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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는 Master가 아닌 Maid, 당신의 인생에 MC가 되십시오!” - KBS <아침마당> MC 김재원 아나운서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 <인물 탐방> 코너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KBS 아나운서 김재원입니다. 〈아침마당〉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아나운서가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아버지께서 아프셨어요. 미국 유학 시절에 혼자 계시던 아버지께서 쓰러지시는 바람에 급히 귀국해서 병원 생활을 6개월 정도 했죠. 그때 TV에서 우연히 아나운서 모집 공고를 보고 아내가 저 모르게 입사지원서를 받아 온 덕에 엉겁결에 아나운서가 됐습니다. 신입사원 연수도 병원에서 출퇴근하며 받았죠. 사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거든요. 아내는 6학년 때 짝이라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어린 시절 꿈을 이룬 복 받은 사람입니다.


Q. MC는 프로그램의 Master(주인)가 아니라 Maid (하인)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MC는 첫째, 출연자를 편안하게 모십니다.

 둘째, 출연자를 돋보이도록 합니다.

 셋째, 결코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MC의 본분이라면 바로 하인(Maid)아닐까요?


Q. “당신의 인생에 MC가 되십시오!”라고 하셨는데, 변호사에게도 적용 가능할까요?

 저는 매일 아침 65분의 공연을 합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연습도, 리허설도 없이 처음 만나는 사람과 백만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죠. 인생도 공연입니다. 내 인생에 출연한 사람들을 잘 모셔서 멋진 공연이 되도록 MC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인생도 방송처럼 초대손님도 있고, 스태프도 있고 방청객도 있습니다. MC가 그 모두를 잘 어우러지도록 하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배우는 남의 인생을 살지만, MC는 내 인생을 있는 그대로 잘 살면 됩니다. 인생은 모노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더불어 함께 살되, 내가 MC로 사는 것이 두루 행복합니다.


Q. 변호사는 “말”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말은 누구나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두의 말이 마음을 움직이거나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방해를 피해 생각을 말로 표현하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말하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말하는 요령을 모릅니다. 기본적인 요령만 배워도 이해도가 달라져요. 일단 간결하게 말하십시오. 종결어미만 자주 써도 이해도가 높습니다. 아울러 말하는 내 상태가 중요합니다. 잠은 충분히 잤는지, 걱정거리는 없는지, 내 감정의 방아쇠를 누가 당기진 않았는지 점검하십시오. 그래야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는 상황을 예방하고 논리적으로 공감하는 말하기가 가능합니다.

 
Q. 변호사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재원 아나운서께서 쓰신 책을 읽으니, 직접 말을 해 주시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술~술~ 잘 읽혔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과찬 감사합니다. 저는 말을 글로 옮깁니다. 보통 말보다 글이 장황합니다. 말은 글처럼 간결하게 하고, 글은 말처럼 자연스럽게 쓰십시오. 말은 때와 장소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듣습니다. 글은 때, 장소, 상황을 초월해서 읽습니다. 밤에 쓴 글을 아침에 읽으면 느낌이 다릅니다. 밤에 쓴 글은 아침에 고치고 낮에 쓴 글은 밤에, 사무실에서 쓴 글은 집에서 고치면 자연스러워집니다. 꼭 소리내어 읽어보십시오.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Q. 70여 개 국가를 여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바쁜 중에도 어떻게 가능하셨나요?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지가 주는 낯선 느낌과 일상에서 해방된 느낌을 좋아합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바로 대만 배낭여행을 떠났고, 이듬해 유럽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인생의 하프타임 삼아 3년간 휴직하고 밴쿠버에 머물며 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그 기간 중 두 달 동안 가족과 부분 세계 일주도 했습니다. 인생에 여행을 끼워 넣는 것은 숨 쉴 틈이자 콧바람입니다. 저는 일상에도 여행을 집어넣었습니다. 4km를 걸어서 출퇴근하며 매일 산티아고를 경험합니다.


Q. 아나운서님의 책인 『아주 작은 형용사』를 보면 “위로”가 화두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의뢰인을 잘 “위로”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실 텐데요. 저는 공감과 일을 분리합니다. 방송 전에 출연자를 만나 그분의 삶을 먼저 충분히 공감합니다. 마음의 다리를 놓고 나면 방송이 수월해집니다. 위로와 일을 분리해 보십시오. 변호가 필요한 사람들은 모두 위로가 필요합니다. 본격적인 일에 앞서 충분히 위로하시면 마음의 다리가 놓입니다. 설령 변론 결과가 좋지 않아도 위로만으로도 위안이 될 겁니다. 사실 변호사들은 존재 자체가 위로지요. ‘내 편이구나’ 하는 생각만 심어주셔도 큰 위로입니다.


Q. 동료 아나운서들이 “김재원 아나운서는 AI다”라고 합니다. 아나운서, 변호사 직역 모두 AI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람 아나운서, 사람 변호사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그거야말로 과장된 칭찬입니다. 오래전 숟가락의 발명은 우리가 더 이상 손가락을 안 써도 되게 만들었죠. 하지만 여전히 오히려 위생 문제로 숟가락을 안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요리사들이 숟가락과 경쟁하지는 않죠. AI도 성능 좋은 정보의 숟가락입니다. 손가락 노동을 줄여주죠. AI도 굳이 필요를 못 느끼면 안 써도 되고요. 경쟁하지는 마십시오. 알파고와 대국한 후 이세돌 9단이 쉬며 회포를 풀 때, 알파고의 전원은 꺼졌습니다. 그 어떤 AI도 사람에게 있는 표정의 밝기와 언어의 온기, 악수의 촉감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좋은 표정과 말은 우리가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Q.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셀 수 없는 인터뷰를 하셨는데, 변호사 인터뷰이 중에 기억이 나는 분이 있으신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숱한 변호사들과 좋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내 인생의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가장 잘 변호한 출연자가 떠오릅니다. 닉 부이치치는 자신의 결핍을 불평하지 않고 변호하면서 넘어져도 일어서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내가 이렇게 사는 이유를 변호할 줄 알아야 합니다.


Q. 이제 40대 초반 같으신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향후 아나운서님의 꿈이나 소망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룬 복을 받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30년을 살았습니다. 강의도 하고 말하기도 가르치고 공직자들 스피치 코칭도 하면서 잘 살았습니다. 이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부르면 달려가서 그 일을 하려고 합니다. 곧 퇴직하면 전화만 붙들고 있겠습니다. 물론 지금 하는 월드비전과 청소년 폭력을 예방하는 푸른나무재단 홍보대사 일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Q. 청년인 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아나운서,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청년변호사님들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누군가에게 말로 조언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 시대죠. 제 아들도 제게는 조언을 안 구합니다. 통보만 하지요. 제가 남의 아들들을 돌보면 제 아들을 남의 아빠가 돕겠지요. 여러분도 남의 아빠, 엄마와라도 소통하십시오. 조언보다는 깨달음을 나누겠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모두 ‘모나리자’부터 보려고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사진 찍기도 힘듭니다. 같은 방 맞은편 벽에 대작이 있음을 놓칩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를 보면 입을 다물게 됩니다. 크고 방대한 장면에 위대한 스토리가 있어 감동도 있습니다. 세상 관심이 쏠리는 것에 동조하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보는 것만 보지 말고 두루두루 살펴서 남들이 못 보는 것에서 기회와 감동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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