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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보고] 미국법조심장부에서 느낀 글로벌 컨센서스
미국법조심장부에서 느낀 글로벌 컨센서스
-2015 FCBA Global Series 를 다녀와서- 


들어가며
2015. 5. 9.부터 5. 14.까지 워싱턴 D.C.에 출장을 다녀왔다. 주요 일정은 우리 회와 결연을 맺고 있는 FCBA(Federal Circuit Bar Association, 미국 연방항소법원변호사회)와의 간담회, FCBA Global Series(FCBA에서 지난 2011년부터 매년 2회씩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최하는 법조인들 간의 학술 교류 행사로서, 지적재산권 및 무역관련 등 글로벌 법적 이슈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 참가, USPTO(U.S. Patent & Trademark Office, 미국특허상표청) 및 현지로펌 방문, U.S. Chamber Institute for Legal Reform(미상공회의소 법제개선연구소) 임원 및 D.C. Bar(The District of Columbia Bar) 임원과의 각 미팅 등이었다.
출장의 목표는 일상적인 회의, 컨퍼런스 참석에 더하여 유사직역의 침해에 대한 대응, 청년변호사 및 예비 법조인들을 위한 정책수립, 변호사회의 출판시스템 운영과 같이 현재 우리 회의 현안에 관해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함에 있었다. 

FCBA Global Series 참가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Intellectual Property and Trade(지적재산권과 무역)이었다. 여기서는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내용 자체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컨퍼런스의 분위기, 특히 한국의 법조세미나와의 차이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세미나(토론회)는 전형적으로 두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 발표하는 경우이다. 발표자는 준비된 원고를 중심으로 매우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청중은 발표자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학습하는 분위기가 된다. 다른 하나는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격렬하게 다투는 경우이다. 법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에 토론회가 끝난다고 해서 의견이 모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다른 예외도 많이 있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느껴왔다.
이 날 회의에서 필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낮은 테이블과 한국의 기준에서는 불량해(?) 보이는 패널들의 자세였다. 패널들 앞에는 무릎 높이 정도로 낮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패널들이 책상처럼 위에다 자료를 놓고 필기하기에는 부적합했고, 그저 마실 물과 차를 올려놓을 정도였다. 청중의 시각에서는 패널들의 자세가 눈에 잘 들어왔다.
발표 내용은 최신의 정보, 세부적인 법리를 다루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과 중요한 점에 대한 일반론이 주된 것이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는 '너무 뻔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한편, 패널들은 원고를 보면서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주위 패널들과 청중을 보면서 얘기했다. 다른 패널들도 발표자에게 시선을 맞추고 추임새나 제스처를 통해 피드백을 보냈다.
패널은 미국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국, 일본, 한국에서 온 법조인들도 있었고, 중국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되었다. 공식언어가 영어이므로 모든 진행이 영어로 되었는데, 패널 중에 한 분은 중국어를 쓰는 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영어로 순차통역하지 않고 통역기를 통해서 동시통역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동시통역을 함으로써 대화의 호흡이 끊기지 않았다.


