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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과 함께한 꺾이지 않는 마음

 이번 〈나의 소송이야기〉의 주제는 실무적으로 임대차 분쟁 사례 중에서도 아직 대법원의 해석례가 없어 해석상 논란이 많았던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 갱신거절의 입증책임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전문가인 변호사는 물론, 임대차계약의 주체인 임대인과 임차인들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권 규정과 동조 동항 제8호인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을 이유로 한 임차인의 갱신요구 거절권 규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겠다는 의사가 진실 또는 거짓인지 여부는 입증이 곤란하여 아무래도 해당 사안을 상담하는 변호사분들도 임대인이 실거주를 주장하는 경우 임차인은 집을 비워줄 수밖에 없다는 쪽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저 또한 실거주를 이유로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들은 의뢰인인 임차인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법 동조 제8항에 의거하여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한 뒤 실제로 임대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는 동조 제5항에 따라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대법원의 해석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에 관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한 하급심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013199 건물인도 사건)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를 용이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임대인의 입장에서도 실거주 목적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어, (중략) 계약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차목적물을 임대한 경우에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어 (중략)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중략) 임대인으로서는 실거주 예정임을 소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도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의 실거주 목적을 사유로 하여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라고 판단하여 임대인이 별도의 입증 없이 실거주 목적 주장만으로 갱신요구 거절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위 하급심 판례는 언뜻 보면 손해배상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일응 타당한 면이 있다고 보일 수 있지만, 저는 무언가 서로 다른 것을 혼동하여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갱신요구와 갱신거절권은 그 자체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각 당사자 주체에게 인정되는 권리일 뿐이고, 손해배상제도는 사후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완전히 다른 별개의 제도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사례였지만 위 하급심 판례와 다른 판단을 한 별도의 하급심 판례(인천지방법원 2021가단207723 건물인도)도 있었습니다. 해당 하급심 판례에서는 ‘임차인 측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임대인의 주관적 사유로 이를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사후적인 손해배상의무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유로 인한 거절이 남용되어 사실상 계약갱신요구권의 의미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 (중략) 적어도 임차인에게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거주할 예정이 아니라는 정당한 신뢰가 있는 사안 등 특별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중략) 실제 거주할 예정이라는 점만을 들어 언제든지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라고 판단하여, 임대인이 단순히 실거주 목적이라는 사유만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임차인 측에 유리하게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변호사님들에게도 혼란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렇게 하급심 판례의 판단이 갈리는 이유는 모두 해당 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단 및 해석례가 없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제가 담당한 사건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갱신요구를 하였지만 임대인이 실거주 이유로 갱신요구를 거절하였는데, 중간에 말을 바꾸어 손자가 살겠다고 하면서집을 비워달라는 등 실거주를 의심할 만한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법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입증이 곤란함을 이유로 임대인의 갱신거절을 인정하는 다소 기계적인 판단을 하였고, 끝내 대법원 상고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이 실거주 목적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고,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인지를 판단하여야 했는데, 해당 사안의 임대인은 갱신거절의 사유가 바뀐 점, 임차인을 내보내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없다고 보아 최종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갱신요구거절권의 판단 및 해석례를 최초로 이끈 유의미한 판결이 선고된 것입니다.

 이렇게 파기환송판결을 받은 것이 변호사로서 매우 기분 좋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물론 의뢰인 또한 항소심에서 패소판결을 선고받을 경우 강제로 쫓겨날 수 있는 불안한 지위 및 경제적 약자로서 소송비용 등의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정한 기준 아래 새롭게 판단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 덕에 대법원에서 큰 보람을 가져다준 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었습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3551 판결).

 누군가는 승소판결이 변호사의 능력 덕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의뢰인과 변호사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값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기에, 이렇게 저의 소송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경험을 잊지 않고, 노력하는 변호사로 계속하여 기억될 수 있도록 매진해 볼 생각입니다.

이윤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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