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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상념] 초년차 변호사의 행복추구권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나중에 대학교에 가면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을 거야”라는 가족들의 거짓말(?)에 속아서 죽어라 공부를 하는데,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를 비교한 내용의 도표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에피쿠로스학파에 친근감이 들었는데, 언뜻 보기에는 ‘쾌락’이라는 단어가 조금 선정적이었지만, 실제 그들이 추구하였던 - 마음의 평정을 이루는 이상적 경지인 ‘아타락시아(ataraxia)’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행복한 삶’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변호사가 된 나는 매번 야근을 마치고 정장 차림으로 근래의 일상을 곱씹으며 고민을 하곤 한다. 평일에는 야근이 반복되고, 주말에도 하루씩은 꼬박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업무과정에서 물론 보람도 있지만 고등학생 때 꿈꾸던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은 기분? 에피쿠로스가 아니라 스토아학파, 더 나아가 교부철학(그 중에서도 대부 오리게네스)이 추구하는 삶으로 일상이 수렴하는 기분도 들고 기분이 묘하다. 사실 이런 업무 강도야 법조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니 큰 불만은 없지만, 업무를 제외하면 나 자신의 일상이 정작 단조롭다는 것이 제법 아쉽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 보면 주위의 많은 변호사분들도 다들 바쁘게 일을 하면서 종종 나와 비슷한 허전한 기분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나처럼 미혼이면서 솔로인 주위의 변호사들은 고민이 하나 더 있다. 다들 새로운 인연을 찾고자 하지만, 평일에는 업무 때문에, 주말에는 각종 경조사와 모임 때문에 정작 소개팅 한 번 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단 평일에는 퇴근을 하면 대부분 시간이 늦다. 예컨대 밤 10시에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소개팅을 잡기란 어렵다. 물론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지만, 이는 업무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미리 잡은 약속을 취소하면 큰 실례가 되기 때문에 이런 날은 갑작스러운 자유를 다소 허무하게 날려 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주말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일단 경조사가 많고 하루 정도는 밀린 서면을 쓰거나 연수를 받거나 하면서 보내게 된다. 또한 주중에 열심히 일을 하면 주말 하루 정도는 밖에 안 나가고 푹 쉬고 싶은 충동도 드는데, 이럴 때 쉬지 않으면 다음 한 주가 다소 버겁기 때문에 새로운 약속을 잡는 것에 조금 신중하게 된다. 가족들은 주말에 잠을 줄여서라도 부지런히 소개팅도 하고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을 가지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절박함과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바쁜 직장인들끼리는 평일 밤 9~10시 정도에 카페에서 소개팅을 하는 문화가 있다면 어떨까? 꼭 좋은 레스토랑에서 배부르게 식사는 하지 못해도, 오히려 일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평일 밤 9~10시에 소개팅을 하는 것을 컨셉으로 내세우는 결혼정보회사(?)가 있다면 특히 야근이 잦은 초년차 변호사들 사이에서 공전의 히트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나름 수요자의 특성을 고려한 괜찮은 사업 아이템 같은데 문득 다른 변호사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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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3회
법무법인(유한)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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