수_5.11. FCBA 참석.jpg


생각해 보면, 인터넷과 영상기술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를 위해서 같은 공간에서 만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굳이 같은 공간에 모여 대면하여 세미나를 하는 목적은 그런 텍스트, 영상을 통해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미세한 소통과 교감이 아닐까 싶다. 패널들이 서로 시선을 맞추고 농담을 섞어가며 편안한 대화를 이어가는 가운데에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가 많아지지만 오히려 집단 간 생각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소통이 어려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법조도 예외는 아니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보다 소통과 교감이 강조되는 세미나를 경험하면서 우리 법조에서도 법조인 간의 교집합을 늘려갈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의 세미나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CBA와의 간담회
미국에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외에 특허중개인(patent agent)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변리사와 유사한 특허중개인은 법원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없음은 물론,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상표에 관한 업무도 취급할 수 없다. 법률가로서 훈련을 받지 않았고, 상표, 저작권 등은 기술과 관련이 있는 업무가 아니므로 당연한 것이다. 필자가 FCBA 변호사들에게 한국에서는 소송에 대해서 훈련을 받지 않은 변리사가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을 때, 미국 특허변호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다만, 미국에는 변호사도 특허변호사의 자격을 추가로 취득해야 특허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보면 변호사 전부가 지금처럼 특허대리자격을 가지게 하는 방법(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실력과 훈련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과 변호사 중에서 시험을 거쳐 특허업무를 취급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소송업무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변리사가 특허소송을 취급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 비추어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변호사업계의 위기, 특히 청년변호사의 위기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고, FCBA에서도 청년변호사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FCBA 임원들은 청년변호사들은 모임을 통해서 선배법조인들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고, 법원에서도 변호사들의 발전을 바라기에 변호사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판사들이 적극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회에서는 로리뷰(law review)와 같은 저널을 발간하는데, 변호사회의 저널의 편집과 교정작업에 청년변호사는 물론 예비변호사들(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로서의 훈련에는 법적 지식 외에 일하는 기술(working skill)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도서관과 변호사단체의 시스템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대면상호작용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대형로펌의 경우는 내부교육을 통해서 전반적인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작은 사무실의 경우 이러한 훈련기회가 적은 것 같다. 이러한 필자의 고민에 대해 의견을 물으니, FCBA 임원진들 역시 청년변호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선배법조인들로부터 물리적으로 함께(physically together) 있으면서, 개인적인 관계(personal relation)를 통하여,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 역시 소형펌 청년변호사의 교육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청년변호사들에게 대면상호작용을 통한 훈련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변호사단체에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회에서는 각종 위원회, 커뮤니티 활동을 활성화는 것이 출발이 될 것 같다. 

USPTO 방문
USPTO에서 특허판사 및 기술심리관 등과 간담회를 하면서 미국의 특허 분야에 관한 프로보노 활동을 듣게 되었다. 영세한 기술자들이나 학내 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보노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법률가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오래 되었지만, 한국에서 법률구조는 여전히 법원과 법무부에 의존하고 있고, 문자 그대로 ‘소송구조’가 주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술자들에게 특허, 상표등록을 지원하고 창업자문을 하는 것이 법률구조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률구조의 영역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나아가 이렇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법률구조 수요를 찾아서 구조사업을 펴기 위해서는 법률구조의 주체가 법원에서 변호사단체로 넘어와야 함이 너무 당연하다. 법원, 소송 중심의 법률구조에서 변호사단체 중심의 법률구조로 개선되고 특허, 기술 외의 각 영역으로 법률구조가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외 주요인사들과의 미팅
예정에 없었지만 우연치 않게 U.S. Chamber Institute for Legal Reform의 부회장, D.C. Bar(The District of Columbia Bar)의 이사 등을 만나서 미팅을 가졌다. 주요 논의사항은 한국변호사의 미국진출 및 미국법제도에 대한 교육, 연수기회 마련이었다. 상당히 고위인사로 생각되는 분들이 여러 내용들을 직접 설명하고, 또 경청하는 모습 속에서 미국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변호사의 국제진출은 중요한 과제이다.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서 한국변호사들이 미국의 법제도를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해야겠다. 

마치며
필자가 이번 출장을 통해 느낀 것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면, 변호사단체 중심, 소통과 교류, 국제적인 문화이다. 미국의 경험을 통해 보면, 법조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관의 주도로 이루어졌거나 눈에 보이지 않던 여러 영역들이 변호사단체의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법조에서 소통은 특히 중요한 것 같다. 변호사단체는 회원들과 보다 친밀한 스킨십을 나눌 필요가 있으며, 법원, 정부기관들과도 더욱 가깝게 교류해야 하겠다. 또한 한국의 변호사들이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제기구, 외국법조단체와 직간접적인 교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국제적인 문화를 확산시켜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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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명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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