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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법조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 김기동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변호사님의 간단한 약력 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법연수원을 21기로 수료하고 군법무관을 거쳐서 1995년 3월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를 시작으로 약 25년간 검사로 재직했습니다. 법무부 2년, 대검찰청 1년을 제외한 약 22년간 일선 검찰청에서 근무했는데, 대부분의 기간을 특수부, 강력부와 같은 인지 부서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특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 및 1부 부장검사, 부산동부지청에 설치된 원전비리수사단 단장, 대검찰청에 설치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단장과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 등 특별수사부서의 책임자를 여러 번 맡은 바 있습니다. 고달프고 힘든 면도 있었지만, 검찰 조직에서 과분한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2019. 7. 31.자로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직을 마치고 2019. 9. 변호사 개업을 한 후, 2022. 2.경 법무법인 로백스를 설립하였습니다. 


Q. 법조 직역 중 검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법연수원 2년, 군법무관 3년 동안 진로에 대하여 고민해 본 결과, 적극적 · 능동적인 업무 처리를 요구하는 검사가 제게 좀 더 잘 맞는다고 판단하여 검사 임관을 선택하였습니다. 


Q. 2005년에 영국 런던 대학으로 검사 연수를 가셨던데 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셨나요?

 일반적으로 검사들이 해외연수를 가는 시점보다는 늦은 시점인 부부장 검사 때인 2005년에 6개월간 영국 런던에 있는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해외연수를 하면서 영국법원이나 대형 로펌을 방문하여 영국 법 실무를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공판중심주의가 논의되면서 “검사 작성의 조서가 형사 재판을 위해 필요한지, 또 그 조서에 대하여 고도의 증거능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큰 논쟁이 있었습니다. 법무부의 지시로 영국은 수사단계에서 조서를 작성하는지 실태 조사를 한 후, 관련 리포트를 제출하였고 귀국 후에는 논문도 제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법체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조서’라는 부분적 제도만 가지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 사법방해죄나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진술자를 처벌하는 형사법체계를 가진 나라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2000년 법무부 인권과 검사로 일하실 때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당시 법무부 법무실 인권과(현재의 법무부 인권국으로 확대 개편)는 부장검사인 과장을 포함하여 검사 3명이 근무하는 작은 조직이었습니다. 인권과에서 2년간 근무했는데, 당시 큰 현안이 되고 있던 국가인권위원회와 관련된 법률과 시행령 제정 및 위원회 출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인권단체와 정부와의 현격한 입장 차이가 있는 상태에서, 실무자로서 각종 입법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작성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출장 가서 그 나라의 인권위원회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기회를 가졌고, 방문 결과를 정리하여 ‘법조’지에 기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후, 김대중 대통령께서 수고한 사람 100여 명에게 친서 형식으로 편지를 보내셨는데, 가족들이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감격하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그 친서를 가보처럼 보관하고 있습니다.


Q. 검사 경력 중 상당 기간을 특수 수사 업무에 종사하셨는데 그 업무가 실제로는 어떠했나요?

 언론의 주목을 받아서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힘들고 고달픈 자리입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수사 전체를 망치고, 자신뿐만 아니라 검찰조직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늘 천 길 낭떠러지 바로 옆을 걸어가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휴일 없이 매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사생활을 거의 포기할 정도로 격무입니다.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여 나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긍지와 보람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자리입니다.


Q. 2013년 원전비리수사단은 어떤 경위로 출범하게 되었고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제가 2013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장을 하던 때 중대한 원전 부품의 하자로 인하여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여 국민의 공분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을 규명하고 비리 관련자를 수사하기 위해 고리원전 등 다수의 원전이 소재한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 수사단이 출범하면서 지청장이던 제가 수사단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약 100일간의 수사로 전 한국수력원자력공사 사장 등 고위직 관련자를 다수 구속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고, 정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했습니다. 당시 검찰의 강력한 수사와 정부의 긴밀한 대응으로 자칫 좌초될 뻔하였던 UAE에 대한 원전 수출이 계속될 수 있었다는 점을 지금도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Q. 2014년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은 어떤 경위로 설립된 것이고, 당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그 성과는 어떠하였나요?

