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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과학기술 분야에도 변호사 등 법조인의 참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 이재훈 성신여대 교수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재훈 변호사입니다. 교수가 되기 전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9년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분야 규제혁신, 규정 및 제도 개선 업무에 특화된 정책 및 입법 전문 변호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 ·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감사위원회 상임감사위원(기관장급)으로 임명되어 25개 기관의 자체감사 총괄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는 학교에서 과학기술법, 감사관계법 등 과학기술 관련 실무에 바탕을 둔 전문성 있는 과목들을 가르칩니다.


Q. 이력을 보니 변호사를 하시다가 법학이 아닌 기술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독특한 커리어가 있으시네요.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저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학사와 석사를 각 조기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2기)을 거쳐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로펌에서 송무와 자문 업무 등을 수행했지만, 공학도로서의 장점을 활용코자 과학기술 연구개발 관련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 변호사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에 밀접한 법령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로서 관련 과학기술 연구개발 법령에 전문성을 키워보자고 마음먹고, 변호사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여기까지 온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변호사로서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쭉 일을 해오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요?

 2014년도부터 과학기술 분야 현장의 규제를 분석하고 어떠한 규정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자문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과학기술 법령 개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전략 전반을 컨설팅했습니다. 대부분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법령 개정에 제가 관여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정법률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규제자유특구법」, 「원자력안전정보공개법」 등 법률 제정 연구 책임자를 맡았고(해당 법률들은 최종 제정되어 시행 중), 세부적으로는 연구기관의 연구성과 소유 방식의 전면 개선, 중소기업의 연구비 처리 행정 간소화, 연구비 집행기준 완화, 국제공동R&D사업 협약체결 기간 연장 등 연구개발 환경을 연구자 중심으로 개선하였으며, 유전자치료 연구범위 확대, 창업기업의 연구과제 신청 제한 완화, 벤처확인제도 개선 등 국가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관련 규제를 혁신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과학기술혁신법안」, 「합성생물학육성법안」 제정안 입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성과학기술인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안 마련 등을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Q.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상임감사위원을 역임하셨다고도 했는데요. 간단히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은 자체감사기구를 두어야 하는데,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구기관들에는 특별법 형식으로 감사일원화가 시행되어 해당 기관이 아닌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자체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관 25개 중에는 최근 누리호 발사에 큰 역할을 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하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있습니다. 

 감사위원회는 기관별로 달리 적용되던 감사 기준을 표준화는 동시에, 기존의 연구자에 대한 적발 위주의 감사를 지양하고, 우수 연구성과 창출 시 절차상 실수에 대해 적극행정 면책을 통한 연구의식을 고취하는 등 변화하는 연구개발 환경에 맞게 감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기관들에 특화된 자체감사 시스템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별도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대 상임감사위원으로 제도 안착에 특히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Q. 변호사, 교수, 또 상임감사위원으로서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계시지만 결국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와 관련된 일을 계속해 오셨네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이고, 관련 법령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과학은 탐색과 탐구 활동을, 기술은 경험과 과학을 기초로 조직화된 지식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연구개발은 인간, 사회 등에 관한 지식의 축적을 위해 수행되는 모든 종류의 창의적 작업이니, 결국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과학기술 지식의 생산과 기술 진보를 위한 활동입니다. 상당히 철학적인 답변이 됐는데요.

 관련 법령에 대해서는 먼저 의미를 좁혀서 보면, 중앙행정기관별로 해당 분야 기술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을 위한 예산을 집행하게 되는데, 이는 통칭 국가연구개발사업이라 합니다. 대학, 연구기관, 기업은 연구개발사업의 세부 과제를 수행하게 되고 이러한 과제의 기획, 선정, 협약, 연구비 지급, 성과평가, 성과 활용 등의 일련의 관리 과정이 있고, 이를 정리한 것이 「과학기술기본법」,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산업기술혁신법」, 「연구성과평가법」 등 연구개발법입니다. 이 법률들은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관해 특화된 법률들이고, 부처마다 사업 수행 근거 조항을 법률에 두고 자체 규정을 통해 연구개발 수행 절차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관련 법령 개념을 확장하면, 「연구실안전법」, 「생명윤리법」 등 연구 과정에서의 안전을 확보하는 법률, 「생명공학육성법」, 「협동연구개발촉진법」 등 과학기술을 분야별로 육성하거나 지원하는 법률, 「연구개발특구법」, 「규제자유특구법」 등과 같이 특별구역에서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 「이공계지원법」, 「여성과학기술인법」 등 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한 법률, 마지막으로 「과기출연기관법」, 「한국과학기술원법」 등과 같은 기관 설립 법률 등도 과학기술 연구개발법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라고 하면 일견 법과는 다소 동떨어진 분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법은 어떻게 관계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헌법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헌법 제127조 제1항은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입니다. 국민경제 발전의 핵심이 과학기술 연구개발인 셈이죠.

