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커뮤니티 회원기고
[특별기고] 일본의 2015년 형사사법개혁 법안
 
 
 
1) 피의자 조사 전 과정의 가시화 
일본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사형·무기징역·1년 이상의 금고 또는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대사건 재판에 일반 시민을 참여하게 하는 재판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재판소 관할지역 유권자 중 무작위로 뽑힌 재판원은 재판관과 대등하게 유·무죄는 물론 양형까지 결정한다. 이 재판원 재판대상이 되는 중대사건과 함께 특수부 취급사건 등 검찰 독자수사 사건에서 체포·구류된 피의자 조사의 전 과정에 대해 녹음·녹화가 의무화되었는데, 검찰은 이미 법안의 의무화 대상 이외의 사건에까지 대상을 확대했고 경찰도 시범적으로 이를 진행하고 있다. 법 개정에 의한 의무화는 전 체포·구류 사건의 3~4%에 이르나, 억울한 죄가 많다고 여겨지는 치한 사건이나 경찰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카고시마현 의원선거를 둘러싸고 피고인 전원이 무죄가 된 ‘시부시’ 사건의 영향)은 대상 外다. 중의원 법무위원회 심의에서는 야당 측으로부터 “예외 없이 전 사건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대상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 측이 더 이상 양보하지 않아 결국 대상이 제한되었다. 
 
2) 일본판 Plea Bargaining의 도입
오랫동안 일본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자백 편중’이라는 비판이 계속 있어 왔고, 피의자 측의 방어의식이 높아지면서 장시간의 임의청취를 거부하는 예도 있어 조사 의존으로부터의 탈피가 요구되어 왔다. 그래서 법무위원회에서 있었던 사법거래에 관한 참고인 질의에서 타카이 야스유키 변호사(검찰 출신)는 “지금까지의 제도로는 조직범죄의 적발이나 전체내용 해명이 점점 곤란해진다. 사법거래의 도입은 불가결하다”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사법거래’로 번역되고 있는 Plea Bargaining은 영미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형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판은 ‘거래대상’이 ‘타인의 범죄’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말단의 판매인을 붙잡아도 주범에게 도달하기 어려운 마약사건 및 전체 실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공무원 부정, 그리고 담합과 같은 경제범죄 등에서의 활용이 예상된다(이하 2015년 8월 8일 자 마이니치신문).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법거래라는 ‘새로운 무기’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피의자들이 자신의 형을 가볍게 하고자 거짓말을 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고 법안 심의 과정에서 야당 측으로부터 “무고한 제3자가 연루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반발도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서 「① 사법거래의 성립에는 피의자·피고인 변호인의 동의가 필요 ② 거래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할 때는 재판소가 엄격하게 판단 ③ 피의자·피고인이 허위 진술로 제3자를 연루되게 하는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부과」 등의 3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법무위원회에 참고인으로 나왔던 사사쿠라 카나 코우난대학 형사소송법 교수의 의견과 같이, “거래에 관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을 연루시키는 측의 변호인이므로, 허위 진술을 방지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라는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3) 통신 감청의 대상범죄 확대
일본 현행법은 통신 감청의 대상범죄를 약물범죄나 조직적 살인 등 4종류에 한정하고 있으나, 개혁 법안에서는 이에 ‘조직성이 의심되는 사기나 절도, 상해 등 9종류’가 더해지게 된다. 현실에서는 마약밀매 루트를 해명하기 위해 밀매 그룹 내의 대화를 감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2000년 도입 당시부터 감청에 대해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강한 우려가 있었고 이번에도 형사입법에 정통한 야마시타 유키오 변호사 등에 의해 “일반범죄에까지 망을 넓히면, 범죄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의 전화를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2014년 말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감청은 99건에 머무르고 있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사용상의 불편’ 때문이라 한다. 현행법은 수사기관에 의한 부정한 감청을 막기 위해 NTT 등 통신사업자의 사원을 감청에 입회하게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감청 거점이 되는 사업자 시설의 대부분은 도쿄에 있어서 지방경찰관은 감청을 위해 도쿄 도내로 출장을 가야 했다. 감청에 필요한 영장을 발부한 재판관에게 감청한 기록을 신속하게 제출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며칠마다 현지와 도쿄를 왕래하지 않으면 안 되어 사업자로부터 난색을 표명받거나 야간에 입회인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경찰 간부의 전언도 있다. 또, 현재의 기기로는 통신 각 사 모두 몇 회선밖에 동시에 감청할 수 없기 때문에, 복수의 경찰본부가 같은 시기에 희망한 경우 일부 경찰본부가 감청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개정안이 성립하면, 기록의 개찬을 막는 암호화 기술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통신사업자의 입회인이 불필요하게 되어, 감청 거점도 현지의 경찰 시설로 옮겨진다. 큐슈縣 경찰 간부는 “경찰 시설에서 시기적절하게 감청할 수 있게 되면, 불입사기(전화 등으로 속여 지정계좌로 돈을 입금시키는 사기) 그룹의 검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전보다 사용이 편리해지고 지방에서의 감청이 가능하게 된 것이 도리어 ‘남용을 부른다’라는 염려도 있지만, 경찰 간부들은 “무턱대고 감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오해”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수사방법으로는 용의자의 특정이 곤란한 경우나, 그 통신이 범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재판소의 영장을 받을 수 없다. 체포 청구보다도 방대한 자료를 준비하는 수고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감청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기의 성능이나 개량 등을 위해 통신사업자에게 협력을 구할 필요가 있는데, 비용 부담을 요구 받게 되는 통신 각 사와의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고 「통신의 비밀」에 대한 배려도 요구되기 때문에 어디까지 협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등, 남용의 염려를 불식하는 것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금까지 지난 8월 일본 중의원을 통과한 일본의 형사사법개혁 법안의 주요 내용 및 그와 관련한 전망과 우려 등을 살펴 보았다. 형사소송법 개정 때마다 그 도입이 조심스레 논의되었음에도 법치주의 원리와 국민의 법 감정 때문에 도입되지 못했던 우리와 달리, 일본이 먼저 Plea Bargaining을 형사사법개혁 법안에 도입한 것은 우리 법제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인력으로 대처하느라 수사의 효율성을 꾀할 수 없는 현실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이번 일본 개정법안의 운용의 성패는 향후 우리의 형사소송법 개정에도 좋은 참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허중혁20130427.jpg
 
허중혁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1회
TV조선 사내변호사

허중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