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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어느 금융사건 승소기(勝訴記)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와 보니 나를 찾는 국제전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나의 변호사로서의 명성(?)이 외국에도 미치고 있는 건가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며 회신전화를 하였더니 사연은 아래와 같았다. 

의뢰인 A는 외국 어느 도시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데 평소 알고 있었던 B로부터 “C가 A의 계좌(국내 甲은행)로 돈(원화)을 입금할 것이니 입금이 확인되는 대로 자신에게 환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입금 확인 후 해당 현지화폐금액을 위 B에게 전달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체취소가 돼 다시 입금액이 빠져나갔고, 甲은행에 문의하니 “송금은행인 국내 乙은행 모 지점에 알아 보라”는 수취(甲)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해당 지점에 전화를 했지만 乙은행 직원은 “C가 현지에서 B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사기를 당했다며 국제전화로 취소요청을 해 이체를 취소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C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A는 자기 돈(입금된 금액에 상당하는 현지화폐)은 지출되었는데 입금된 돈(원)은 없어져 버리고 B도 연락이 되지 않으니 매우 억울한 입장이었다. 

이체된 금액(청구취지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사기를 당했다는 송금인의 말만 듣고 금융기관이 이를 임의로 취소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 들어 한번 다퉈 볼 만하다 생각하였고 이 경우 이체취소 가부에 대한 선례도 없어 보여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로 하였다. 

A로부터 받은 돈을 B가 C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면(이른바 ‘계약불이행사기’) 이는 C와 B 사이의 문제이지, 이미 예금채권을 취득한 A에게 입금액 취소를 통해서 C의 피해를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기는 했는데, 문제는 이 사안을 어떠한 청구원인으로 구성할지였다. 예금채권을 A가 취득하였으나 송금은행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일방적으로 이를 상실시켰으니 이른바 제3자 채권침해의 불법행위 책임을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기존 학설과 판례가 이러한 제3자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유형을 매우 한정적으로 보고 또한 그 책임을 소극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금융기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피고 금융기관은 계약불이행사기의 경우 이체취소는 적법 혹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등 매우 치열하게 대응하였다. 법원 또한 이 사건을 집중심리부로 재배당하였는데 소송이 제기된 지 6개월 만에 1심 법원은‘이체취소는 위법하고 이로 인해 원고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금융기관이 이체취소 금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 후 피고는 항소하였는데 첫 기일지정이 상당히 지연되고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재판부가 원고 측(필자)에게 청구원인을 재정리해 달라고 하여 다소 긴장하였으나 다행히 항소심 또한 1심 결론과 동일하게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예금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자금이체를 하여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위 입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입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2007다66088 판결 등)하며, 이 사건 계좌이체 취소는 타행환공동망업무 시행세칙상 오류거래나 오조작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취소거래를 할 수 없음에도 송금은행인 피고 乙은행이 고객 C의 요청으로 고의로 송금거래를 취소하여 원고의 예금채권을 상실시켜 손해를 가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결국 계약불이행 사기의심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금이동의 원인인 법률관계의 존부, 내용 등에 관여함이 없이 중개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 임의로 계좌이체를 취소한 것은 지급정지조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내심 아쉽긴 하였지만 어쨌거나 원칙에서 벗어난 금융기관의 업무처리에 경종을 울린 소송결과였다. 

필자는 저축은행 후순위사채와 이른바‘동양그룹사태’손해배상소송 등 주로 금융기관을 상대방으로 하는 사건을 수행하는데 전자의 경우 (일부는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고 그 시작은 지나칠 수도 있었던 후순위사채 피해자 한 분의 부재중 전화메모에서 비롯되었다. 무릇 전문화는 어쩌면 작게 보일 수도 있는 사건에서 시작될 수 있고 그 다음 사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전문화할지는 변호사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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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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