 이러한 헌법 규정을 근거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 된 것입니다. 물론 1970 ~ 80년대는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하면 해당 연구개발의 성과가 즉시 기술 향상에 반영되던 시기였습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으로 국가 경제가 성장하던 구조에서 빠른 예산 투입과 성과 활용이 중요했기 때문에 관련 법제를 통한 관리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과학기술과 법이 동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무한경쟁시대, 미 · 중 기술패권 전쟁, 디지털 전환 급속화라는 다양한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패스트팔로워(Fast Follo wer)가 아닌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다분야 소규모의 프로그램형 단순 예산 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가 전략적 기술에 선택과 집중하는 프로젝트형 예산 배분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법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기존의 틀을 깨기 쉽지 않고,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법은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저성장이라는 뉴노멀 시대에 맞는 정부의 한정적 예산 상황을 고려하며, 국제협력 강화 및 기술 유출 예방을 위해 연구개발 분야의 적극적 지원 및 규제 정책을 진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연구시설장비라고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의 법적ㆍ제도적 문제점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법적 문제점은 우선, 법령에서 명확히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은 전부 금지되는 것으로 보려는 관행입니다. 영미권에서는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되는 것”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신서비스 · 신산업 분야를 선점합니다. 이후 운영 과정의 문제점을 반영하여 사후적으로 정부에서 법을 제정하거나 규제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칙적 금지 · 예외적 허용’ 방식의 제도, 즉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태에서 규제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내용을 나열하는 법령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법령에서 금지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 아니하면 이에 대해서는 금지된 상태라고 봅니다. 이는 과학기술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행정실무상 명백한 허용규정이 없으면 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금지하려는 관행이 나타납니다. 규제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통해 이를 타파하고자 하나 한계가 있습니다.

 제도적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연구개발 과제 수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산을 지급하고, 적절하게 예산관리 차원의 개입만 하면 된다는 정책을 취한 부분에 있습니다. 실체적인 측면에서의 연구 내용보다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관리를 중시했던 것이죠. 관리자 입장에서 절차규제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개별 기관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인 판단을 거듭하면서 연구 수행의 자율과 창의보다는 관리 편의성에 중점을 두어 왔고, 실제 지금 이러한 기관 내부 규정, 관리 기관 매뉴얼이 상당히 많습니다.


Q.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변호사님들이 더 해줄 수 있거나, 해주셔야 할 역할이나 업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연구 수행 중에 발생하는 규정 해석 문제나 법률적인 이슈를 ‘변호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연구자는 사내변호사나 로펌에 있는 변호사에게 본인의 연구 내용과 이를 둘러싼 규정이나 법적 이슈의 의문점을 설명하기 어려워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과학기술법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과정이나 행정 처리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 현장과 소통하며, 직면한 현안을 분석하고 법적 쟁점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는 소통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학기술 관계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가혹해서 그대로 집행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규제규범을 위반하게 되고, 기관도 이를 방관하다 보니, 운이 나빠 걸리는 경우에는 제재를 당하지만, 규제 집행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규제규범에 대한 위험부담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연구 규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은 이러한 제도적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변호사로서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 영역도 폭넓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부출연연구소나 연구개발 전담 기관에 조직 운영 외 각종 법무를 담당할 변호사님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변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님들이 정부출연연구소나 연구개발 전담 기관의 채용공고에 많은 관심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구개발과 관련해서는 각종 평가위원회에 변호사를 위원으로 섭외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과학기술 관련 분야에도 법치주의가 적용될 수 있도록 그런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것도 한 방법일 듯 합니다. 관련해서 최근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님들이 모여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연구개발법 커뮤니티를 신설해서 올해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니, 연구개발법 커뮤니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과학기술 관련 분야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보람이 있었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셨는지요?

 연구 및 자문 결과로 현장의 문제가 해결될 때가 가장 보람이 큽니다. 법령명에 “소통”이라는 표현이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요? 현행 법령 중에서는 2022년 시행된 「원자력안전 정보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에서 최초로 “소통”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원자력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발해졌지만 실질적으로 원자력안전과 관련한 정보의 공개 및 관계시설이 위치한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적극적 정보공개의 주체가 정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로만 한정되어 있어 원자력안전 관련 정보를 주로 생산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정보공개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외람되나마 제가 이를 법령명에 반영하길 제안했습니다. 정보의 공개와 함께 “소통”이라는 표현을 활용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한 부분이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변호사 겸 교수로서도 항상 현장의 의견을 자주 듣고 소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Q. 연구실에 ‘이재훈 문화칼럼니스트’라고 적힌 잡지가 있네요. 새로운 영역을 또 개척하시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이야기”라는 칼럼을 매달 국내 클래식 잡지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120편을 훌쩍 넘겼더라고요. 조만간 이를 정리해서 책으로 출판하고 언젠가는 교양 강좌도 개설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우선적으로 『과학기술법』, 『연구개발 감사관계법』 등 기본서를 쓰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책 연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법 분야를 꾸준히 개척해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어디서든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입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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