 침몰된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해군의 수상함구조함(통영함)이 소나(탐지 부품)의 불량으로 실제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이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나면서 방위사업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4년 11월 검찰, 감사원, 경찰, 국세청, 금감원, 군수사기관 등 관련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적인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을 대검찰청에 설치하였습니다. 인원만 13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수사단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원전비리수사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경력이 고려되어 위 수사단의 단장을 맡아서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10여 개월 정도 수사 후 2015년 7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고, 그를 토대로 국무총리 주관의 재발 방지 종합대책도 마련되었습니다. 기업처럼 방위사업청에 법률전문가가 중심이 된 컴플라이언스 전담 조직을 만들자고 제가 제안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져 방위사업청에 ‘방위사업감독관’ 조직이 만들어져 지금도 활동하면서 비리 예방에 기여하고 있어 이 또한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도 중앙지검에 방위사업수사부라는 정식 조직이 만들어졌고, 현재는 수원지검으로 조직이 이관되었습니다.


Q. 2016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어떤 경위로 설립된 것이고, 당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였나요?

 1981년에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소위 ‘거악범죄’라고 불리는 대형 · 구조적 비리에 대한 수사를 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재벌비리, 분식회계, 대선자금 수사 등은 중앙수사부와 같이 강력하고 효율적인 수사부서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수사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이 계속 있어왔고 결국 2013년 폐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후 오히려 검찰의 수사력 약화로 부정부패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었고, 이런 문제의식으로 2016년 김수남 검찰총장님이 취임하면서 한시적 기구로 설치한 것이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었습니다. 저는 단장으로서 전체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Q. 2018년 부산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을 역임하시면서 주로 어떤 업무를 챙기셨는지요? 검사장 근무 기간 중 가장 큰 업적으로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시 이른바 적폐수사를 한참 진행 중이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타 지방 검찰청의 검사들이 많이 파견 나가는 바람에, 인력 부족으로 민생과 직결된 일반 고소, 고발 사건 등 일반 형사사건의 처리가 현저히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부들뿐만 아니라 검사 및 수사관들과 여러 방식으로 토론을 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반발과 이견도 많았지만, 검사나 수사관들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영상녹화 등을 활용하여 조사 시간을 대폭 줄이고, 평검사들이 하는 업무 중 경찰 수사지휘 업무 등 일부는 부장검사들이 직접 맡자는 등의 방안과 수사관들도 검사의 감독을 받되, 정형화된 일정 사건에 대하여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사건 처리를 하는 것에 대한 방안도 시행하였습니다. 검사직무대리의 업무 범위 확대는 법령 개정사항이라 급한대로 실무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다양한 방안을 시행한 결과, 부산지검에서 장기미제가 대폭 해소되는 효과도 거두었습니다. 제가 시도했던 방안들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검찰의 장기미제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른 지금 그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토론하고 논쟁했던 후배검사들이 그때 치열하게 고민했던 점들을 더 발전시켜 나가주리라고 기대합니다.


Q. 1995년부터 약 24년간 검사로 재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있었던 사건이 있다면 어떤 사건이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으로 있을 때 대우조선해양 및 위 회사의 회계 등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의 분식회계 비리를 수사하였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수조 원대의 대형 분식회계를 적발했고, 회계사뿐만 아니라 회계법인 자체를 기소하여 유죄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대우부도사건 때 회계법인이 처벌받은 이후 처음 있는 사례였습니다. 회계법인도 행정상 제재를 크게 받았습니다. 수사에서 회계법인이 해당 기업과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 되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분식회계를 알면서도 적정 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외부감사법인이 보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감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도모하게 되었고, 그 결과 현재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일정한 기간은 기업이 외부감사법인을 선정하지 못하고 일정한 풀에서 무작위로 선정하게 한 것입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도 보완할 점이 많고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외부감사제도가 한 단계 발전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도 큰 보람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Q. 법조 원로로서 후배법조인에게 조언하여 주시고 싶은 사항은 무엇인가요?

 첫째, 건강입니다. 법조인은 어느 직역이든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젊어서부터 신경 써서 체계적 · 지속적으로 체력 증진에 노력해야 하고 그래야만 자신의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둘째,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입니다. 검사, 판사, 변호사 직역에 관계없이 사건 관계자나 업무로 접촉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만 업무도 더 잘처리할 수 있고,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강하게 추궁하는 검사를 일 잘하는 검사로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피의자의 불평불만을 끝까지 들어주는 검사들이 당사자의 승복을 받아내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검사들도 예외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분들이었습니다.


Q. 현재 지방검찰청의 일선 검사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검사가 하는 일은 크게 국민 권리구제와 부패 척결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검사 생활을 마치고 나서 돌이켜보니, 두 가지 중 후자보다 전자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보살펴주고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해 주는 검사의 본질적 사명은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한 사건 한 사건 정성을 다해서 정확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면 검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Q. 변호사님의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요?

 법무법인 로백스를 설립할 때,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송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기업이나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미리 대응하도록 법적 자문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법무법인이 이러한 측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 인터뷰/정리 : 황상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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