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아서 밀러가 발표한 희곡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수많은 국가에서 수없이 공연되었고 영화화되었는바,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제목은 들어보았을 유명 작품이기에 외적 사항을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그 제목에서 이미 결말을 말하고 있다. 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죽는다. 왜 어떻게 죽음에 이르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로먼의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 환상 등이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그 속에서 로먼의 현재는 더욱 비참하게 드러난다.
로먼은 과거에 우수한 세일즈맨으로 회사의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퇴출될 상황에 있다. 아내는 헌신적이지만 두 아들은 모두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로먼과 큰 아들 비프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비프는 학창시절에 유능한 학생으로 로먼의 기대를 받았지만 지금은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낙오자가 되어 있다. 둘 사이에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비프가 추락하게 된 사정이 밝혀지고 로먼의 치부까지도 드러난다.
현실과 과거가 교차하는 고통 속에서 로먼이 있게 되는 환상은 큰아버지 벤과 함께한다. 벤은 로먼이 어린 시절 미지의 세계로 큰 돈을 벌러 간 인물인데, 로먼은 환상 속에서 벤을 따라 떠나지만 그것은 현실에서의 삶의 끝이다.
로먼의 삶은 현실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꿈과 달리 현실을 선택하고,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야망을 가지고, 자식의 성공을 바라고, 그 과정에서 때로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며 개인적 허물도 존재하고, 하지만 현실 앞에서 결국 좌절하는... 그렇기에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일에 파묻히고 현실에 매몰되어 있을 때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삶이 안정적이지 않고 좌절할 수 있다는 것을, 개개인의 일과 삶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마지막 로먼의 장례식에서 로먼의 아내 린다가 한탄하는 장면이다. 린다는 오늘 마지막 집세를 냈고 더 이상 빚이 없어 맘 놓고 살 수 있는데 막상 로먼은 없다고 탄식한다. 결국 로먼의 삶은 평생에 걸쳐 마련한 집으로만 남게 되었다.
류태경 변호사
사법시험 44회(사법연수원 34기)
정부법무공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