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1963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무용과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단국대학교 대중예술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극단 신시 창단멤버로 10여 년간 조연출, 무대감독을 거치며 풍부한 현장감각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 분야의 미개척 분야였던 프로듀서의 길을 택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9년 신시컴퍼니 대표를 맡은 그는 뮤지컬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고스트> 등 대형 뮤지컬들을 기획 제작하여 뮤지컬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으며, 뮤지컬 <아리랑>, <댄싱섀도우> 등을 통해 창작뮤지컬의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기초예술 발전과 대중화를 표방하며 독특하고 작품성 있는 연극들을 선보였고 연극 <푸르른 날에>, <레드> 등 신시의 고정 레퍼토리 연극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인 박명성은 연극과 뮤지컬, 두 장르를 넘나드는 국내 유일한 프로듀서로서 건강한 공연시장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1. 최근에 끝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으로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셨나요?
광주 호남뿐만 아니라 중앙에서조차 높이 평가를 해 주어 놀랐습니다.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는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의 장입니다. 개폐막식 총감독으로 임명되어 1년 6개월을 준비하였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던지려는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료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좌절과 절망을 극복해 가며, 자신의 끼와 열정을 펼쳐 나가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축적해 가야 한다. 그래서 꿈과 희망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우리의 훌륭한 전통문화와 접목하여 미래문화의 콘텐츠를 제시했습니다.
6천 명의 선수단을 멀리 떨어진 스탠드보다는 무대 주위에 둘러 앉게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의 틀을 깬 혁신적인 발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서로 즐기고 호흡하는 마당놀이 형식에 뮤지컬 형식을 융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우리의 문화를 먼발치에서 경청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동참하는 한마당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과거, 오래된 현재의 융합이야말로 미래문화의 콘텐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메시지와 콘텐츠의 나눔과 배려는 미래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화두임을 일깨우고 전하려 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신을 잃지 않을 때 미래의 진정한 리더가 되고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젊은이들의 축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쌍두마차로 중심을 잘 잡아준 두 분 위원장들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을 믿고 마음껏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신 김황식 전 총리와 멈출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 주신 윤장현 광주시장의 합작품이라 생각합니다.
2. 우리나라 뮤지컬 중 흥행몰이를 하여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캬바레>, <갬블러>, <사운드오브뮤직>, <댄싱 섀도우> 등을 제작하고 공연하셨습니다. 대한민국 뮤지컬 프로듀서 1세대로서 뮤지컬 발전의 산파역을 맡으셨는데 그렇게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1세대라는 호칭은 외로울 뿐만 아니라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표지판을 잘 세워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그 표지판들이 똑바로 세워져 있어야만 후진들이 그 길을 쉽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길에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쭉 뻗은 고속도로보다는 국도의 스토리가 재미있고, 국도보다는 오솔길이 훨씬 더 감동적인 스토리들이 많습니다. 쉬운 길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가파른 길에서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 수 있었던 힘은 위험한 도전과 괴짜기질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프로듀서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대, 그 누구도 엄두도 내지 못할 무대, 그야말로 낮은 자세에서 세상에 없는 무대를 만든다는 꿈 하나로 사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뮤지컬과 연극이 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산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전엔 작품성과 예술성이 작품의 화두였다면 지금은 공연예술 분야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대중적인 요소에 치중해 예술로서 더 중요한 가치들이 묻힐 때가 많습니다. 프로듀서들이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이냐가 참 중요한 시기이고, 관객들의 예술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좇는 것이 앞으로의 공연예술의 올바른 생태계를 위해 중요할 것 같습니다.
