 출석하여 그동안 주장했던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하고, 재판장님께 이 내용을 면밀히 살펴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변론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올 때 상대방 대리인과 인사를 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되어 처음으로 상대방 대리인과 인사를 한 것이었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님은 백발의 노신사였습니다. 그 변호사님께서 건넨 말은 저에게 작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변호사님, 정말 치열하게 다투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백발의 변호사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저에게 건넨 이 한마디를 듣고 저 또한 꾸벅 인사하면서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상대방과) 이렇게 웃으며 인사해도 되는 것일까?’ 였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께서는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뜨거운 가슴을 가진, 그러나 차가운 머리를 가진 변호사가 되어라.”입니다. 이 문구는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이 케임브리지 대학교 재직 당시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뜨거운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저는 이 말의 참뜻을 알 수는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개개의 사건을 내 사건처럼 바라보고, 사건을 처리할 때 객관적이고 법리적으로 정당한 논리로써 대응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차 변호사로서 모든 사건이 마치 제 사건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의뢰인이 상대방 당사자에게 느끼는 감정에 동화되어 상대방 대리인에게 근거 없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백발의 변호사님께서 저에게 공대하며 건넨 한마디는 저에게 작은 가르침을 주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는 소송 절차에서 감정적으로 상대방과 다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뜨거운 가슴”으로 의뢰인이 처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의뢰인에게 공감하여 의뢰인과 변호사 상호 간 신뢰를 쌓고, “차가운 머리”로 소송을 진행하는 때, 청구원인에 대한 논리적인 법리 공방을 하여 재판부와 변호사 사이의 신뢰를 두텁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뜨거운 가슴으로 의뢰인을 위로하고, 차가운 머리로 재판부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부분이 아직 미숙합니다. 비록 상대방 대리인이지만 선배변호사님께서 건넨 한마디는 아직은 미숙한 변호사인 저에게 깨달음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사건에 매몰되어 감정적으로 격앙된 변호사를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웃으며 칭찬해 주시니 저의 가슴은 더 뜨거워질 수 있었고, 머리는 더 차갑게 식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저에겐 대부분의 법조인이 선배님이십니다. 초임 변호사가 법정에서 긴장하여 미숙하고 격앙된 모습을 보일 때 따끔한 충고나 질책도 필요할 것이지만, 선배님의 여유 있는 웃음과 칭찬이 있다면, 후배변호사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으리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미숙한 1년 차 변호사의 법정 경험담이었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뜨거운 가슴으로, 더 차가운 머리로 사건을 훌륭하게 처리하시길 바랍니다.

홍대건 변호사
● 법무법인 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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