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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상념] 우연한 일탈이 가져다 준 작은 행복
 
현충사와 곡교천의 은행나무숲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들어 온천을 향해 가는 도중에 갑자기 온양민속박물관에 들르게 되었다. 잠깐 들러 과거 조상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는데 평일이라 민속박물관에도 학생들 몇 명이 학습체험으로 드문드문 눈에 띌 뿐 한적했다. 역시 평일의 나들이는 붐비지 않아 좋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조상들의 삶을 엿보고 나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정원을 걷다 보니 별관에서 ‘한국 근현대화가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조그만 온양시골에 웬 근현대화가전시회가 열리나 하는 의아함이 들기도 했지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어떤 전시회인지 궁금해 전시회장을 가 보니 이우환,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이응노, 김창열 등 우리나라 근현대 최고의 작가 40명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우환, 김환기 작가의 작품은 1점당 30억 원을 호가하는 우리나라 최고가의 작품들이고 나머지 작가들의 작품들도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인데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그 작품들이 전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복사품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으나 전시장의 직원으로부터 그 작품들이 모두 진품으로서 경기도립미술관으로부터 협조를 구해 전시 중인 걸 알고는 그 대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깊어가는 가을 하늘 아래 조그만 시골 전시관에서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당대 최고의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나는 2시간여에 걸쳐 차분하게 그 작품들을 감상하였는데 더욱이 그 전시장에는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런 관람객이 없어 직원으로부터 상세한 개인 안내까지 받으면서 천천히 대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대가의 작품들을 보고 나와 정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상념에 잠기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 덕에 시간이 늦어 온천행은 생략되었지만 뜻하지 않은 미술감상으로 내 마음은 온천욕을 한 것 이상으로 행복했고 평일의 자유를 맛볼 수 있게 해준 변호사직업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우연한 여행과 행복한 미술관람! 지금도 책상에 앉아 복잡한 사건 해결을 위해 끙끙거리다가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된다.
 
지난 3년간 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일해 오면서 우리 변호사들의 많은 애환을 보게 되었다. 경우는 조금씩 다른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변호사들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러한 삶은 미래에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특히 요즘과 같은 불황에 미래의 모습에 대하여 나 자신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사실 우리 변호사들 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품고 있다. 그래도 우리 변호사 직역은 다른 직역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직역 아닌가? 그러니 힘든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가끔씩은 다른 직역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조금씩이라도 맛보면서 살아 보는 게 어떨까? 때로는 이러한 자그마한 일탈이 생각지도 않게 우리의 행복을 더해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면서.
 
 
수_증명 (김영철 변호사).jpg
 
김영철 변호사
사법시험제24회(사법연수원 제14기)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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