3. 신시컴퍼니에서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제작한 창작뮤지컬 <아리랑>이 현재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에 있습니다. 창작뮤지컬은 흥행에 어려움도 있고 제작에도 어려움이 많은데도 남다른 열정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은 이유입니다. 1세대로서 책임감이 있습니다. 남의 것을 가지고 와 공연하는 것으로는 부를 축적할 수는 있으나 예술을 창조해 내야 할 책임을 가진 예술인으로서 가슴 속의 허전함은 채울 수 없습니다. 도전하지 않고 어려운 길로 내가 먼저 가지 않으면 아무도 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리랑을 처음 만들겠다 했을 때, 모두 반대했고 미친짓이라 말했습니다. “아리랑을 누가 보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아리랑>은 벌써 수만 명의 관객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고, 뮤지컬을 주로 보는 젊은 관객뿐 아니라 연세가 드신 어른들까지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보며 함께 울고 공감합니다. 우리 민초들의 이야기라는 힘이 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아리랑>을 통해 이제 한국도 창작을 잘 만든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뿌듯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4. 2015. 8. 17. 개막하는 제4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시민과 소통하시겠다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어떤 행사이며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이신가요?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아리랑> 같은 창작뮤지컬을 활성화, 대중화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입니다. 우리의 창작 콘텐츠를 개발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축제죠.
한국 뮤지컬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을 해왔습니다. 물론 뮤지컬 관객들도 다양하게 저변확대가 되었고 작품 또한 다양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한국 뮤지컬시장의 규모나 환경에 맞게 건강한 공연시장의 문화가 형성되려면 우리 소재의 창작뮤지컬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특히 대극장 창작뮤지컬들이 선진뮤지컬들과의 퀄리티를 맞출 수 있어야 관객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양적인 발전보다는 질적인 수준향상이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뮤지컬페스티벌 기간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다가가서 창작뮤지컬에 대한 발전을 같이 고민하고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을 것입니다.
5. 지금까지 받으신 상도 많고 훈장까지 받으셨는데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프로듀서로 살아오면서 참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그 중 <옥관문화훈장>, <이해랑연극상>이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라고 합니다. 40대에 이 상을 받은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이해랑 연극상. 이것으로 받을 수 있는 상은 거의 다 받아 버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두가 프로듀서로서는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해랑연극상은 1991년 제정된 이래 프로듀서에게는 단 한 번도 수여하지 않았었습니다. 23회가 이어지는 동안 배우, 연출가, 극작가, 무대미술가, 연극단체 등이 받았을 뿐 프로듀서는 몇 년 전 제가 후보가 되었던 것이 전부였죠.
상은 수상자뿐 아니라 비수상자를 향하고 있기도 합니다. 꼭 상을 받기 위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면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도 있다는 것은 비수상자를 포함한 미래 세대들에게 자극제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상이 저에게는 의미가 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6. 단역배우부터 출발하여 배우로서 주목받지 못하다 제작자로서 변신하여 공연예술계의 거장이 되기까지 고난과 역경의 길을 걸으셨다고 하는데, 성공비결이라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공연 장르에서 프로듀서라는 개념조차 없던 이 땅에서 프로듀서의 역할과 위상을 맨몸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저 헤쳐 나오기 바빠서 몰랐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제가, 그리고 저와 함께 프로듀서 1세대를 함께 해온 우리가 고군분투 했던 현장들이 프로듀서의 영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최소한 한 사람 쯤은 ‘프로듀서 박명성’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무겁기도 하지만 바로 그 책임감과 사명감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앞으로 가지고 계신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가요?
가을에 <원스> 오리지널팀 초청 공연과 한국 배우들의 <시카고>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초 연극 , <황금연못> 또한 멋진 작품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창작뮤지컬 <아리랑>이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국민뮤지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8. 특별히 변호사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독자들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사회지도층이고 리더들입니다. 또한 이 시대의 트랜드를 열어가시는 분들입니다. 차세대를 위해 문화적인 자산을 물려 주었으면 합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미래의 먹거리인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많은 후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결국은 온 가족들과 문화공간을 자주 찾아 주는 것입니다. 문화로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고, 문화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도록 앞장서 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인터뷰 / 정리 : 안병희 본보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